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3일 해피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한 살 먹은 해피가 97년 12월에 우리 집에 와서
아직은 한참 더 살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별을 하게 되었네요.
낯선 우리 집에 와서 소심하게 침대 밑에 있던 아이와
어색하게 인사하던 게 생생합니다만
지금은 곁에 없다는 것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옆구리에 해피가 없으니 정말 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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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결석과 고혈압, 숱한 안과 질환, 귓병, 피부병으로
늘 약과 연고를 끼고 살았던지라
해피가 가고 난 뒤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을 주체 못하겠더군요.,
원장님은 올 해부터 계속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했지요. 장수했고 이제 가더라도 원이 없을 거라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원장님이 왜 이러시나,,허허,,우리 해피는 20살까지는 살건데,,,
라며 어이없어 했는데 말이죠.
8월 한 달은 잘 먹지도 못하고 몸도 잘 못가눠서 똥 누다가도 넘어지고
나중엔 오줌도 스스로 누지 못해서 울고...
새벽에도 몇 번씩 깨서 소리를 지르면 오줌과 똥을 누게 했었어요.
그래도 다시 회복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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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억지로 물과 쥬스를 먹였는데
그게 잘한 일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고통을 연장시키는 건 아닌지...
죽음을 알고 스스로 준비한다는데 내가 그걸 방해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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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면서 언니 올 때까지는 기다려줄거지? 라고 했더니
정말 기다렸다가 제 품에서 갔습니다. 힘든데도 참고서...
<팻로스>책에서 보니 편안하게 보내줘야 한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지요. 그게 안되더라고요.
몸이 아직 따뜻해서 마사지도 하고 두드려도 보고 이름도 불러 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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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소심하고 참하고 먹기를 즐기던 해피는 그 장마 기간에 언니 힘들까봐
딱 하루 맑았던 그 날 갔습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러브펫> 가는 길에 하늘이 어찌나 환상적으로 멋지던지
잊을 수 없겠지요..?
장례식장은 처음이라 그런지 좀 초라하긴 했지만
진지하게 염을 하고 절차를 진행해서
저도 차분하게 해피를 보내기에 적절했습니다.
가격은 40만원 이상이었어요.
(화장, 염,수의,유골항아리)
장례식장 마당에 있는 누렁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늘 소심했던 성격이라 납골당은 하지 않고
항아리에 받아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날 좋을 때 뿌려주거나
심으려고 가져 왔습니다.
제 방에 두었으나 아프신 엄마때문에
제 직장 책상에 올려주었지요.
한동안은 손수건을 늘 손에 가지고 있었어요.
시도 때도 없이,, 별 일도 아닌 일에도 눈물이 펑펑 나더군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요..
해피때문에 바뀐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운전도 하게 되고, 차
도 사게 되고,
동물복지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채식도 하게 되고
이제는 다른 죽음에도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네요.
정말 작은 생명이 저에게 끼친 영향은 크네요.
정말 고맙다,,,,해피야~~~
평화로운 곳에서 고통 없이 뛰놀렴....사랑해~~
첫댓글 부엉이 생각이 드는 예쁜 눈을 가진 해피, 많은 병을 견디었음에도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언니가 잘 보살펴 주어서였을거예요.
지금은 아주 편히 쉬고 있을것 같습니다.
해피 나이가 딱 우리 예삐와 같네요..많은 병마와 싸우느라 해피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지금은 고단한 육신이 편안해졌겠지요..해피야 이젠 아프지 않지?
해피를 보내는 언니의 애틋한 마음이 함께 느껴집니다.. 우리모두 맘속으로 한번씩은 가져본생각이지요.. 아이를 편하게 보내주는것.
저희들이 다 그렇듯 해피언니도 해피 덕분에 참 많은 변화를 겪으셨네요. 고맙고 고마운 아이들.
저렇게 예쁜 해피가 가기 전에 좀 아팠지만 그래도 지금은 사진 속 저 모습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잘 있을 겁니다.
해피가 그곳에서 평안하기를 함께 기도드립니다.
해피야, 이름처럼 그곳에서도 행복하거라.
해피언니도 기운내세요. 언젠가 곧 저희는 만날 거에요...
맘이 아파 댓글도 못쓰고 자꾸 들락 날락 했네요.
이렇게 이쁜 아이가 또 별이 되었네요...
해피야.....그래도 안아프니 좋지? 그곳에선 너무 소심하게 있지말고 친구들과 활기차게 지내고 있어야 한다.
이곳에서 마음을 나누는 많은 분들이 모두 공감할 내용입니다. 저 작은 생명이 우리들에게 주는 행복과 슬픔.. 그리고 동물복지, 채식등 제 삶의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놓앗으니 말이에요... 이름처럼 해피한 해피야, 엄마의 바램데로 평화로운곳에서 아프지않고 신나게 뛰어놀고있지? 편히 쉬렴........ :)
댓글들...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친한 벗들의 위로보다 훨씬 마음에 와닿네요. 근무시간중에는 들어 오는게 부담스러웠는데(근무시간에 우는 행동이 이상하게 보일테니깐요...) 또 몰래 들어와서 훌쩍거리게 되네요..
몸은 아팠지만 마음만은 늘 행복했던 이름 그대로의 해피네요..... 사랑하는 언니와 엄마가 있던 해피..... 이 맑은 가을 하늘처럼 언니의 품에서 소풍을 떠났으니 해피는 행복했을겁니다..... 시간이 약이겠지만 먼저 간 아이들은 영원히 가슴에 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