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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는 정문 옆 260미터의 담장을 없애 녹지를 조성했다.(위, 중대신문 제공) 이 곳 '걷고 싶은 거리'는 학생과 주민들의 좋은 산책로가 되고 있다. ⓒ미디어다음 이성문 | |
중앙대학교 정문 옆 '걷고 싶은 거리'는 담장을 없애 녹지를 조성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앙대는 지난 해 10월 정문 옆 담장 260미터를 없애고 조형물과 벤치를 들여놓는 등 공원을 조성해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보행자에 한해서 학교가 자연스럽게 전면 개방되는 효과도 얻었다. 좁았던 인도 폭도 4미터나 늘어났다.
'걷고 싶은 거리'에서 만난 박석윤(69)씨는 "동네 노인들과 함께 거의 매일 산책을 나온다"며 "정문에서부터 호수까지 한 바퀴 돌아 오는 것이 고정 산책 코스가 됐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공원하나 없는 삭막한 흑석동에 숨통을 틔워줬다는 것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생, 교직원,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도 최근 캠퍼스 내 개운산 뒷길 1800미터를 헐고 투명 펜스를 설치했다. 연세대 등 신촌 일대의 대학들도 담장을 허물고 캠퍼스를 주민들에게 개방할 방침이다.
송파구 근린공원과 송파 초등학교 사이에는 나무로 경계를 만든 것 말고는 담장이 아예 없다. 낮 시간에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은 운동장에서 해맑게 뛰어 노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어린 손자와 산책을 나온 한 주민은 "꺄르르 웃어대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맘이 절로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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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든 송파1동의 한 주택. ⓒ미디어다음 이성문 | |
서울시는 '그린파킹 2006'이라는 이름으로 녹지를 갖춘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담장 허물기 운동도 병행할 방침이다. 시범 지역을 선정해 공사비와 조경비를 지원해 주고 골목별로 폐쇄회로TV도 설치하는 이 계획은 '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시범 지역은 광진구 능동, 성북구 동선2동, 서대문구 북가좌2동, 송파구 송파1동 등으로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1동 주택가에는 지금도 골목 마다 2~3채 꼴로 담을 헐고 주차장을 만들어 주차난을 해소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6년까지 서울 시내 주택가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는 모습이 없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개인주택의 담장을 허물어 녹지와 주차장을 동시에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송파1동의 한 2층 단독주택에서는 담장을 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담장을 허물고 마당을 주차장으로 썼다가 공간이 너무 좁아지자 다시 담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공사감독을 맡은 김모씨는 "차 한 대 분의 공간도 모자라 차라리 마당으로 쓰려고 하는 모양"이라며 "담장은 1미터 60센티 정도 높이로 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담장 허물기 사업은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속속 도입하고 있다. 춘천시는 올해 담장을 헐어내는 주민들에게 가구당 최고 200만원까지 지원키로 하고 9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춘천시는 담장 허물기 운동과 함께 신축 건물에 가능하면 담장을 짓지 않도록 건축 설계사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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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관공서는 보안 등을 이유로 담장 허물기를 꺼리고 있다. 사진은 담장을 허문 동작구청과 종암경찰서. ⓒ미디어다음 이성문 | |
서울시 조경과 홍성실 주임은 "담장을 허물고 녹지를 확보할 경우 이웃간의 정이 돈독해질 뿐 아니라 학교의 경우 교육적인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구 담장 허물기 운동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북대 김용수 교수(조경학)는 "전국적으로 확산된 담장 허물기 운동은 대부분 관공서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대구처럼 개인주택으로까지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운동을 처음 도입한 김 교수는 "자연 속의 공간에 내 것 네 것이 따로 있지 않다"며 "필요하지 않는 곳의 담장을 허무는 것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대구 광명타운, 집집 마다 주차장
"여기가 담장 없는 마을로 유명한 곳이라구요?"
그럼에도 이 곳은 최근 서울 등 자치단체와 대학 건축과의 견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경북대 하재명 교수가 주거환경 개선의 본보기로 이 마을을 소개한 이후 더욱 유명해졌다. 관리소 관계자는 "20년 전에 이 마을을 지을 때부터 집집마다 주차장을 지었다. 견학이 줄을 잇는 것은 집과 도로 사이에 만든 주차 공간이 좋은 사례가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타운에서 만난 한 40대 주부는 "20년 전에 집집마다 주차장과 승용차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부촌이었는지 상상이 갈 것"이라며 "지금도 주변 쇼핑 환경이나 학군이 좋아 주민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광명타운 측에 따르면 전체 68가구 중 8가구는 외국인이 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