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4일 (주) >
오늘 오전 예배는 루스키교회에서 드리기로 했다. 10시에 시작이라 8시에 떠나야 했다. 송 장로가 프로클라드니에 데려다 주고 그곳에서 사모님과 통역 아브로라 목사님을 픽엎하여 같이 루스키로 갔다. 루스키 교회의 김잔나 목사 남편이 우리를 데리러 와 있었다.
가는 도중에 사모님은 목사님이 떠나시기 전의 일들을 이야기하였다. 목사님은 이미 떠나실 것을 아시고 잘 준비해 두셨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는 선교 예금 통장의 비밀번호도 러시아말로 써 놓으셨고, 모든 것을 잘 정리해 놓으셔서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전에는 자기가 목사님의 선교를 돕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돌아가시고 보니 자기는 전혀 한 일이 없고 모두가 목사님이 하신 일들이었으며, 자기는 그저 목사님의 그늘에 있었을 뿐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우리와 주님과의 관계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옛날에는 부모가 죽으면 맏아들이 무덤 옆에 초막을 짓고 삼년 동안 있었다는데,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이란다.
그루지아에 선교의 문이 열리면서 자기도 그곳에 가서 일해 보고 싶었는데, 목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절대로 가지 말라고 하셨단다. 그곳에는 많은 선교사들이 들어갈 것이고, 선교사들끼리 알력이 있어서 안 좋은 소문도 만들어낼 터인데, 왜 그런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들어가려고 하는가라고 하셨단다.
이제는 이곳에서 인터넷을 통해 선교 후원하시는 분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이 지역 교회들을 순회하면서 도와주는 길을 찾으라고 하셨단다.
L.A.와 시카고 등지에서 보내온 조의금이 10,000불쯤 되는데, 그것으로 조그만 한국 차를 하나 사서 친히 운전을 하면서 돌아다니려고 하신단다.
김잔나 목사는 러시아인으로서 고려인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였다. 그러나 맏아들이 자폐아가 되어 평생 이렇게 돌봐 주어야 하고, 시어머니마저 눈이 안 보이게 되어 그를 도와야 한다. 남편이 이런 일들도 인해 한때 방황하고 타락하였지만, 이제는 마음을 잡고 잘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차를 몰고 우리를 데리러 온 것이다.
가는 도중에 남쪽 동네에 들러서 할머니들과 어린이들을 가득 태우고 교회에 도착했다.
루스키교회에는 러시아인 그룹과 집시 구룹이 있다. 전에 길가에서 집시 여인 한 명을 태워준 일이 있었는데, 자기는 아이들을 25명 낳았다고 하여서 거짓말인 줄로 알았단다. 그런데 그의 집에 가보니 정말로 아이들이 가득하였단다.
그 여인은 병원에서도 못 고친다고 하여 이렇게 집에 돌아왔는데, 며칠 후에 아이들이 교회에 찾아와서 자기 엄마가 죽었으니 장례를 해 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가 보았더니 십자가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십자가가 러시아 정교회에서 만든 것 같은 것이 아니고 열십자 십자가였다. 그들을 모아서 예배드리는 것을 서울의 영서교회 젊은 목사님이 보고는 여기에 교회를 세워주겠다고 하여 이 루스키교회가 세워졌다고 한다.
교회에 이르니 율동 찬양팀이 열심히 찬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인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아브로라 목사님이 통역을 하고 로마서 15:29 “그리스도의 충만한 복”을 설교하였다. 작은아들이 앞에 앉아서 OHP로 찬송을 비추면서 돕고 있어서 기특하였다.
예배 후 시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기도해 드렸다. 교인들에게는 스타킹과 양말을 나누어주었다. 나는 잔나 목사 남편에게 런닝셔츠와 양말과 볼펜을 주었다. 점심을 먹고 큰아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고, 작은아들도 다리에 문제가 있어서 수술을 했으나 또 해야 한다고 해서 기도해 주었다. 이 집에 잔나의 시누이의 딸도 맡겨져 6년이나 같이 있다고 한다. 잔나의 처지와 고생이 너무 안 되었다. 인생이 왜 이리도 고달픈 것일까?
이런 가정적인 문제보다 더 큰 것이 있다. 이 교회 옆의 큰 건물을 샀는데, 그 건물 안에 있는 창고를 세 들어 있던 사람이 빼주지를 않는다. 물론 돈도 내지 않는다. 더구나 교회 바로 옆에 무허가 건물을 세워서 가게를 하면서 오히려 교회를 얕보고 큰소리치며 버티고 있단다. 도무지 법이 통하지 않는 나라다. 고소를 하면 재판이 한 없이 길어지고 돈 싸움을 하게 되니 그것도 소용이 없단다.
그뿐이 아니다. 한 불럭 오른쪽에 정교회가 있는데, 전에는 사제가 없었으나 최근에 젊은 사제가 하나 왔는데, 이 루스키 교회를 이단이라고 하면서 그곳에 가지 말라고 선전하고 다녀서 전도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그 사제가 요즘은 도박에도 손을 대고 술이 취해서는 친구와 자동차 경주도 한단다. 그래도 경찰은 손도 못 대고 있단다.
2시에는 마약중독자들의 재활원 교회에 갔다. 모즈독교회의 담임 목사가 인도하고, 그 재활원교회 목사가 기도하고, 내가 “너희는 나의 친구라”(요 15:13-15)라는 제목으로 설교하고, 이순양 사모님이 통역하였다.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더 많은 교회였다. 마역중독자도 역시 남자가 많다. 이곳에서 3개월쯤 치료하면 많이 좋아진다고 한다. 6개월쯤이면 퇴원도 하는데, 현재의 목회자도 그런 출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는 이 사람들 중에서 이들을 위한 목회자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