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불투명…수도권 아파트 리모델링 붐
주택경기 침체로 재건축 예전같지 않자 주민들 급선회
분당 등 조합설립 잇달아 "입주민들 만족도 높고 집값도 올라 일석이조"

"좀 더 일찍 리모델링할 걸 그랬어요. 새집이 생긴 것 같아요."지난 13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쌍용예가클래식'(3개동 284가구). 이 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 기간 동안 외부로 나가 살던 주민들이 공사가 끝나 하나둘씩 보금자리로 돌아오면서 단지 곳곳에 활기가 넘쳐흘렀다.리모델링한 아파트지만 조경이나 건물 내·외부 디자인은 새로 지은 아파트만큼 깨끗하고 세련돼 보였다. 가구당 내부 면적도 평균 20~30㎡쯤 넓어졌다. 지하주차장도 새로 만들어 주차공간이 한결 넉넉해졌다. 최근 입주한 주민 김모(43)씨는 "리모델링 전에는 부엌 찬장이 내려앉거나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오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물도 콸콸 잘 나오고 단지도 깨끗해져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속도 내는 아파트 리모델링
최근 수도권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만 30여곳, 3만5000여 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가장 활기를 띠는 곳은 1990년대 중반 입주가 끝난 분당이다. 당초 20년이 지나야 가능했던 증축 리모델링이 15년으로 단축되면서 분당의 아파트는 대부분 올해부터 리모델링이 가능해졌다.
야탑동 매화마을 1단지(562가구)는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화마을 2단지(1185가구)도 조만간 건설업체를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1770여 가구)도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오는 10월까지 시공사를 뽑을 계획이다.분당뿐만 아니다. 최근엔 수원 장안구 정자동 동신2차(1900여 가구)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인근 1·3차는 조합설립이 끝나 향후 이 지역에는 3800여 가구의 대규모 리모델링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경기 침체에 재건축 전망 불투명
이처럼 수도권에 리모델링이 활발해진 이유는 2008년 이후 지속된 주택경기 침체 탓이 크다. 대부분 리모델링 단지는 재건축도 추진했지만, 최근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사업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더구나 재건축은 언제 시작될지 기간을 예측하기 힘든 것도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분당의 리모델링사업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완공된 리모델링 단지의 주민 만족도가 높고 집값이 오르면서 주민들의 생각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산동 쌍용예가클래식은 가구당 최대 1억7000만원의 공사비를 부담했지만 집값은 공사 이후 2배 가까이 뛰었다.
◆수직 증축 허용되면 더 활기 띨 듯
리모델링사업은 대부분의 재건축과 달리 가구 수를 늘릴 수 없다 보니 일반분양을 할 수 없다. 안전상의 문제로 가구 수가 늘어나는 수직 증축(리모델링 이전보다 아파트 층수를 올려 짓는 것)이 불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공사비를 주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주민 부담을 다소 줄이기 위해 수직 증축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층 아파트의 경우, 2층 정도 높여 리모델링 한다고 해도 안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아파트 리모델링
지은 지 오래돼 각종 배관이나 내부 시설이 낡은 아파트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수선하는 것을 말한다.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건물 뼈대는 그대로 둔 채 기존 아파트 내부를 넓히거나 지하 주차장·편익시설 등을 새로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