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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4년째 평교사로 근무 중인 교원으로 두 딸을 대학에 보내고 있다.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봉급은 우리 가족 생활비로 지출되고 학기당 4백여만원이 넘는 등록금은 대출을 받아 충당하고 있다.
이렇게 학교에 보낸 딸들이 6월에 벌써 여름방학을 했다고 한다.
3월에 개학해 6월 둘째주쯤 방학을 한다면 그동안 축제. MT.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의
행사기간을 제외하고 몇시간이나 수업을 했을까.
물론 대학생은 학교강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탐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 대학생 중에서 몇 %나 방학 중에 향학열을 불태울까.
이런 현실은 1년에 2백20일씩 법정일수를 채워 공부하는 초.중.고 학생과는 대비가 된다.
물론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데다 양보다 질이라고 할지 모르나
대학생의 수업일수가 워낙 적은 것은 문제라고 본다.
기본적인 양은 채워야 질도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제동 <서울>중앙/6/27/99 -
* 인문학의 위기진단 - 고려대 김우창 교수
김우창 (62.고려대.영문학) 교수는 독일의 천재시인 횔덜린과 캐나다의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한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어찌하여 시인은 궁핍한 시대를 살아야 하는가" (횔덜린의 시 '빵과 포도주' 중에서)에서 따온 金교수의 비평집 '궁핍한 시대의 시인' (77년) 은 20세기 한국의 명저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그리고 그가 최근 인문학의 몰락을 우려하는 것에선 맥루한이 '미디어의 이해' (63년)에서 "전자문명의 발전으로 문학은 물론 인문학 전반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고 예견한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최근 반년간 '비평' 창간을 비롯, 침묵을 깨며 활동을 시작한 '한국 인문학의 거장' 김우창 교수를 학교 연구실에서 만나 '궁핍한 시대' 와 '인문학의 위기' 를 논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만난 사람 =문화부 허의도 차장]
- 끝없이 풍요로울 것 같은 세상에서 시인은 얼마나 더 궁핍해야 하는 겁니까.
"진정한 문학과 철학은 풍요한 시대에도 궁핍함을 생각해 왔습니다.
삶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바로 궁핍인데 종교도 바로 거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신학자 틸리히가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인간을 논한 것, 그리고 하이데거가 사람은 죽음을 향한 존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 - 만일 그것이 가식적인 궁핍이라도 괜찮은 건지요. "잘 산다는 건 조화롭게 산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조화는 인간의 여러 욕망을 적당한 수준에서 체계화해야함을 의미하는 거죠. 그래서 풍요는 궁핍을 전제로 해서만이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우회적 결론도출이 가능합니다. "
- 인문학의 위기 실체는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할 뿐, 그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역사상 유례없이 잘 살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인간을 빈곤으로부터 해방시켰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인문학으로는 최대의 복병인 셈이지요. 뭔가 풀리지 않고 어려울 때 사람들은 인문학을 되돌아보게 되는 겁니다. "
- 그러면 인문학은 회복불능의 중병 상태입니까.
"아닙니다. 본래 인간은 무한의 욕망에 사로 잡힌 존재,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자기 한계에 부닥치고, 그 한계 안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하는 거죠. 그래서 미국.유럽은 말할 나위가 없고 우리도 인문주의 정신의 부활을 거듭 논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기치유 능력을 인간 스스로 지니고 있다고 봐야죠. "
-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욕망은 이미 비인문적 방향으로 자꾸 흘러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가짜 욕망일 뿐입니다. 제 아무리 오늘의 위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원과 환경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부추김에 의해 살아가는 방식은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대신 온전한 자신의 삶이 행복입니다. 인문학의 지향점도 바로 그것이고요. "
- 인문학적 토대가 빈약한 가운데 대중문화의 가벼움에 흠뻑 젖어있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선….
"우리 인문학의 토대 자체를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근대 이전의 우리는 인문적 사고로만 일관해 왔습니다. 근대의 충격이 오히려 인문적인 지혜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지요. 신채호의 사상에도 그런 게 나오고 중국.일본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19세기말 20세기초에 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세계는 도리로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움직인다' 는 것이거든요. 신채호가 '나와 남의 피나는 투쟁이 역사' 를 말한 것도 같은 겁니다."
여기서 金교수는 원고지와 워드프로세서 글쓰기의 차이점을 얘기했다.
한마디로 원고지는 글쓰는 자가 전체를 통괄하는 것, 워드프로세서는 기능적 반작용을 찾는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말했다.
