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랫동안 CEO들을 대상으로 심리클리닉 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가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경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경영자들이야말로 ‘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변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성격이 곧 운명이다’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도 참 오래됐다. 이 문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그 의미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최근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성격과 운명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잡스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성격이 꼬이고 뒤집혔다. 까칠하고 집요하다. 그러나 잡스의 성격이 괴팍하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불멸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까? 대답은 명백할 것 같다. 아니오. 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잡스처럼 뛰어난 사람만 성격이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성격은 인생에서 운명을 만들어 갈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요즘을 ‘개인화 시대’라고 한다. 심리학적인 명칭을 붙이면 ‘나르시시즘의 시대’라고 할 정도다. 과거에는 개인의 특성이 지금처럼 중요하지 않았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런 시대적인 특성을 ‘모호하고 다양하며 권위를 우습게 여기고 이데올로기나 진리, 철칙 대신 온갖 형태의 공연이 펼쳐지는 시대’라고 정의했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개인의 시간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톰 피터스는 “미래에는 개인이 군대가 되는 시대다. 총천연색의 시대”라고 밝혔다. 모두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이나 조직의 인적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기업이나 조직의 명운이 핵심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핵심인재를 가려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경영진은 고민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고민을 가진 경영진과 오랫동안 논의해왔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결론은 간단하다. 그의 성격이 곧 운명이다.
특히 핵심인재에서 리더로 올라가는 사람은 여기에 더 부합해야 한다. 리더가 되려면 자신의 성격과 기질이 성공에 미치는 오묘한 영향력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인격적인 성숙을 이뤄내기 위한 노력이 동반될 때 그의 리더십은 마침내 빛을 발할 수 있다.
인격은 정신의학에서 성격, 기질, 지능 등이 합쳐진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사고, 지각 등이 지속적으로 보이는 양상을 말한다. 인격은 한 개인의 습관적이며 전형적인 행동양식이다. 또한 자기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알 수 있는 척도다. 인격은 유전과 환경적인 영향의 상호 작용에서 발달한다.
반면 성격은 태어날 때부터 활동성, 각성, 사회성에 영향을 주는 성향이다. 인격의 생물학적인 측면을 말한다. 어떤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생기는 정서적인 반응이다. 다분히 유전적이다. 성장하면서 태도와 대인관계 방식이 굳어진다. 다시 말해 성격은 기질이라는 원재료를 바탕으로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형성된다. 또 사회문화적인 학습의 영향을 받아서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발달한다.
매슬로는 인간은 모두 우주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그 욕구가 인간을 성장시키고 발달하게 만들며 자아를 실현하고 성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시 말해, 심리적인 성숙과 건강을 향한 잠재 능력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었다. 그는 인간이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에 영향을 받지만 그 희생물이 될 수는 없다고 믿었다. 오히려 변화하고 성장해서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까지 스스로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매슬로는 인간이 자아를 실현하려면 내적으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먼저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를 알지 못하면 스스로를 존중할 수 없다. 공자는 “너희들은 내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너희들에게 숨길 것이라고는 없다. 내가 행하는 일을 너희에게 보여 주지 않은 것이 없으니,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말했다. 매슬로의 주장은 공자의 말과 맥락을 같이한다.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은 남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매슬로는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은 성격적인 특징이 자신을 포함해서 주변 세계에 있는 물체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물이 축축하다고, 바위가 단단하다고, 나무가 푸르다고 불평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본성을 수용한다.
그들은 자신을 왜곡하거나 변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다. 올바른 성격발달은 자기 기질에 대한 수용과 자각에서 출발한다는 매슬로의 주장과 일치한다. 자신을 포함해서 타인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격 성숙이다. 기질과 성격검사 척도에서 인격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격과 기질을 분명히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욱 분명하게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또한 잠재능력을 온전히 발휘해서 자아를 실현한다. 리더십의 근본이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인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다.
프리츠 펄스는 “장미는 캥거루가 아닌 장미로서 그 자신을 실현하고 코끼리는 새가 아닌 코끼리로서 그 자신을 실현한다”고 말했다. 장미가 장미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 자신을 아는 사람만이 자기 삶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에서 스스로의 성격과 기질을 고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여러 기업과 조직이 핵심인재에 대한 심리평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심리평가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 실제적이고 입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다. 심리평가를 한 번이라도 받은 사람은 한결같이 “좀 더 일찍 심리평가를 받았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난 뒤 어떻게 행동해야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게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가 개인화할수록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리더로서 온전한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 mind-open@mind-open.co.kr
양창순 대표는 정신과, 신경과 전문의로 현재 마인드앤컴퍼니 대표다.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주역과 정신의학, 리더십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미국의사경영자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