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파워인터뷰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말하는 ‘형님’ 박근혜 & ‘남동생’ 박지만
임기 중 대통령 친인척이 검찰에 직접 출두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
청와대 문서 유출 건으로 시작된, 형제간의 어쩔 수 없는 일을 지켜봐야 했던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만나서 심경을 들어봤다.
박근령 전 이사장/ 사진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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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령 전 이사장을 만난 날은 동생인 박지만 회장의 검찰 조사가 끝난 날이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과 비선 실세 의혹으로 대통령인 언니와 남동생이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시기, 유일한 혈육인 박 전 이사장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전직 대통령의 딸이자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그가 오랜만에 목소리를 냈다.
남동생 검찰 조사를 지켜보면서…
박지만 회장을 이야기하기 전에 박 전 이사장은 호칭을 먼저 정리했다. 본인은 늘 ‘남동생’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기사를 통해서 박 회장, (박)지만 등으로 전달되면 당황스럽다고 한다. 그는 이것이 마흔이 지난 어른이 된 동생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형님’ 혹은 ‘VIP’라고 부른다.
남동생이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갑작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까 마음이 아프죠. 남동생은 평소에 말이 없습니다. 그만큼 생각이 깊습니다. 꿋꿋하게 조사를 받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이번에도 가족으로서 형님(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가족이에요. 무언의 이심전심이 이루어지거든요. 저는 남동생이 말을 아끼고 자제하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통령의 책임을 다하는 누나를 이해하는 것이지요.
대통령의 선택을 이해하시는군요. (청와대 생활을 해본 입장이라)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부여된 책임감을 이해하는 입장입니다. 전직 대통령 친인척이나 가족들, 실세, 비선조직에서 생겼던 과거의 일들이 이번 정부에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형님께서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가족들, 실세, 비선조직에서 생겼던 과거의 일들이 이번에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절하신 겁니다.
대통령의 가족은 희생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대통령은)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남동생에게 가혹한 이야기를 해도 다 알아요. 저는 이런 말을 하면서, 참 모성애를 느꼈어요. 남동생이 (대통령의 마음을) 모를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꾹꾹 참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생과 연락은 자주 나누시나요. 검찰 조사를 받는 날이 남동생의 생일이었어요. 문자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어요. 검찰 조사 끝나고, 축하해줘서 고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자주 만나거나 연락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의 이심전심이 있습니다. 남동생이 평소에 말을 아끼고 자제하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에요.
남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남동생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의연하게 대응하는 것 보면서, 누나지만 자랑스러웠습니다. 자꾸 정치권에서 소통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번 일이 잘 넘어가고 앞으로 남동생이 대통령께 소통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통할 소 (疏)자가 있는 소통령으로서, 청와대 언저리를 왔다가 갔다가 하면서 형님이 외롭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소통도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가족보다 국가가 우선이고 소중하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지금은 가족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할 시기입니다. (가족이 없으신) 형님이시기 때문에 대통령의 역할을 더욱 엄격하고 충실하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퇴하시고 여생을 보내시게 되면, 남동생이 모시지 누가 모시겠습니까. 집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유일하게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생각도 많이 나실 것 같습니다. 생전에 아버지께서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잘못이다’라는 말을 하셨어요. 저는 이게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안에서의 작업은 은밀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한 생각
청와대 문건 유출의 파장이 크다. 박 전 이사장은 한 가족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건과 연루된 최모 경위가 자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실을 자주 언급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국민으로서 그리고 가족으로서, 비선 실세 논란은 어떻게 보시나요? 본질의 본질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질보다는 파생된 이야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슬픈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고 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커져서, 대통령께서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습니다.
비선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자매라 형님의 화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행간을 읽어야 합니다. 이번에 진돗개 말씀을 하셨습니다. (비선 실세 논란 이후 새누리당 대표 모임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시중에서 청와대 실세들끼리 다툰다고 하는데, 청와대 진짜 실세는 진돗개”라고 말했다.) 진돗개의 경우, 주인은 대통령입니다. 정윤회 씨와 과거 인연이 있었더라도 7년 전 결별 이후에 아무 연관이 없다는 뜻입니다.