그 역시 몇해 전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지만 영 마음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인터넷은 아직 본격 이용단계에 들어서 있지 않다고 했다.
- 요즘 젊은이들의 행동과 사고에 대해선 어떤 느낌을 갖고 계십니까.
"튀는 것, 깊이 없음 같은 단어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튀는 것의 즉흥성 또는 재미도 문화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러나 깊이 없이 튀는 것은 보이는 것 외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편향된 사고를 낳을 뿐입니다. "
- 대학사회의 주체인 대학생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겠지요.
"규제가 없어지고 자유로움이 만연해 있는 건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너무 흐트러진 느낌, 간혹은 경박함을 견디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
- 새로운 에너지와 전망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역시 순간 에너지라 큰 의미부여를 하긴 곤란합니다. 멀티미디어 또는 사이버 문화는 언뜻 활발해 보이지만 걱정스러운 요소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인상주의 미술작품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부도덕성' 논란에 휩쓸린 것과 같은 거죠. 그래서 오늘의 대학사회에서 나는 땀과 정성을 아쉬워합니다. "
- 인문학 위기의 본거지도 대학이지만 해결의 실마리 역시 거기서 찾아야 마땅하지 않습니까.
"현재 진행 중인 대학의 교육개혁 방향, 즉 좀 더 생산적이어야 한다, 입시경쟁의 소모를 줄여야 한다, 세계적 학문분야를 길러야 한다 등등은 옳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실현방식에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내적 성장이 필요한데도 실제로는 행정적 해결에만 급급해 있는 모습입니다. "
- 대학개혁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까.
"어차피 국가적 기본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기술분야에 대한 투자가 인문학의 그것보다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인문학은 돈에 의해 회생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대신 사회의 전체 구조조정에 호흡을 같이하는 차원에서 인문학이 자리를 잡아야 할 것입니다. 가령 경영진단 전문회사를 통해 대학을 진단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것은 대학의 이론으로 기업경영을 진단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 대학 내부에서의 충돌회피, 즉 교수 간 또는 스승과 제자 간의 비판부재가 대학 낙후의 더 심각한 원인이 되지는 않을까요.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는 지적입니다. 왜 활발한 토론이나 상호비판이 안되는 건지…. "
- 그러다 보니 김정란.강준만.현택수 교수의 전투적 글쓰기 혹은 공격담론만 지식사회의 화제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 자체로 의미부여가 가능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현실적 효용가치보다 좀더 학술적이고 객관적인 비평이 더 유효할 것입니다.
사회적 충격보다 가치중립적 관점을 지향하는 차원의 비평이 더 긴요하니까요.
객관.보편성은 모든 학문과 담론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는 金교수 자신에 대한 비판의 글로 이어졌다.
지난해 있었던 '황병하 교수 건' (무크지 '무애' 의 '김우창론' 에서 黃교수가 김우창 교수의 평론에 대해 '산만한 체계성과 내적 모순으로 점철되고 있다' 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黃교수가 나를 비판한 것을 두고 후회하더라는 말을 전해듣고는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다" 고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날아드는 '실천성 부족' '미국적 시각' 지적에 대해선 텍스트 비평이 아니라 인상비평의 수준에 그치고 마는 오류와 한계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과 행동이 한치 간격도 없이 일치하긴 어렵다" 는 말도 덧붙였다.
- 金교수께서 회장으로 계신 '비평이론학회' (92년 창립)가 최근에 반년간 '비평' 지를 창간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우선은 문학.철학.역사학.사회학.정치학 등을 통합하는 이론지의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여기에다 그간 실천 욕구에 일방적으로 밀려 너무 허약해져버린 이론을 되살릴 방법론을
찾아야 했고요. 젊은 회원들의 바람을 담은 '비평' 지가 새 장을 열어보이는 것은
바로 우리 인문학의 부활과도 직결될지 모를 일입니다. "
- 그렇지만 새 문명의 화두 격인 영상문화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영상은 중요한 발전이고 해방구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대학교 육에서 영상이 언어를 압도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소통은 마땅히 논리적.이론적이면서 동시에 합리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언어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반면 영상은 이미지를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언어가 가지는 합리적 소통을
마비시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영상이 갖는 단기.즉흥적 지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그래서 긴요합니다.
작가와 시인들이 마치 연예인처럼 자신의 책 광고에 등장하는 것도 영상적인 것의
후유증입니다. 인문적 교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나와야 하는 것도 물론입니다. "
- 비평집 발간은.
