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세모(歲暮) 선물 - 유기견 입양/ 이영성
임진년 마지막 날인 어제, 딸 실비아가 유기견보호센터에서 개 한 마리를 데려왔다. 나이가 한 살 정도 된 수컷 잡종견이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때문인지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털이 부석부석했다. 성남 모란시장에서 구조했다는데 보호기간이 다돼 하루가 지나면 안락사 시킬 예정이었단다. 필시 누군가가 데려가지 않으면 죽게 될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 안타까워 무턱대고 데려온 것이리라. 개는 새로운 환경에 몹시 어리둥절했다. 눈치를 보며 사람 주위를 빙빙 돌다가 안아주려 팔을 뻗으면 뒷걸음질 쳐 냅다 달아났다. 버려진 뒤 여기저기 떠도는 동안 자기를 해코지한 사람들이 두려워진 탓이리라. 실비아는 이 개에게 늘 웃고 지내라며 ‘치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실비아는 지난 몇 해 동안 용인에 있는 시각장애인안내견센터에 봉사활동을 다녔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다녀올 때마다 은퇴한 안내견 한 마리를 데려다 기르면 어떻겠느냐며 떼쓰듯 졸라왔다. 하지만 안내견들이 본시 온순하다고는 하지만 아파트에서 기르기에는 몸집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도리질을 쳐왔다. 게다가 이미 '밍키'라는 이름의 열세 살 된 미니어처슈나우저종 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기에 개 입양에 극구 반대했었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던가. 실비아는 치즈를 데려와 막무가내로 동의를 강요했다. 그리고 실비아의 고집이 아니더라도 안락사 직전에 겨우 살아난 개를 어찌 돌려보내겠는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치즈’를 한 가족으로 맞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치즈’는 잡종견답게 몸집이 ‘밍키’의 세 배나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정에 굶주렸기 때문인지 귀찮을 정도로 밍키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또한 수컷 개들이 의례 그렇듯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영역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가족들 모두 걸레를 들고 따라다니며 뒤처리하기에 바쁘다. 우리는 미운 정이 고운 정으로 바뀔 때까지 새 가족인 치즈에게 크게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또한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족의 이름으로 깊은 정을 나누게 될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치즈가 잡종견치고는 꽤나 잘 생겼다. 새해에는 우리 가족들 모두 치즈와 더불어 더욱 건강하길 빌었다. 헤이! 미스터 치즈, 가까이 오렴. 이젠 두려움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우리와 함께 즐겁게 지내자꾸나.
첫댓글 우리 집은 요즘 완전히 개판입니다.
똘똘이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