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디지털융합시대, 기술경쟁력을 넘어 제도경쟁력으로
https://youtu.be/knmaS-AgyIg?si=Vhxca9pCKwFZywQ2
Glossary
- 과학 혁명 (Scientific Revolution)
- 소유권과 계약의 자유 (Freedom of Property Rights and Contract)
- 지적 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Match between Lee Sedol and AlphaGo)
- 연성적 규범 (Soft Law / Soft Norms)
- 규제법 (Regulatory Law / Hard Law)
(591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데이터,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과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을 다른 기술과 결합하여 다양한 산업 영역에 진출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은 기술과 산업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규제와 진흥을 위한 법 제도 개발에서도 치열합니다.
아직 선명한 글로벌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융합 시대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과 함께 '제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조성하고, 혁신으로 인한 다양한 변화를 사회 구성원이 수용하도록 하려면 좋은 규제를 만들고 이를 잘 집행할 수 있는 국가의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을 '제도 경쟁력'이라고 합니다.
사실 기술과 제도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16세기 과학 혁명이 그 이전에는 중국이나 인도, 아랍 문명에 비해 과학 역량이 뒤떨어져 있던 유럽에서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최초의 산업 혁명은 영국에서 일어났을까요?
왜 현재 디지털 혁명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을까요?
유럽에서 과학 혁명이 일어난 제도적 배경은 유럽이 인도나 아랍, 중국과는 달리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됨으로써 대학의 자치가 보장되고, 개인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학습·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요.
이것이 결과적으로 과학 혁명에 이르는 지식의 축적을 낳았습니다.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발생한 제도적 배경은 영국이 획기적으로 소유권과 계약의 자유를 보장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증기 기관과 같은 기술의 개발이 산업으로 이어지고, 대규모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어 기술 혁신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이렇게 확립된 자유로운 시장 경제 체제는 미국에서도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요.
이것이 미국의 기술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법으로 기술 혁신과 그 산물을 개인의 자유와 지적 재산권과 같은 권리로 최대한 보장해 주고, 안전·소비자 보호와 같은 중대한 공익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그러한 권리를 제한적으로 규제하는 환경은 미국이 기술 패권을 100년 이상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제도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나 새로운 영업 모델에 대해 우리나라와는 달리 규제를 거의 하지 않던 미국과 중국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명이 이루어진 것 역시 제도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제도는 새로운 기술이 사회 안으로 들어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쳐서, 산업 혁명과 같은 변화와 성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제도가 기술을 '사회화' 해 주는 것입니다.
기술 선진국일수록 제도의 중요성도 잘 알아서, 혁신 기술이 나올 때마다 제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 발 빠르게 제도에 관한 전략을 세우고 추진합니다.
신기술을 진흥하여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기술에 관한 국제 기술 표준을 만들고, 신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만들기에 나서는 것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법제 개발 경쟁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기념비적인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치러진 이후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규범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윤리 지침, 자율 규제와 같은 연성적 규범을 만드는 전략을 추진했다면, 최근에는 규제법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었습니다.
작년에 혜성같이 등장한 챗 지피티는 이러한 경쟁의 추진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중국, 캐나다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력이 부족한 유럽의 경우에도 인공지능에 관한 규제 만들기에 정치적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부족해도 제도를 만들어서 인공지능을 개발할 시간을 확보하고 시장을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유럽은 인공지능의 위험 수준에 따라 차등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체계를 설계했습니다.
국방이나 안보와 같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에 이 규제가 적용됩니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만든 기업의 출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인데요.
인공지능이 유럽 내에서 사용되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유럽의 인공지능 법안은 곧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유럽에 진출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미국과 영국은 반면에 현재 규제 방향만을 제시한 상황입니다.
미국은 시민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책무성, 사이버 안보를 강조하는 규제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영국은 규제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기술 혁신을 위한 정부 지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이미 추천 알고리즘, 딥페이크,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법을 만들어 시행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에 관한 법안이 여러 개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들의 특징은 유럽의 법안과 유사한 규정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규제 입법안들이 유럽의 제도를 모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