" 93년 '김우창 전집' 이 나온 이후 하나도 없습니다.
주문생산에 부응한 글은 일관성이 없어 하나로 묶을 수 없고요. "
-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선.
"우리 전통을 재검토하는 게 우리 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앞선 사람의 삶을 철저하게 반성하는 일부터 해야 하는 거죠.
인문학적 훈련의 부족, 유연성의 결여 등 문제점이 도출되지 않을까요.
혼자서는 불가능하고 젊은 학자들과 이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렇게 인터뷰는 끝났다.
그는
"어차피 이론은 영상처럼 명료한 게 아니라 반대로 흐리멍텅할 수밖에 없다"
고 했다.
또
"그런 이론은 현실과 부딪치면 명료해지게 마련인데 현실이 또한 난해하기 때문에
하나의 행동양식을 추출하기 어렵다" 고 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영원한 것은 저 생명의 나무의 녹색뿐이다"
라는 독일 시인 괴테의 말이 자꾸 머리를 맴돌았다.
- 김우창 교수/중앙/6/27/99 -
* 한국의 교육과 바람직한 치맛바람
지난달초 오전 8시쯤 미국 웨스트 로스앤젤레스 초등학교 정문 앞. 학생들의 등교가 한창인 이 시간 교문 한켠에서는 학부모 너덧명이 노점을 차려놓고 있다.
파는 물건은 인근 대형 슈퍼마켓과 쇼핑몰의 상품권. 학부모들은 당번제로 돌아가며 연중 등.하교 시간에 학생들을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는 동료 학부모들을 상대로 상품권을 판매한다.
상품권 가격은 50달러짜리가 70달러, 1백달러짜리가 1백10달러다.
이 학교에 1학년 아들과 3학년 딸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 크리스 영 (45.회계사) 은 "자녀들이 보다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선 학교재정이 튼튼해야 한다.
이에 관한한 학교와 학부모가 똑같은 입장이라고 본다.
주정부 재정지원이 부족하다니 학부모들이 팔걷고 나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학부모가 지난 1년간 상품권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약 1만달러. 전교생이 1천2백여명이니 1인당 평균 1백달러 안팎의 상품권을 산 셈이다.
수익금은 모두 컴퓨터 기자재 구입 등 이 학교의 교육서비스 향상에 투자된다.
학부모들의 기금모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함께 모여 춤을 추는 '스윙 댄스' (5월) , 학부모들이 직접 케이크와 캔디를 만들어 파는 '스위트 드라이브' (9월) , 연말연시용 선물 포장지를 파는 '랩핑' (wrapping.10월) , 세차 (洗車) 를 해주는 '카 워시' (11월) 등을 통해서도 돈을 모은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기꺼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대신 개인적으로 교사에게 건네주는 촌지라든가, 부유층 학부모들에게 강요되는 찬조금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방과후 학생들과 같이 하는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 역시 학부모들의 몫. 보이스카우트 유년부 '타이거 컵스' 대장인 데이비드 클라우드는 2주에 한번씩 학부모 미팅을 주관한다.
모형 비행기와 로켓 만들기, 소방서.경찰서 등 관공서 방문, 캠핑.보팅 등 갖가지 행사를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해 자녀들의 현장교육에 일익을 담당한다.
캘리포니아주내 우수 중학교로 선정된 64개 학교중 하나인 샌티아고 중학교에는 학부모 봉사단이 결성돼 있다.
전 학부모가 단원인데, 학부모 1인당 연중 12시간의 학교 자원봉사 활동이 의무로 돼 있다.
역할은 운동장 청소.컴퓨터 교실관리.학생들의 파티지원 등 수십가지다.
영국 런던의 캠던 자치구 교육연수소엔 매일 초.중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들로 가득 찬다.
'마약 바로 알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자녀들을 마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학교든 가정이든 똑같이 마약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교육 프로그램의 설립 취지. 지난해엔 자치구내 7개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일본 도쿄의 에도가와 (江戶川) 소학교 1년생 다카하시 마코토 (高橋誠) 는 매일 학교에서 담임교사로부터 연락장 (連絡帳) 을 받아 아버지 다카하시 토모야 (高橋知也)에게 전하고, 다시 아버지의 답신을 받아 교사에게 전한다.
최근 그의 연락장에 들어있는 내용.
"오늘 급식시간에는 야채가 많이 나왔는데 아이가 제대로 먹지를 않는군요.
무슨 일이 있나요. "
(담임)
"어제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 몸이 안좋은 것 같습니다.