가족이 없어서 더 이런 구설이 많은 건 아닐까요. 형님이시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형님이시기 때문에, 가족도 없으시니 단호하게 하실 수 있어요. 남동생은, 가족이 없으시니 은퇴하시고 여생을 보내시게 되면 남동생이 모시지 않겠습니까. 유일하게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생이에요. 그런 마음을 잘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지금까지 희생했던 가족인데 또 이야기를 한다는 게 편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정윤회 씨를 만난 적은? 형님이 달서구 국회의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 하면서 먼발치에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당시에는 누군지 잘 몰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지 않아서, 따로 인연은 없습니다. 선거캠프에서는 다들 구호를 외치고 정신이 없습니다. 그저 오며 가며 눈인사 정도만 한 사이입니다. 따로 특별한 기억은 없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에서 보냈던 탄원서가 화제입니다. (지난 1990년, 박지만 회장과 박 전 이사장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 앞으로 한 통의 탄원서를 보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던 최태민 목사가 자신의 축재 행위가 폭로될까 봐 큰누나인 박근혜 대통령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때 저는 미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어서 국내 사정에는 어두웠습니다. 잠시 귀국했는데 소문들이 심각했습니다. 지인들도 형님과 연락이 안 된다면서 걱정을 많이 했고요. 형님과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아서 동생과 함께 사인을 했습니다. 형님도 상처가 컸고, 동생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 후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당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현재 명함은 바이오운동본부 총재
전직 대통령의 딸이자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지만 넉넉하고 풍요롭지 않은 삶을 살고 있어서 화제가 되는 그녀다. 인터뷰에 동행한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현재 부부 명의의 재산이 매달 12만원씩 적립하는 청약저축 하나가 전부라고 했다. 박 전 이사장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언급보다는 최근 몸담게 된 바이오운동본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바이오운동본부는 어떤 곳인가요. 우리나라가 경제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경쟁력과 생산성, 수익성이 가장 높은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합니다. 다소생협동조합, 다있넷 쇼핑몰, 역사바로알기 등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융복합 마케팅 시스템의 기본원리는 최첨단 바이오 상품과 기업이나 농어촌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조합원)에게 직접 연결해 판매를 촉진시켜줘서 경제가 원활하게 순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최첨단 바이오 상품과 기업, 조합, 개인, 생산자, 단체 등을 하나로 가맹점화해 다있넷이라는 신개념 쇼핑몰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인 언니를 보면서, 정치인을 꿈꿔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정치보다는 돈이 벌고 싶었어요. 남편이 공화당을 이끌면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돈은 없지만, 언행일치를 하는 정치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말을 하면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지금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을 도보로 걷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재직 시절에 순찰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습니다.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중단하는 자는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하는 사람은 중단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가르침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어렸을 때 엄마에게 파리채로 맞고 살았습니다. 맞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풀어주세요. 저는 그게 관용이고 연민의 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짖을 것은 꾸짖고, 풀어줄 것은 풀어줘야 해요. 야단을 치고, 더 떠들자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우리 사회가 굉장히 시끄러운데, 그런 관용과 연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성장을 위한 고통의 시간이 아닐까요. 이번에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저는 이 사건도 굉장히 안타깝게 보고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국가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임기가 3년 남았습니다. 할 일이 많은데, 황금 시간을 다 흘려버리고 있습니다. 황금 시기라는 것이 대통령에게만 황금 시기가 아니라, 국민의 명운이 달린 기간이에요. 그런 걸 생각하면 대통령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것도 국민만 바라본다는 공인의 의지로 짚을 수 있습니다.
유난히 큰 이슈가 많습니다.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 다음에 오는 것이 관용이에요. 잘못한 것을 꾸짖되, 관용을 베풀어서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과열되어 뉴스를 매일 쏟아내니, 국민들은 더욱 혼란을 겪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상생하고 조화로울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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