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비아에서 우리가 있었던 곳은 튀카타니라는
수도 루사카 시내 외곽에 위치한 곳이다.
말이 수도 변두리이지 우리나라의 낙도 풍경보다도 낙후된 곳이다.
잠비아라는 나라에는 하수구가 없다고 한다.
비가오면 삽시간에 도로를 거짓말 손톱만큼 보태면 보트를 타고 다녀야 할정도로
물이 범람한다.
비가 그치면 언제 그랬냐 싶게 그 물들이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래서 하수구가 필요없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총 4명이 갔었는데
당시 내 나이가 사십대였다.
나와 동갑인 고수가 한분 있었고
우리와 띠동갑인 총각이 두명 있었다.
한국사람답게 체류기간 내내 서로 헐뜯고 미워하고 못살게 굴었다.
오죽하면 귀국 인천공항에서 헤어지며 악수하면서 '다시는 보지 맙시다' 라고 했을 정도일까...
우리 숙소의 주인은 독일인 선교사이었는데 부인과
아주 아릿땁고 아름다운 딸이 셋 있었다.
독일인 선교사는 그야말로 키다리 아저씨처럼 다리가 길고 어떤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는
착하다 못해 순한 사람이었다.
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한글사전을 끼고 다닌다.
항상 새벽부터 자정까지 일을 하고 삼천평이 넘는 저택을 순찰한다.
하루는 이 선교사가 말라리아에 걸렸다.
아침 식사는 이 선교사가 새벽같이 일어나서 후라이팬에 계란과 베이컨을 구워놓고
식탁에는 커피와 빵을 놓고는 먼저 공장엘 나가는데
이날도 식사 준비는 되어 있는데 왠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열이 펄펄나서 누워 있다고 한다.
말라리아에 걸렸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말로만 듣던 말라리아이다.
침뜸으로 될까 하면서 치료를 했다.
먼저 열을 내리기 위해서 대추혈과 곡지혈 족삼리 혈에 침을 놓고 뜸을 떴다.
그리곤 신장과 간을 다스리기 위한 혈들에 침을 놓고 엄지발가락에 말라리아 특효혈로 알려진 곳에
뜸을 떴다.
이후 오후부턴 공장 사무실로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괜찮아 진듯 싶다.
부인이 아일랜드인 이었는데 침뜸을 아주 불신했다.
그런데 이것을 보더니 자신도 침을 맞고 싶다고 한다.
머 우울증이라고 한다.
마침 다음날이 토요일이어서 내가 우울증을 위한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겨우 한박스 가져간 신라면... 아마 그때쯤 서너개 박에 안남았던것 같다.
먼저 라면을 살짝 끓여서 면발을 건져내고 국물에는 청양고추처럼 매운 고추와 배추와 감자 슬라이스,당근, 파 송송,
계란 탁 넣고 마당에서 채취한 쇠비름 나물이 있어서 그것을 적당히 데친 다음
고추장은 없으니 고춧가루를 간장에 불린다음 무쳤다.
그리고 빵과 함께..........그녀만을 위한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맛을 보더니 아주 감격을 한다.
우울증은 말 그대로 감정을 배출하지 못해서 생긴다.
소위 홧병이라고 하는데 인체에서 배출을 담당하는 것은 신장과 폐이다.
그래서 신장에 도움이 되는 간장과
폐에 도움이되는 매운 것을 먹게하면 우울증엔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신라면에 매운 고추를 썼다.
이후 이 사모님 내게 얼마나 친절해졌는지......ㅎㅎ.... 내가 총각이기만 했어도 사위가 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배운것이 있다.
중국인이 들어오면 반드시 배추가 있다는 것과
한국인이 들어오면 반드시 쌀이 있다는 것이다.
열대지방이라고 해서 머 사자나 맹수들이 초원을 거닐고 그런 풍경...한번도 못봤다.
그냥 우리 농촌과 비슷하다....가끔 원숭이는 보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시마'라고 하는 옥수수죽을 주식으로 하는데
고걸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 찹쌀떡만하게 뭉쳐지면 꼴딱 삼킨다.
그러데 그것마져도 부족해서 대부분 점심은 못먹는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시마를 먹기가 싫어서 늘 밥을 해먹었다.
중국인 시장에 가서 배추와 고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아 먹었기 때문에
그래서 아프리카 음식은 먹어 보지를 못했다.
어쩌다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게 되면 스테이크를 먹었다.
티본 스테이크는 한국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요리인데 잠비아에서는 우리돈으로 칠천원정도 했다.
그런데 야생소를 잡아서 만들기 때문에 거의 타이어 수준이다.
처음 숙소는 농장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첫날 상견레한다고 우리끼리
소주 두 팩 까고 방안에서 담배를 피웠더니 담날로 쫒겨났다.
그래서 하인들이 기거하는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방한칸에 우덜 네명이 다 들어갔다.
거기다가 침대는 두개만 주고......ㅠㅠ..
그렇게 해주니까 우리덜끼리 서로 헐뜯게 되고 미워하게 되더라....
머 공자님이 그러셨나.
사람들은 부족해서 싸우기 보다는 불공평해서 싸운다고...
딱 그렇더라...
사람을 다스릴려면 교활하게 서로 이간질 시켜야 한다.
유식한 말로 이이제이 다.
불공평하게 해주어야 서로 싸운다.....
그래야 뭉쳐서 대항을 하지 않으니까.
주: 엄지 발가락에 있는 혈은 대돈, 은백, 그리고 삼모혈이 있으며 대부분 생식기와 자궁질환에
효과가 있다. 뜸은 피부가 얇기 때문에 조심해서 아주 작게 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