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기행을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아직 피로가 해소되지 않은 것처럼 느끼는 것은 나이 탓인지, 술 탓인지, 그날의 분위기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허행구 선생님은 아직도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 맛을 잊지 못하고, 호박잎을 구하러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침 8시 출발은 쉬어야 하는 토요일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모두 상쾌한 기분으로 모였습니다. 허행구 선생님 차에 이미란, 정보라, 김성은, 박지은 선생님이 타고, 권순교 선생님 차에 김보형과 가족, 이은영과 가족, 정현숙과 가족, 모두 8명이 타고 출발을 하였습니다. 황경희 선생님은 따로 출발하셨고, 우창숙 선생님도 가족과 같이 출발하셨습니다. 출발은 순조로웠으나, 차들이 많아 쉽게 앞으로 나가기는 어려웠습니다. 예정했던 11시를 훌쩍 넘겨 12시 10분쯤 만해 한용운 문학관과 생가에 도착했습니다. 황경희 선생님은 조금 더 늦게 도착했고, 우창숙 선생님은 길을 잘못 들어 곧바로 군산으로 가시기로 하였습니다.
만해 한용운 문학관에 도착한 우리는 이 날이 만해 한용운 시인이 입적한 지 69주년이 되며, 18회 추모제를 진행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곳곳의 만장에 만해가 남긴 시 구절들이 써져 있어서 문학 기행의 분위기를 한껏 높여 주었습니다. 문학관, 생가터를 돌며 만해의 지조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만해는 시뿐만 아니라 시조, 소설, 수필, 한시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불멸의 ‘님의 침묵’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잠 깨고서’의 한 구절은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님이면은 나를 사랑하련마는 밤마다 문밖에 와서 발자취 소리만 내고 한번도 들어오지 아니하고 도로 가니 그것이 사랑인가요.---’
배가 고파서 더 오래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빨리 우창숙 선생님 가족과도 만나야 해서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군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금강 하구둑에 많은 상가가 있었습니다. 서산 금강 하구둑과 군산 금강 하구둑이 서로 다른 곳인데, 다른 곳에 도착해서 약간 헤매기도 했지요. 군산 금강 하구둑에서 해물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해물 칼국수는 정말 시원했습니다. 몸이 무거워 일어나기 힘들 만큼 먹었지요. 이제 채만식 문학관으로 가야 하는데, 예정했던 시간보다 두 시간 정도 늦어져서 저녁 시간을 맞추려면 5시 정도에는 마무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 반 정도만 채만식 문학관과 탁류길을 보기로 했지요. 결국 6시가 되어서야 군산을 떠날 수 있었지만.
군산은 참 아담하고, 채만식 문학과 함께 도시를 꾸미고 있는 곳이었고, 한국 근대사를 조망할 수 있는 역사와 문학이 공존하는 곳이어서 좋았습니다. 문학관에서 해설사분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쫓기는 시간에 맞춰 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채만식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축구 등 다방면에 뛰어난 능력을 지녔습니다. 해설사님은 채만식이 일본 유학 시절 일본 학생들이 너는 정말 다방면에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하자, 우리 조선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이야기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채만식이 다른 방면에 글도 많이 썼는데, 시만은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것은 시인 신석정과 인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신 대목도 생각이 납니다. 문학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탁류의 길을 따라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하여 (구)조선은행까지 탐방을 했습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도 알차게 꾸며졌습니다. 체험 코스를 돌아 스탬프를 받아오면 쌀을 준다고 하여 시도한 분들도 있었는데, 쌀을 받지는 못했지요. 일제 식민지 시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구)조선은행까지 가서 사진을 찍고 충남 부여로 출발했습니다.
우리가 묵을 곳은 저녁과 아침을 같이 해결해 주고, 잠자리도 해결할 수 있는 부여군 은전면 거전리에 있는 한옥이었습니다. 원래 체험 코스로 만들었다가 숙식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꾸어 사람들이 묵을 수 있도록 하는 곳이었습니다. 전북 장수가 고향이라는 총무님의 음식 솜씨는 반찬 네 가지와 닭매운탕에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정말 맛있게 밥을 먹고, 서비스로 주시는 밤막걸리도 먹고, 문학 기행에 대한 느낌도 이야기하고, 토론 주제인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아침은 좀 느긋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콩나물북어국에 속을 달래고 천천히 씻고, 준비를 하여 신동엽 문학관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신동엽 문학관도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입구를 들어서며 보았던 흉상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펜을 쥐고 있는데, 글을 쓰는 모습이 아니라, 칼이나 창을 든 듯한 모습이었지요. 펜으로 세상의 허위를 벗기고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신동엽 시인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개그맨 신동엽은 시인 신동엽이 작고하고 2년 뒤에 태어났다고 혁이가 알려주더군요.
포천에 다시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1박 2일을 알차게 보내고, 차에서 내리면서 마음 가득 문학의 향기가 끼쳐왔습니다. 문학 기행은 우리 모임의 꽃이지요. 준비하느라 고생한 허행구 선생님과 김성은 선생님, 운전하느라 고생한 허행구, 권순교, 진웅용, 황경희 선생님, 그리고 즐거운 시간 같이 보내주신 선생님들!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못다한 이야기, 저녁 시간에 했던 이야기들은 댓글로 써 주셨으면 합니다.
문학 기행 후기.hwp
첫댓글 다른 사진들은 집에 가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