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23-24화
동백의 가게 앞. 돈을 가지고 도망쳤던 향미는 갈 곳이 없어 캐리어를 끌고 결국 동백에게 돌아온다.
향미:내가 아주 나 죽을 자리를 찾아 가는구나. 암만 동백이라도 가만히 있겠냐고. 하.. 그래도 어떡해. 갈 데가 없는 걸. 집이라는게 진짜 사람 잡는거네.
동백:(마침 배달음식을 가지고 나와 오토바이에 싣는 동백. 시동을 걸지 못 한다)
향미:저 언니 진짜 짜증나.
동백:(향미를 아직 발견 못 한다)아이씨 망할 년. 미순이 진짜 나쁜년이네.
향미:아 비켜요. 아 시동도 못 걸면서 뭔 배달간다고 나서요.
동백:니가 가게?
향미:(눈시울이 붉어지며) 그리고 앞으로 2인분 이상만 배달한다고 딱 써 붙여요. 오삼 하나가 뭐야 오삼 하나가. 아 다방에서도 한잔은 배달 안 해.
동백:그러면 뭐 오삼불고기는 혼자 사는 사람은 아무도 못 먹게?
향미:언니가 지금 남의 오삼 걱정 할 처지예요?
동백:너 울어?
향미:아 왜 묻지도 않아! 너 진짜 바보냐?
동백:아이고 헛똑똑이 헛똑똑이. 돈 삼천 들고 튀지도 못 할거를 울기는.
향미:도둑년 머리채라도 잡아야지. 아 왜 자꾸 사람을 쪽팔리게 해? 너나 나나 인생 바닥이고 쌤쌤인데 왜 너만.. 너만 그렇게...
동백:(눈시울이 붉어진다. 웃으며) 너? 이제 그냥 말 놓는거야? 나보다 언니지 그치? 93은 좀 너무 양심 없없어 너.
향미:지가 부모 사랑을 받아봤어, 세상 대접을 받아봤어. 사랑 받아 본 적도 없는 년이 뭘 그렇게 다 퍼줘? 왜 맨날 다 품어?
동백:뭐야 내 팔찌 가져간거야 그거? 게르마늄 돈도 안 되. 다 끊어질라 하는거 그거..
향미:너 기억하려고. 그 놈의 동백이 까먹고 살기 싫어서 가져갔다. 왜. 너 가게 이름 드럽게 잘 지었어. 동백꽃 꽃말덕에 니 팔자는 필거야.
동백:꽃말이야 다 좋지 뭐
향미:드럽게 박복한 꽃말도 있어. 너 물망초 꽃말이 뭔 줄 알아?
동백:물망초?
향미:나를 잊지 말아요. 너도 나 잊지마. 엄마니 동생이니 다들 나 제끼고 잘 사는데 너 하나는 그냥 나 좀 기억해주라. 그래야 나도 세상에 살다간 것 같지.
동백:(향미의 눈물을 닦아주며) 왜 그래 향미야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향미:(헬멧을 쓰며) 소맥에 짜글이 말아놔. 맛있으면 내가 어떻게든 니 돈은 갚고 갈게.
(향미는 배달을 가고 동백은 그 뒷모습을 오래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