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화요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학자 기념일-요한 3장7-15절
"새로 나야된다."
<적어도 80까지는>[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귀가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택시를 탔습니다. 개인택시 기사님의 서비스는 제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습니다.
꽤 연세가 지긋해 보이셨던 기사님(아마도 제 부친 뻘 되어
보이시는)께서 아직 새파란 제게 깍듯이 인사를 건네시는
바람에 갑자기 저는 무안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날씨가 많이 더워졌죠?"
갑자기 요즘 보기 드문 "과잉친절"을 받은 저는 너무나 황송해서 어쩔 줄을 몰랐지만, 진심으로 감사 드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집에 도착하기 직전 그 어른께서 제게 하셨던 말씀은 너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 일흔이 넘었지만 자식들 신세지지 말고 건강 허락하는 날까지 열심히 뛰어야지요. 개인 택시, 이거
이래봬도 무시 못합니다. 슬슬 해도 하루 칠 팔 만원은 거뜬히 벌지요. 하긴, 택시 몰다보면 별 사람 다 만나고 속상하는 일도 많이 생기지만 그러려니 합니다.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쉬운가요? 나이 들수록 허세 부리지 말고, 뒤로 빼지도 말고 더 열심히 살아야 됩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80까지는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연로하심에도 불구하고 겸손과 성실의 미덕을 지니신 기사님의 삶은 제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어제에 이어 "새로 나야 된다"고
강조하십니다.
새로 난다는 말은 "내가 올해로 종신서원한지 몇 년짼데"
"이 몸이 올해 몇 살인데" 하는 마음먹지 말고 매순간 새롭게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새로 난다는 말은 내가 사젠데" "내가 수도잔데" "내가 누군데" 하는 마음 갖지 말고 매일 겸허하게 자신을 떠난다는
말입니다.
새로 난다는 말은 나이 들수록 삶의 연륜이 쌓여갈수록 교만해지지 말고 조심조심 시작했던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새로 난다는 말은 순간순간 우리라는 작은 자아를 포기하고 크신 주님의 머물기 위해 모든 집착에서 떠난다는 말입니다.
새로 난다는 말은 죽는 순간까지 새 마음, 첫 마음, 소박한
마음, 겸손한 마음을 지닌다는 말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죽은 지 오래된 뿌리만 남은 나무등걸에서도 새순이 돋게
하는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죽은 지 오래되어 살 썩는 냄새만이 진동하는 라자로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신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갖은 죄와 악행으로 오염된 우리 영혼에게서도 생명수가
솟게 하시는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