내 아이에게 주는 다섯 가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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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생계를 기대가 많아지고 있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이나 호주에서도 성인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나지 않고 연금을 갉아먹는 자녀를 뜻하는 키퍼스(Kippers)라는 말이 있다. 일본에는 ‘자녀 리스크’라는 말이 있고, 중국에는 습노족(啃老族)이라는 용어가 있다. 여기서 한자 습은 ‘발라먹는다’라는 말을 가졌다니 실로 섬뜩한 일이다. 2013년 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녀가 독립을 하지 않고 부모에 기대어 지냈을 때 지출되는 생활비가 연평균 901,000원이라고 한다. 부모 세대의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68만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자녀가 부모의 연금은 물론 은퇴 자금까지 갉아먹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녀 리스크가 노후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자녀들의 결혼 자금도 문제다. 최근 11년 사이 결혼 비용이 2.4배나 늘었다. 지금처럼 부모가 자녀의 결혼 비용을 마련할 경우 앞으로 은퇴 빈곤층이 약 17%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자녀들이 나약한 탓이라고만 치부할 것이 아니다. 자녀에게 막대한 사교육비를 쏟아 부으면서 이를 구실로 자녀의 인생을 컨트롤하려고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녀 곁에 맴도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한다. 부모는 자녀가 걱정돼서 그런다지만 결국 자녀 스스로 자립하고 인생을 계획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므로 자녀의 미래까지 위험해진다. 자녀가 스스로 결정하고 살아가야 할 시간이 인생 전체에서는 훨씬 긴데, 자꾸만 그 시작을 늦추면 자녀에게 나쁜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부모 세대는 은퇴 이후의 삶을 계획하면서 자신과 자녀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고민의 결과가 어떠하냐에 따라 은퇴 이후의 자녀가 선물이 될지 리스크가 될지 정해질 것이다. 자녀가 리스크가 아닌 부부의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다음 다섯 가지를 고민하고 실천에 옮겨보자.
첫째, 준비된 은퇴 자금을 절대 자녀에게 양보하지 말라.
경기 침체와 고령화가 가속될수록 청년들에게 있어 졸업-연애-결혼이라는 벨트컨베이어는 계속해서 끊어질 수 밖에 없다. 취업이 안 되어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초혼 연령은 점점 늦춰지고 있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식들 대학 공부까지 시켰으면 됐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언제까지 자녀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지 예측이 불확실하다. 현재의 부모 세대 중 대다수가 은퇴 기반을 확실하게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나마 가지고 있는 은퇴 자금을 자녀를 위해 소모하고 있다. 자금이 소진되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부모와 자녀는 함께 공멸로 갈 위험성이 높아진다. 자녀가 불가피한 상황인지, 자립심을 키우지 못하고 계속해서 습관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둘째, 지원의 한계를 사전에 긋고 일찍 준비하라.
어느 모임에서 노신사 한 분이 두 자녀의 혼사를 치른 경험을 이렇게 비유했다. “자식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퍼스트 클래스였는데 첫째를 결혼시키고 나니 비즈니스 클래스로, 둘째를 결혼시키고 나니 이코노미로 전락했다. 그것도 모자라 결혼한 자녀가 도와달라고 조르는 통에 머지않아 승무원들이 비행기 밖으로 내보낼까 두렵다.”
결혼할 때 전셋집이라도 마련해주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갖춰 줘야 한다는 인식이 언제부터이나 부모와 자녀 전체에게 퍼져 있다. 시대가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능력이 안 되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가며 자녀의 결혼 살림을 장만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부모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또는 사돈 간의 체면 때문에 무리수를 두다가는 유산으로 부채를 남겨줄 수도 있다. 자녀에게 어디까지 지원할지, 그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지 미리 결정해야 한다. 판단을 내린다면 일찍 대비할수록 좋다.
2014년 대학 평균 등록금은 6,667,000원이다. 재학기간이 4년, 교육비 상승률을 7%로 가정하면 자녀가 태어났을 때부터 바로 저축을 시작한다면 매월 19만원씩 준비해야한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준비한다면 매월 45만원씩,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다면 매월 84만원씩 준비해야 한다. 시작이 늦을수록 부담은 눈덩이가 된다. 대학 등록금이 전부가 아니다. 늦게 시작할수록 자녀에게 들어가는 각종 부담은 늘어난다. 30대부터 미리 계획을 짜고 실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셋째 체면을 버리고 자녀와 현실을 공유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한 자산이 얼마인지 정확히 산출해야 한다. 현재의 자산과 부채, 미래의 수입과 지출을 추정해보면 어느 정도를 노후 자금을 확보하고 자녀에게 지원해 줄 수 있는지 추산할 수 있다. 실제로 자녀와 대화해 보면 부모가 생각했던 것만큼 도움을 바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자녀의 뜻과는 상관없이 부모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지원해주다 보니 그것을 점점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의존적으로 변하는 자녀들도 많다. 자녀가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좋은 교육을 받기를 원하고 그만한 성과를 보여준다면 기꺼이 뒷받침할 수 있지만, 본인이 내키지 않는데 부모가 무리수를 둬가면서 자녀를 끌고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려서 세상을 뭘 알겠어' 하고 무시하지 말고 자녀의 생각을 존중하며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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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소신있는 직업 선택을 격려하라.
지금 당장 인기있는 학과 인기 있는 직업, 인기 있는 회사라고 해서 자녀가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도 그 지위를 유지하라는 법은 없다. 20~3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인기 기업 리스트 가운데 상당수가 바뀌거나 순위가 달라졌다. 세상의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덩치 큰 기업들도 한 시기를 잘못 읽은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기업이나 직업이 각광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호주청년재단이 2015년에 발표한 <새로운 직업 질서>라는 보고서를 보면 일반 학교 학생의 58%, 직업학교 학생 71%가 현재 배우고 있는 과정과 관련된 직업이 앞으로 10~15년 사이에 디지털 자동화 때문에 사라지거나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보고서의 결과를 두고 잭 오웰 호주청년재단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미래에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에 관한 것을 배우고 교육비 때문에 채무가 쌓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역시 문제다.”
호주의 이야기지만 우리와 놀랄 만큼 비슷하다. 20년 전만 해도 자녀가 게임 제작사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좋은 선택이라고 칭찬해 줄 부모가 있었을까? 자녀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부모와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지 말라.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자녀가 부모보다 훨씬 민감하고 개방적일 가능성이 높다. 자녀가 지금 관심을 가지는 직업이 당장에는 하찮게 보일지라도 미래 직업의 세계는 ‘만드는 자의 몫’이다.
다섯째, 경제교육을 철저히 시켜라.
심하다 싶을 정도로 돈을 사랑하는 나라에서 경제에 대한 개념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한 것이 실정이다. ‘어떻게 대박을 내서 마음껏 펑펑 쓸까?’ 이게 한국인들이 돈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자녀에게 제대로 경제 교육을 시키려면 일단 부모부터 경제를 알아야 한다. 돈과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자녀들에게도 개념을 심어주라. 그러면 우리 가계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빨라지고 독립심도 기를 수 있다. 물려줄 재산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자녀가 경제를 부모 세대보다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곧 효도이기도 하다.
자녀 리스크를 극복하는 방법은 부모에게 달려 있다. 부모 스스로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녀와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정보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소통이 원활한 부모 자식 사이가 되면 자녀는 위험이 아닌 선물이 될 것이다. 솔직한 것 이외에 더 좋은 것은 없다.
글 출처 - 김형래님의 30년후가 기대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