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론
#나무연작
#우리동네
- 淸風明月 -
인터넷에 빠진 이후 중단되었지만 오랫동안 독서일기를 써왔었습니다.
어릴 땐 작가가 꿈이었으나 신춘문예 커녕 백일장 한번 나가보지 않았네요.
결국 문단엔 한발도 못 들여놨지만 책은 많이 읽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소위 매니아 수준은 아니군요.
하드가 모자라 난해하거나 어려운 책은 잘 안보고 재미가 없는 책 역시 건성건성 읽어치우는 편이라
문단이란 산의 나무 하나하나는 잘 모릅니다. 그럴지언정 주마간산이나마 대강의 산 모습은 본다고 생각하는데...
해서 별 대단할 것도 없는 부스러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과거 한때 이원수라는 작가가 있었지요. 주로 기업물에 에로틱한 것을 섞어서
제법 잘나갔으며 비교적 다작이었습니다만 근자에 이원호라는 작가가 있는데 업그레이드 되었다 뿐일까,
똑같은 소재로 인기를 끌며 다작입니다.
이름이 비슷하면 다루는 소재도 비슷한 건지 묘한 일이지요.
비슷한 경우가 이문열과 이문구인데(존칭은 생략함).
두 분 다 자전적 성장소설을 비교적 많이 썼으며 둘 모두 아버지가 육이오당시
공산당 군당 책임자쯤 되어서 아버질 일찍 여의고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친 것이 공통점이군요.
물론 행적은 많이 다릅니다.
이문열은 천재인데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해야 된다는 제 주의로 보기엔
간혹 외도를 하는 듯하여 좀 못마땅하네요.
각자의 소신이나 사상이야 자유겠고 어쨌든 제 진짜 취향은 해학 풍자 쪽입니다.
특히나 보령과 제 고향은 가까운 편이라 정서가 맞아 떨어져서인지 전 이문구선생의 열성팬이었습니다.
(코메디안들 절대다수가 충청도출신이라는 것도 묘한 일인듯)
수필이나 산문등도 모든 게 제 마음에 절절이 녹아들었으므로 꼭 한번 찾아뵙고
탁주라도 받아드리고픈 이가 바로 이문구님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2003년 봄도 오기 전에 타계했지만 그분이 남긴
[관촌수필]이라든가 우리동네연작, 나무연작등은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해학적인 면에서는 누구도 못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뭉하고 능청스럽고 어깃장 많은 충청도 농촌사투리를 그 만큼이나
감칠 맛나게 녹여내는 이가 또 나올지 의심스럽네요.
얼핏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뙤뚱하게, 능갈치다. 갱기찮다. 개갈안나다. 소가지, 작것,등....충청도 방언의 특징은 죙일, 굉일, 니열모리, 뇡민, 짐치, 싀, 금찰(검찰), 깅찰(경찰)처럼 ㅓ발음이 취약하지 않나 싶고 모음에 ㅣ를 덧붙여 강조하는 버릇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모음을 ㅡ로 뭉뚱거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고...특히 인명등이 그런데 가령 김일성을 짐일셍으로 영상을 영생이로 승복을 승뵉, 승봭이로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이문구님은 우리고유의 언어를 많이 발굴 연구하여 써오기도 했으며
리얼한 생활언어 취재도 많이 한 성 싶습니다. 예를 들면
/ 대번에 중 본 전도사 낯짝을 허더라구 / 소 팔러 가는디 개 따라나서듯이 그냥 따라나서봤슈 /
국산은 이런 거 있두 않유 / 사램을 잡어두 제법 종합적으루다 잡으닝께(종합병원을 보고) / 서방해간 촌년과부....
많이 생각은 안나도 ‘중 본 전도사 낯짝’ 이라니 절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요^^
타계 삼년전 암투병을 하며 낸 나무연작 작품집의 제목이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 인데
아아~ 이 얼마나 근사한 문구인가요?
나이가 들어선지...아니면 각박하고 피곤한 세파라선지 개인적으로 더욱 닿아오는 절구입니다.
하여간 위로는 그 방면의 泰斗라 할 김유정외에 다른 사람을 못 찾겠고
외국작가로는 마크트웨인만한 이가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점잖은 작가들 작품은 솔직히 제가 읽기엔 좀 따분하고 재미도 덜한 것 같습니다.
어떤 것들은 아무리 해설과 서평을 보고 두어 번을 곱씹어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밖에
안되는 것도 수두룩한듯 싶습니다.
역량도 안 되는 어린 축들이 쏟아내는 말초신경만 건드리는 종이 값도 아까울
쓰레기들은 또 얼마나 범람하는가요.
아아~ 책은 많으나 영양가 있고 재미도 많은 책이 드문 시절 같습니다.
2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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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책 제목은 김명인의 시 <의자> 에서 차용한 거랍니다.
저자의 선택인지 출판사의 뜻인지 알수는 없지만...
빌어서 부언하자면 고인은 문학관이나 상 같은 거 일체하지 말라고 유언한 모양이고
화장하여 묘비 한장 안 남겼다는...
** 부친이 6,25때 총살당하고 두형 마저 대천 앞바다에 산채로 수장당했다는데...
그저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문학에 투신한 사연도 가슴 시리지만...
*** 언젠가 읽은 기사 회고에..명천은 실천문학 출판사를 오래 맡아 했는데...
나이 어린 부하여직원에게 절대 반말 안하고 꼬박 존대를 했다는 일화를 듣고 감동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별별 엽기 미투등 많은데, 그 시절에 성희롱이나 성차별 커녕 명천은 진정 남자였던 것 같습니다.
**** 위책 소개를 더 덧붙이자면, 잡초같은...이름은 있으나 하찮게 무시되는 잡목 8개의 이름을 빌려
장곡리 고욤나무식으로 여러 농촌 하층민의 애환을 그려낸듯 합니다.
***** 한때 '울내'에 꼿힌 적이 있어 찾아헤맨 적이 있었네요.
길어질까봐 줄이지만 보령에 명천동이 있고 '울음내' ....
이문구님이 아호로 명천을 썼다기에 아~! 한 적이 있습니다.
2003년 2월 노무현대통령 취임날 작고.
2022,3 잠파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