체육시간에는 쉬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부모)
방학기간을 제외하고는 담임과 학부모의 서면연락은 매일 이같이 계속된다.
- 중앙/6/24/99 -
* 왕따경험 학생의 비율
집단 따돌림 (왕따) 을 당한 학생 10명중 1명꼴로 자살 충동을 느낀 반면 급우들이 집단 따돌림을 당해도 10명중 5명꼴로 무시해 버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 (회장 辛基南의원)가 최근 전국 초.중.고교 학생.교사.학부모 4천7백9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2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왕따를 당한 뒤 심정' 에 대해 전체 응답학생 (2천9백56명) 중 9.5%가 '죽고 싶다' 고 대답했다.
또 '학교에 가기 싫거나 전학하고 싶다' 가 35.2%, '복수심.적대감이 생겼다' 가 23%로 나타났다.
그러나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급우를 봤을 때 과반수 이상 (50.4%) 이 '무시한다' 로 답해 '위로한다' 는 학생 (29%) 보다 더 많았다.
응답 학생들중 38.6%가 집단 따돌림의 이유에 대해 '잘난 척하거나 이기적이기 때문' 이라고 답했으며, '공부하는 티를 내서' (8.7%) ,
'왕자병.공주병이 있어서' (7.9%) 의 순이었다. - 중앙/6/24/99 -
* 열등생도 만족해 한다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오렌지 카운티의 이스트 채플힐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오준호 (16) 군.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에 2년간 객원 연구원으로 파견된 부친을 따라 지난해초 이 학교로 전학왔을 때만 해도 걱정이 태산 같았다.
영어도 못하고 한국 고교와는 교과목에도 차이가 많아 진도를 따라갈 자신이 없었던 것. 그러나 이같은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교사와 급우들은 한결같이 친절했다.
말이 안통한다고 '왕따' 당하는 일도 없었고, 모든 학업플랜을 자신이 짤 수 있어 적응하기가 아주 쉬웠다.
영어는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업을 통해 처음부터 새로 배울 수 있었고, 교과목은 자신의 적성과 수준에 맞게 골라 들으면 됐다.
이 고교는 영어 4학점, 수학.사회.과학 각 3학점, 체육 1학점, 예술.보건.기술 각 0.5학점, 선택 (제2외국어 등) 4.5학점 등 20학점 (하루 한 시간씩 한 학기 배우면 0.5학점) 을 따면 졸업할 수 있다.
그런데 과목마다 여러개의 세부과정이 개설돼 있어 그중 어느 것을 들어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예컨대 예술의 경우 미술.음악.드라마로 과목이 나뉘고, 미술은 다시 디자인.회화.조각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식이다.
음악도 음악이론.합창.밴드.재즈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학생들은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선택해 들으면 된다.
수학도 약 15개 세부과목으로 분류돼 있다.
학생 스스로가 판단, 어렵거나 자기에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안들어도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과목의 난이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각 과목은 크게
▶ 일반
▶ 아너스 (Honors)
▶고급 (AP:Advanced Placement) 3등급으로 나뉜다.
'일반' 은 아주 쉽고 기초적인 것, '아너스' 는 보다 어렵고 가산점을 받는 수준, 'AP' 는 대학의 교양과목 수준이다.
아너스나 AP는 숙제가 많고 좋은 학점을 따기도 어렵지만 대신 유리한 점도 있다.
평균학점을 산정할 때 아너스 과목은 1점, AP 과목은 2점의 가산점을 받기 때문.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일반영어 대신 아너스 영어를 신청한 학생이 C학점을 받으면 B학점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내신성적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이들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고교때 AP 과목을 들으면 대학에 가 해당 교양과목을 면제받는 수가 많아 대학 조기졸업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아너스나 AP에 연연하지 않고 학교도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초등학교를 포함, 대부분의 학교가 서머 스쿨을 운영한다.
여름방학 중 매일 5시간씩 3주를 배우면 그 과목은 한 학기를 이수한 것과 같이 학점을 준다.
조기졸업 희망자와 학업미달자에게 다같이 매우 유용한 제도다.
서머 스쿨 등록여부 역시 선택사항이라 신청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우등생과 열등생을 다같이 만족시키는 제도가 활짝 열려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학교 개선법' 에 따라 설립이 허용된 '차터 (특별허가) 스쿨' 은 '우등생도 없고, 열등생도 없는 교육' 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학교다.
우리로 치면 대안학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이 차터 스쿨은 최근 미국 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신 공교육' 바람의 진원지다.
