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포에지․33
바람 평설
인쇄 2015. 7. 10 발행 2015. 7. 15
지은이 우동식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51-4 03810
우동식 시인
우동식 시인은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2009년 정신과표현으로 등단하고, 2015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했으며, 등대문학상과 5.18문학상에 가작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시낭송 강사와 여수일보 편집위원을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 한국시인협회 시낭송가로 재능전남동부시낭송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고,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이며, 갈무리문학회 회장이다. 예비역 소령으로 여수시 월호동 예비군 동대장이다.
시인의 말
여기에 실린 80여 편의 시는 나의 머리이고 가슴이고 발이다. 생각이고 마음이고 행동의 발화發話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나의 호흡이고 살이고 피다. 아직 어린아이 같고 장성한 분량이 아닐지라도 껍데기처럼 쭈글쭈글한 내 영혼이다. 비틀거리며 살아가는 내 자화상이다. 표적은 늘 내 안에 있다. 내 안의 과녁을 맞추는 신궁이 될 때까지 활을 놓는 궁사의 길을 갈 것이다. 그 길은 로드맵이 없고 그 길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누구나 그 길을 가고 있듯이 나도 그냥 간다. 가는 만큼이 내 길이다. 늘 새로운 내재적 초월의 길이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절대자와의 소통의 길이다. 나는 시를 줍고 시는 나를 만든다. 가장 작고 사소한 것이며 주변적인 것이다.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일이며 시를 통하여 나와 독자가 함께 행복해지는 일이다. 평생 행복 학습의 도장에서 체험하고 발견하고 적용하며 원형적 속성과 본질을 향해 시적 안테나를 높이고 시의 숲을 거닐 것이다. 이 길의 스승이자 멘토이신 신병은 시인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시헌에게도 감사한다.
2015년 여름
우동식
차례
제1부 바람 평설
석류나무 사원 15
난청難聽 16
바람 평설評說 18
어둠을 향해 쏘다 20
우주호텔 22
갈대가 갯벌을 걷는 이유 24
유도화 25
꽃상여가 있는 풍경 26
껍데기에 관한 명상 28
바람개비꽃―마삭줄 29
길 30
금풍쉥이 32
아버지의 소 33
철사벌레―어느 인기 탈렌트의 자살 34
계선주의 사랑법 35
옥인당玉印黨 36
참나리꽃 38
후박나무 39
어둠은 울어야 깨어난다―부엉이 바위에서 40
다반사 42
제2부 우주의 포장법
아라홍련 45
칡꽃가족 46
꽃이 세상의 벽을 허문다 47
마래터널이 울고 있다 48
물 감는 여인 50
유리꽃 51
바람꽃 52
오동도 등대 54
뿌리 55
맛있는 섬,여수 56
바람의 향방 58
미평 수원지 59
겨울,눈 뜨다 60
채석강 62
나에게로 가는 길―비렁길을 다녀와서 63
부석사 무량수전 64
팽나무 큰 어른 66
차 한 잔의 빛깔 앞에 68
목련 쇼 69
우주의 포장법 70
제3부 아버지의 땅
못된 습성 73
나를,땡 처분합니다 74
해지니네 국수집 76
염화미소 78
섬, 꽃소식 80
겨울 은행나무의 발묵법 82
나를,펼치다 84
러너스 하이Runer's High 86
혀의 이끼 87
덕유산 설천봉 상제루 88
선소船所에서 90
아버지의 집 92
아버지의 연장 93
아버지의 땅 94
바람이 머무는 집 96
삼림욕,무쏘도 춤춘다 98
영법泳法 99
구례 산동에서100
계곡에서 101
조각가의 응시102
제4부 초록 세상
시의 안테나를 세우다105
결 106
출근108
겨울 굴전에서110
흔들리는 40대의 비상112
초록 세상113
내 안의 플러그를 꽂으며114
돌산 굴전에서 바람을 보다115
그쪽,팽목항 116
래프팅을 하며118
누구나 119
