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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속 조선 불상의 재료학
불상 표면이 도금되어 있어 육안으로는 재질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조선시대 불상은 은, 청동, 옻칠, 흙, 나무, 돌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 은제도금아미타여래삼존상이 은을 사용한 대표적인 예이며, 청동 표면에 금을 입힌 불상으로는 전각 형태 불감(佛龕)에 모셔진 10㎝ 내외의 작은 불상부터 등신대에 가까운 관음보살좌상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예가 존재한다.
나무로 틀을 짜고, 그 위에 흙으로 형상을 조각한 뒤 흙 위에 여러 겹의 마포(麻布) 또는 저포(苧布)와 옻칠을 발라 불상의 외형을 완성하는 독특한 기법의 건칠(乾漆)불상 역시 조선 전기에 만들어졌다. 영덕 장육사, 대구 파계사, 양양 낙산사, 경주 기림사에 봉안한 관음보살상이 건칠불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은이나 청동, 옻칠은 당시 보편적으로 쓰인 재료는 아니었다.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가장 선호된 재료는 단연 흙, 나무, 돌이었다.
흙은 점토를 계속 덧붙여 나갈 수 있어 대형 불상을 만들기에 적합했는데, 그 장점을 살려 17세기 전반에는 보은 법주사 비로자나삼불좌상, 부여 무량사 아미타여래삼존좌상, 완주 송광사 석가여래삼불좌상처럼 높이가 5m에 달하는 소조불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1)
반면에 나무와 돌은 도구로 깎거나 쪼아내며 형상을 줄여 나가는 방식이어서 조각에 실패할 경우 수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중 나무는 돌에 비해 사실적인 얼굴과 유려한 옷주름을 조각하는 데 좋은 재료였지만, 커다란 통나무를 사용해서 불상을 만들어도 그 크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선택한 방법이 여러 목재를 조립해서 불상을 만드는 접목조(接木造) 기법이다. 각각의 목재를 연결할 때는 주로 천연 접착제와 함께 일자못, ‘ㄷ’자형 거멀쇠 같은 철제 못을 사용했으며, 때론 나비장을 활용해 결합하기도 했다.2)
오늘날 사찰에서 마주하는 조선시대 목조불상 대부분은 바로 이 접목조 기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불석(佛石), 새로운 재료의 등장
망치와 정을 수천 번 내리쳐 돌을 조각하는 데는 엄청난 공력이 든다. 특히 모든 면이 입체로 된 원각상(圓刻像)을 만들거나 투각(透刻)이 필요한 부분, 돌출된 팔을 표현해야 할 때면 장인의 고민은 꽤나 깊었을 것이다. 장인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덜기 위해 양손을 따로 만들어 손목에 끼워 넣는 목조불상과 달리 양손과 몸통을 하나의 돌로 만들고 팔을 무릎에 밀착시켜 파손 위험을 최소화했다. 제작 방식의 개선과 함께 재료의 선택도 달라졌다.
경도가 높고 입자가 굵은 화강암을 대신해서 보다 조각하기 수월한 무른 재질의 돌(제올라이트, zeolite)이 조선시대 석조불상의 재료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흰빛을 띠고 입자가 작으며 표면이 매끄러운 이 돌은 ‘불석(佛石)’으로 불렸다. 기록에 따라 ‘옥석(玉石)’ 또는 ‘미석(美石)’으로 표현되고 있어 당시 장인들이 이 재료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가장 신성한 물품을 넣는 불상 내부의 복장물(腹藏物)에서 불석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불석은 조선 전기부터 사용했으나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했다. 비교적 가볍고 조각하기 쉬운 특성 덕분에 과거칠불과 오십삼불, 천불상, 십육·오백나한상 등 수십, 수백 구의 불상을 한꺼번에 만들 때 주로 활용됐다.
경주 동해안 함월산 자락의 불석산에서 돌을 채석해 인근 기림사에서 불상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확인되는데, 이는 무거운 원석을 가까운 사찰로 옮겨 작업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 같은 배경과 관련해 1817년 해남 대둔사(대흥사)의 불사를 위해 불석산에서 옥석을 쪼아 천불상을 만든 뒤, 이를 배에 싣고 대둔사로 가던 중 동래(부산) 앞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일본으로 표류했다가 이듬해 무사히 돌아왔다는 드라마틱한 서사가 풍계현정(楓溪賢正)의 『일본표해록(日本漂海錄)』에 전하며, 그 수난을 이겨낸 불상들은 지금까지도 천불전에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다.3), 4)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의 승려 장인』, 2021.
송은석, 「조선 후기 불석제 불상과 조각승 勝湖·敬玉」, 『국학연구』 34, 2017.
이희정, 「조선후기 경상도지역 佛石製 佛像의 등장과 유행」, 『불교미술사학』 14, 2012.
풍계 현정, 김상현 역 『일본표해록』, 동국대학교출판부, 2010.
글 유재상(국가유산청 김해공항 문화유산감정위원)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