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처럼 살라
마음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중학교 3학년 때 산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집에 있던 시인데, 이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 선배들은 모두 알고 있는 시가 아닐까 싶다.
몇 년 동안 서점 베스트셀러를 지키고 있는 그의 시는 시 속의 주제가 요즘의 타 시인들처럼 '사랑'에 국한 되지 않는다,. 여행 속에서 느낀 그의 생각, 여행을 통해 자리잡은 그의 사상이 시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라는 그의 외침. 중얼거리고 있으면 사심이 사라지는 기분,-마치 불경 테잎을 듣고 있는 것처럼-이 들어 어느새인가 부터 입에 붙어버린 시이기도 하다.
그는 때로는 소금을 때로는 고구마를 심지어는 속눈썹까지, 모든 사물을 '시화'시킨다. 그저 평범할 뿐인 ,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아무도 눈 여기지 않는 들풀을 통해 이야기한 '무소유'처럼 어떤 사물 하나도 그에겐 감동이 되고 시가 된다.
그의 인도식 사상을 난 좋아한다. 때문에 난 그의 시 중에서도 들풀이라는 시를 가장 좋아한다. 그의 사상이 가장 잘 드러난 시이기 때문이다. 너무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신의 뜻이라면...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을 뿐...'이라며 태평하기만한 그들의 생각이 가끔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시 속의 표현 때문인데... 처음 시를 읽었던 중학교 때는 무언의 언어로 노래 부르라.. 는 구절이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아 그저 외우기만 했던 기억이 잠시 났다.
추신.... 시집없이 외워 적은 시라서 행의 순서가 어쩌면 틀릴 지도 모르겠다.... ^^;;; 마지막으로... 늦은 숙제이지만, 자랑하고픈 맘에 그의 시 한 수를 더 올려본다..... 사실은 원래 쓰려고 했던 게 밑의 것인데 왠지 진한 표현^^;; 들이 걸려 그만 둔 것이다.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
너는 내 최초의 현주소
늙은 우편 배달부가 두들기는
첫번째 집
시작 노트의 첫장에
시의 첫문장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른 사람들은 너를 너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
너는 내 입 안에서 밤을 지샌 혀
너는 내 안의 수많은 나
정오의 슬픔 위에
새들이 찧어대는 입방아 위에
너의 손을 얹어다오
물고기처럼 달아나기만 하는 생 위에
고독한 내 눈썹 위에
너의 손을 얹어다오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
내가 그걸 원하니까
나는 늙음으로 생을 마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바닷새처럼 해변의 모래 구멍에서
고뇌의 생각들을 파먹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내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넌 알몸으로 내 앞에 서 있다
내게 말해다오
네가 알고 있는 비밀을
어린 바닷게들의 눈속임을
순간의 삶을 버린 빈 조개가 모래 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을
그러면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만 너를 위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