어둠 속에 울리는 빛120
부표 122
각시붓꽃123
섬 124
익어가는 것에 대하여126
바닥128
신오우가新五友歌―인생사용법, 아들에게 129
봄,햇볕공작소132
해설/신병은133
개성적인 독법讀法과 화법話法
해설
바람의 언덕에 바람의 궁전을 짓는 시인이 있다. 시인의 바람은 다분히 근육질로써 상상력과 꿈 혹은 시적 발아의 발화점이면서 대상의 속내를 클릭해 엿보는 아이디며 비밀번호다. 바람의 뿌리가 든든한 그가 바람이려 했을 때, 간혹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에게 바람은 대상의 봉인을 풀고 교감하는 매개법이자 버려지고 헐벗기운 삶의 풍경을 다독이는 실체다. 사물이나 현상에 내재한 빛과 어둠을 들여다보는 키 워드다. 그는 사물과 사물, 삶과 삶 사이에 바람을 매개로하여 진실한 교감을 꿈꾼다. 바람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존재의미를 드러내려한다. 그의 바람은 풍경과 풍경을 건너는 화법이자 우주의 포장법이면서 견딤의 방식이다. 그를 우리는 먼저 바람의 시인이라 부른다./신병은(시인)의 해설에서
수록 시
석류나무 사원
돌산도 끝닿는 곳으로 눈길을 풀어놓으면
은적암*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얼핏 둘러봐도 깊은 골짜기 은둔한 암자일 거라는 생각이
후박나무, 동백나무, 팽나무 울울창창한 숲으로 번진다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이 다 드러나 보이는 뜰 안
석류나무 한 그루,
입술 부르튼 목탁이 주렁주렁 열려
그 해탈한 웃음소리에
잎들이 쫑긋쫑긋 귀를 세운다
하안거 중인 고승의 염불 소리 알알로 맺혀
톡 톡 톡 두들기면
시큼 달콤한 경전의 말씀이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사원 앞에서 동박새들이 예불을 한다
다람쥐 한 마리 나뭇가지 위에서 경배의 자세로 멈추면
풀들도 잠시 그 쪽을 향하여 몸을 누인다.
*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에 있는 암자.
난청難聽
무선기지국이다
따개비들이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심장부에서 발사되는 전파를 쉼 없이 수신한다
버블버블
전파는 물결이 되고 파도가 되는데
작은 물결은 작은 그물망을 만들고
큰 물결은 큰 그물망을 만든다
바다가 저렇게 견고한 것은
늘 전파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엮기 때문이다
밀었다 당겼다 잡았다 놓았다
교신량이 증가하면
거대한 바다는 판을 바꾸려는 비밀작전이 시작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작전명령을 주고받는다
해초류는 온몸을 흔들어 촉수를 열고
고기는 지느러미 안테나를 세우고
아가미를 씰룩거리며 알았다는 듯
주둥이를 종알거리며 답신한다
여기는 가오리 잘 알았다 오버
향일암* 절벽 아래 선 나는,
온몸으로 전해오는 저 강렬한 소리를 해독解讀하지 못해
시신경 주파수 밴드를 조작하고 있다
귀소 감도 대단히 불량 재송 바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밀려왔다 밀려간다
* 여수시 돌산읍 금오산에 있는 해돋이가 유명한 암자.
바람 평설評說
바람의 건각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바람의 잔치가 펼쳐지기 시작하면서
수평선을 달려온 바람
백 일흔 두 개쯤의 산모퉁이를 돌고 왔을지도 모를
숨 가득 헐떡거리는 바람
바람 속에는 저마다 색깔과 맛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한다
바람은 때로
마스트의 날개를
펼쳐야 할 때와 접어야 할 때를 예보하는
생의 나침판이다
바람 속에는 남자들의 욕망과 세포가
자리 잡고 있다
바람피우기 좋은 날을 택하여
남자들은 바람을 향하여 문자를 날리기도
바람에게 호되게 딱지를 맞기도 한다
바람은 파도를 만들고
파도는 바람의 레이스를 위하여 경기장의 스탠드 가득
관중들을 앉혀놓는다
바람의 테크닉, 부드러운 활공의 때를 맞추어
환호작약으로 피어오르는
꽃잎들의 문이 열리면
어디선가 근육질의 바다 위로
바람이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