차터 스쿨은 학부모.교사.지역사회가 합심해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설정해 운영하며, 제 각각 '수학.과학 중심의 수업' '예술을 중시하는 교육' 등 독자적인 색깔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의 학업 취미와 적성에 맞춰 학교를 골라 가기 때문에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열등생이 되고마는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차터 스쿨의 평균 학생수는 1백50명. 공립학교의 3분의1 수준이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교사는 학생 하나하나에게 골고루 관심을 갖고 학업을 지도할 수 있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차터 스쿨 지원금으로 1억달러를 책정했다.
92년 미네소타주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34개주에서 1천2백85개교가 문을 열었다.
총 인원은 2백50여만명.
입학을 위한 대기자가 1천명이 넘는 명문이 부지기수다. - 중앙/6/22/99 -
* 교육개혁 - 한국의 우열반
경북 Y고교 2학년 成모 (16) 양의 올해 목표는 자신이 속해 있는 '평반' 에서 벗어나는 것.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성적에 따라 전교생을 '특반' 과 '평반' 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成양은 2학년 들어서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 이른바 '못난이 반' 에 속해 있다는 자괴감으로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이처럼 고교 우열반 편성 사실을 고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지난해 여름에는 "우수반엔 에어컨이 가동되는데 열등반엔 선풍기도 없다" 는 학생.학부모의 신고가 서울시교육청에 접수된 일도 있다.
학생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주기 위한 교육개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한쪽에서는 '수준별 교육과정' 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우등.열등생 가르기가 여전한 게 한국의 현실.
서울 A고의 한 교사는 "한 학급 46명 가운데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학생은 상위 20% 수준" 이라며 "교육은 성적 우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데 자포자기에 빠지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깝다" 고 말한다.
'대입 관문 통과' 가 지상과제로 돼 있는 인문계 고교에서는 대학입시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사회에 나서려는 학생들을 위해 취업반을 만들거나 직업학교 위탁교육을 시키는 대안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낙오된 학생들의 '마지막 비상구' 라는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되면서도 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한 대안학교가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 거창군 거창고가 대표적인 학교다.
첫눈이 오면 전교생이 토끼몰이에 나서고, 3일간 수업을 전폐한 채 예술제를 갖는 등 파격적으로 공부를 시키면서도 전교생의 95%를 4년제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안학교의 문턱은 몹시 높다.
해마다 입학 경쟁률이 5대1이 넘는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입학이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 중앙/6/22/99 -
* 교육개혁 - 장애인도 고른 혜택 美 갤로뎃大
교육 선진국들은 열등생은 물론 장애인에 대해서도 균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세계 최초의 장애인을 위한 대학 갤로뎃 (Gallaudet) 은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는 들리지 않는다는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강의실이며 도서관.기숙사가 모두 청각장애인에게 불편이 없도록 세심히 설계돼 있습니다.
일반대학과 똑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좋고요. "
교육학과 졸업반인 트리시는 갤로뎃이 청각장애 학생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워싱턴 북동쪽 플로리다가 (街) 의 켄달 그린에 자리잡은 갤로뎃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4년제 정규대학이다.
1857년 설립돼 1백5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문학. 물리학. 전자공학 등 50여개 전공과정이 개설돼 있고, 교육학.
특수언어학.심리학쪽으로는 석사 및 박사과정까지 갖추고 있다.
설립 당시 9명에 불과했던 학생수는 이제 2천명을 넘어섰고, 약 12만평의 아담한 캠퍼스에는 부속 초등학교와 고교까지 들어서 있다.
이 대학의 모든 강의는 기본적으로 수화 (手話) 를 통해 이루어지며, 문자방송을 포함한 보조 시각자료들이 총동원된다.
교수진과 교직원은 채용 후 집중적인 수화교육을 받는다.
총장을 포함, 교수진의 35%가 청각장애인이어서 학생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교육현장에 반영한다는 게 마이크 카이카 홍보처장의 설명이다.
강의실 좌석도 전면을 향해 있는 일반대학과 달리 교수 - 학생간, 혹은 학생간 수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대면식 또는 이동식으로 배치돼 있다.
갤로뎃 대학은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청각장애 학생 교육에
획기적인 전기를 맞고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강의 및 정보수집 교육이 최우선시되고 있으며, 자체 근거리통신망 (LAN) 을 통해 학생들이 강의실은 물론 기숙사와 휴게실에서도 컴퓨터통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1만3천명에 이르는 이 대학 졸업생은 대부분 전문직으로 진출,
정상인 못지않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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