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박래녀
책은 꾸준히 읽고 있지만 요즘에는 독후감 쓰는 것에 인색하다. 읽고 나면 여운이 남아야 하는데 금세 다 잊어먹기에 나이 탓이려니 하고 덮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딸이 생일선물로 사다 준 2015년 노벨문학상을 탄 책 한 권이 방사능에 무심했던 내 뇌를 활성화시키게 되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 작품집 <체르노빌의 목소리>.
‘체르노빌은 우리의 미래다’로 시작되는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후기를 꼭 써야 할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체르노빌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 연대기니까. 앞으로 또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니까. 몇 년 전 쓰나미가 왔을 때 일본에서도 원전 사고가 있었다. 방사선이 유출 되었다고 했다. 황토벽에 비가 스며들듯이 자연과 인간 즉, 생태계에 천천히 스며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방사선이란다. 사람이 방사선에 피폭되면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적어도 7세대까지 유전된단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대를 이어 고통당하고 있다.
다시 일본에 원자력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일본 해역에서 잡힌 생선과 해산물은 모두 방사선에 오염되었으니 먹지 말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었다. 방사선에 오염된 생선 중에서 고등어가 가장 방사선을 많이 빨아들인다고 고등어를 먹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고등어는 그래도 비쌌다. 표고버섯도 방사선을 끌어들인다고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소나무 숲에 둔 표고버섯을 열심히 따 먹고, 고등어도 싸기만 하면 잘 사 먹는다. 등 푸른 생선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고 하니까. 벨라루스 인근 농촌마을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사람들처럼. 그들은 방사선에 오염된 것으로 식탁을 차린다. 그것이 그들에게 생존이니까. 우리나라가 만약 방사능 영향권에 들어갔다면 우리도 역시 그렇게 먹고 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방사선에 오염된 것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변이를 일으킨다. 방사선 사고가 터진지 올해로 29년짼데 체르노빌 인근에 있는 도시 벨라루스 국민의 평균 수명이 55세라는데 놀랐다.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수명이 82세라는 말을 들은 지 몇 년 됐다. 지금은 평균 수명이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암과 같은 질병이 만연하고, 온갖 형태의 기형아가 태어나고 기형 동물, 식물, 곤충이 태어난다. 인터넷을 뒤져 사진을 보았다. ‘체르노빌은 우리의 미래다’라는 슬로건이 맞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1986년 4월 26일에 체르노빌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터졌다. 체르노빌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북쪽에 있는 도시 이름이다. 제 2차 세계 대전 때 일본의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수백 배에 이르는 방사선 핵종이 퍼졌다. 그때 공산체제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유도 모르고 끌려가 해체작업을 했던 노동자들, 군인들, 그런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유럽이 현재 건재할 수 있었다는 말도 한다. 29년이 지난 현재까지 체르노빌에는 사람이 살지 못한다. 여전히 방사선이 높게 나온단다. 그 곳을 여행 상품으로 개발하여 광고를 한다니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다. 대한민국도 안전하지 않다. 아니, 세계는 안전하지 않다.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는 한. 우리는 안전 불감증에 걸려 산다.
체르노빌 사건이 터진 후 10년 사이에 사망한 사람이 100만 명은 넘는다고 했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한 사람의 작은 실수로 나라 전체가 망했다. 체르노빌은 아직도 불모지다. 방사선이 계속 나오고 있다. 땅에 묻은 방사선은 나무나 식물의 뿌리를 통해 지면으로 올라와 잎에서 발산된다고 한다. 체르노 빌레츠라 분류된 사람들, 방사능에 피폭 당했거나 당한 사람들의 가족, 체르노빌 주변에 살다 소개 된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사는 사람들, 체르노빌 주변 마을과 도시, 동네 사람들, 그들을 체르노 빌레츠라고 한다. 살아있는 실험대상자이며 체르노빌은 거대한 실험실이라는 말도 한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소설이라기보다 인터뷰 기사 모음집 같은 거다. 체르노빌 사건이 터지면서 거기 살았던 사람들, 군인들, 과학자들, 해체 작업을 하러 끌려가거나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영웅 심리에 반해서 스스로 달려갔던 사람들, 그들이 체르노빌에서 돌아와 죽은 후 그의 가족들이 겪은 참상들, 방사선에 피폭 되어 장애인으로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녹음하여 실은 책이다. 핵전쟁만큼 무서운 전쟁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한가. 안전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 온갖 암으로 투병중인 사람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으니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그냥 읽어보라. 우리가 사는 곳이 천국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첫댓글 그렇군요 ^^
무시무시한 인간의 욕~심이 불러 일으킨 재앙 입니다.
추천도서 감사합니다. _()_
ㅋ 소름 돋아요. 자연방사선이란 것이 있다네요. 소량이라 인간의 삶에 유익한데. 문제는 방사능에 오염된 자연이 품어내는 방사선이 문제라네요. 좋은 하루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