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치는 것이 결정장애입니다. 그렇다보니 일반성장을 하는 사람들 중에도 전두엽 성장이 약한 경우 표면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정신적 행동문제가 결정장애 모습입니다.
결정장애는 영어로 Indecisiveness Disorder 라고 하지만, 마치 틱이 병적으로 진전되었을 때는 틱을 넘어 뚜렛증후군으로 명명하듯이, 결정장애로 인해 정신적 상황이 병적인 수준으로 가게되면 아불로매니아 Aboulomania 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됩니다. 아불로매니아를 병적인 요소로 보게되는 것은 이 증세가 우울증이나 불안, ADHD단계처럼 경계성 인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결정장애의 모습은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사실 아래 언급하는 것들은 사회생활 속에서 업무수행에서의 고도의 결정장애의 유형이지만 더 현실적으로 당장 저녁식사에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태도 많습니다.
- 만회가 안될 싯점까지 가는데도 결정을 회피함
- 일을 함에 있어 무엇부터 해야할지, 어떤 지점에서 출발할 지 예측을 못하기 때문에 일 자체를 시작하지 못함 (지시하거나 일일이 지도감독하지 않으면 진행이 안됨)
- 충동적인 선택을 함
- 일이 잘못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큼
- 선택된 일에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정보에 압도당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생각함
결정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과 한 팀이 되서 일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속터지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자기확신도 없고, 핵심도 파악하지 못하고, 우울과 불안증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매사 부정적일 가능성이 있으며, 심각하게 타인에게 의존하면서도 의존하는 대상을 미워하거나 경계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정장애를 병적으로 명칭하는 아불로매니아라는 말이 탄생한 이유입니다.
아불로매니아는 그리스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아불로는 ~~없이라는 without이란 말이고 매니아는 will 즉 의지라는 단어입니다. 직역하면 의지가 없다는 것이고 의지가 없으니 주관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주관이 없으니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선택을 넘어 이걸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결정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태균이를 키워보니 자폐스펙트럼 단계에서는 결정장애가 참으로 고맙게 여겨집니다. 태균이는 전형적인 결정장애에 갇혀있습니다. 매일 반복해서 먹는 약인데도 엄마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절대 먹질 않습니다. 어떤 것이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해도 되냐고 묻고 뻔한 건데도 허락을 구합니다. 이런 태도는 자기결정권이 없는 전형적인 결정장애의 모습이지만 상당히 좋은 점은 충동적이고 일이 안좋게 갈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ADHD단계에 올라서면 이제는 목표가 바뀌어서 어떻게하든 결정장애적 측면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알고보면 결정장애는 ADHD 단계의 큰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누누히 말한 것처럼 일반인들에 비해 전두엽 발달이 상당부분 축소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일반사람들과 ADHD사람의 전전두엽의 볼륨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의사결정이란 것은 모든 뇌영역이 동원되어야 하는 매일의 일상사이지만 결정적으로 최종 판단은 역시 전두엽 속에 있습니다. 다른 영역의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취합해서 자신이나 모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방향을 정해준다는 것, 그건 압도적으로 전두엽에서만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결정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ADHD는 그야말로 ADHD단계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선택이나 결정이란 것은 우리 일상의 매순간 부딪치는 문제해결점들입니다. 아침에 몇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무엇을 입어야 할 지, 아침밥상에서 어떤 반찬위주로 먹을 지, 몇시에 집에서 나서야 할 지, 보충제를 먹여야할 지, 무엇을 먹여야 할지 등등 깨어있는 순간순간 연속되는 뇌의 작동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상의 결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좀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감각처리문제가 큰 숙제로 남아있는 자폐스펙트럼 단계에서는 결정이라는 중요한 뇌작업을 타인에게 의존한다는 의식만 있어도 상당수 문제행동들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자폐단계에서는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행동문제이기 때문입니다.
ADHD단계에서는 역시 최고 주안점은 사회성입니다. 사회성 문제를 헤쳐감에 있어 결정기능에 장애가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장애가 됩니다. 그 결정이 맞다 틀리다에 대한 평가는 일단 뒤로 하고 내 앞에 주어지는 과제들에 대해 빠른 결정을 해보도록 연습하는 것야말로 꼭 필요할 것입니다. 선택을 연습할 때는 가능하면 예시를 해주고 예시옵션수를 최소로 해서 시작해야 합니다.
- 오늘 어떤 옷을 입을까? 빨강색? 파란색?
- 바지? 치마?
- 신발은? 운동화? 구두?
- 뭐 먹고싶어? 피자? 햄버거?
- 뭐 마시고싶어? 콜라? 스프라이트?
어느 정도 말로써 의사소통이 되는지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겠지만 결정회로를 자극하는 간단한 질문은 수시로 하는 것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자폐단계에서는 결정장애를 부추겨주고 ADHD단계에서는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맞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