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장으로 구멍난 살림 메우는 가정 더 늘어나
마이너스통장 등 생계형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팍팍해진 서민들이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10월 은행과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사의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6일 내놓은 10월 예금취급사 가계대출에 따르면 10월 한 달 가계대출은 5조7000억원가량 늘었다. 10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34조3000억원대에 달한다.
이보다 한 달 전인 9월에는 1조4000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는 듯싶었지만 불과 한 달 만인 10월에 이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예금금액은 10월 말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3조2000억원이 늘어난 452조8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우체국예금 등을 포함한 비은행 예금위급사의 가계대출은 2조5000억원이 늘어난 18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10월 공동주택 분양이 늘고 전세금이 오르면서 주택구매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간 가계대출은 주책대출과 기타대출 할 것 없이 모도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을 포함한 개념인 주택대출은 이 기간 3조원이 늘었으며, 기타대출은 2조7000억원이 불어났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기타대출 상승세가 좀처럼 꺽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생계형 대출'인 기타대출 증가세는 올해 내내 꾸준히 이어져왔다. 지난 3월 233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기타대출은 7월 242조8000억원으로 4개월 만에 10조원 가까이 증가했고, 10월에는 247조8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5조원이 늘었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통장, 예적금담보대출 등 주택대출이외의 가계대출을 뜻하는데 , 이 중 가장 큰 부분이 마이너스통장이다.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은 지난 9월 4000억원이 감소했지만 10월에는 1조원이 늘었다. 상호저축은행. 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역시 9월에는 1조7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측은 "10월에 주식을 청약하는 기업이 많았는데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받아 청약을 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연유로 늘어난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에도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마이너스통장 줄이기에 나섰지만 10월에 오히려 더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의 증가세는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생활비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수도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411조4000억원, 비수도권의 가계대출잔액은 223조원이다. 전월 대비 증가폭이 수도권은 1조1000억언에서 2조6000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지만 비수도권은 3000억원에서 3조1000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비수도권은 충남과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했다"며 "비수도권의 공동주택 분양이 많이 늘어난 것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생계형 대출 증가에는 자영업을 위해 대출을 받은 사례도 많아 경기가 침체되면 대출이 고스란히 악성 빚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경기가 더 어려워지면 연체가 증가해 가계가 무너지고 은행권 수익성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