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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조조 래빗 - JoJo Rabbit >
2차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든 독일,
전쟁터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둔 10살
소년 요하네스 베츨러(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분).
'조조' 로 불리는 이 꼬마는 늘 상상 속의 친구와
함께 지내지요.
그 동무는 언제나 조조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곁에 머물러 줍니다.
한데, 그 허구의 친구는 놀랍게도 아돌프 히틀러
총통(타이카 와이티티 분)의 모습을 하고 있죠.
어쩌면 히틀러의 표상(表象)인 동료는 나약한
조조의 또다른 자아일지도 모릅니다.
최전방에서 수많은 젊은 병사들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것과는 달리,
조조가 사는 마을은 나름 평화롭지요.
멋진 남자, 모범적 나치를 꿈꾸는 소년 조조는
'유겐트 캠프' 에 가지만,
토끼를 죽이라는 명령을 실행치 못해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상상의 친구 히틀러에게 부추김을 받아
수류탄 투척 훈련에 용기를 낸 조조는,
그만 얼굴과 다리에 오욕의 부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오지요.
다정하지만 강인한 엄마 로지
(스칼렛 요한슨 분),
그녀는 놀기 좋아하고 엄마를 초콜릿 발명가라고
믿었던 10살 짜리 꼬마 조조가,
조숙하게도 전쟁과 정치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걱정합니다.
그런 조조에게 로지는 “삶은 신의 선물이야,
그러니 즐겨야지!”라고 조언하며,
편협함과 광기로 가득 찬 상황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간절한 진심을 전하죠.
아울러, 자신의 나치적 신념 외에는 모든 감정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조조에게 이릅니다.
“사랑은 세상에서 제일 강하거든,
그 무엇도 이길 수 없어!”
엄마는 그렇게,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아들에게 헌사해주지요.
그런데...
‘히틀러의 멋진 개인 경호원’이 되겠다는
부푼 꿈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때쯤,
조조는 자신의 집 2층 벽장 안에 숨어 지내던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매켄지 분)와 마주치며
놀라 자빠집니다.
두려움에 떠는 조조에게 엘사는 “내가 누군지
알지?”라고 당차게 물으며, 독일어로 내뱉지요.
“신의 가호가 있기를!(Gesundheit!)"
꼬마는 신고하려 하지만 잘못하면 엄마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엘사의 협박(?)성 충고에
그만 주저앉고 맙니다.
그렇게 시작된 엘사와의 위험한 동거...
'유대인은 괴물' 이라는 세뇌를 당해온 조조는,
상상과는 다른 엘사의 존재에 크나큰 혼란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첫만남의 경계심이 조금씩 풀리면서
서로 대화하고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조는 그간 배워온 것들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 와중에 수상한 낌새를 채고 조조의 집을
기습 방문하는 게슈타포...
< 문라이즈 킹덤 > 에 버금가는 동화적 판타지의
비주얼과,
“하일 히틀러” 경례의 반복 변주만으로도 폭소를
자아내는 와이티티의 독창적 유머 감각은,
'혐오와의 전쟁' 이란 어둡고도 잔혹한 명제를
잊은 채, 드라마를 흔들림없이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영화 속 세계가 소년의 눈을 필터로 해
정화(淨化 : verklarung)된 풍경이라는 전제가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면도 있습니다.
하여,
< 조조 래빗 > 은 제2차대전을 평면적으로
재해석하는 차원이 아닌,
특정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 차별과 혐오를
유머와 풍자로 난타하는 작품으로 자리하지요.
영화 < 조조 래빗 > 의 시작과 끝은 글램 록의
대부 데이빗 보위가 노래하는 'Heroes'(독일어
버전 'Helden')와 함께 합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어 통일이 되길 기원하며
쓴 곡인데 몇년 뒤 실제로 무너졌지요.
초반부 화면 속엔 적대국 영국 출신 비틀즈의
'I wanna hold your hand' 독일어 판인
'Komm, gib mir deine hand' 가,
마치 '영국의 대침공(British Invasion)' 을
은유하듯 사뭇 익살스러운 톤으로 풀어집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자막에 품어진 20세기 독일어권
최고의 유대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Geh bis an deiner sehnsucht rand'
('Go to the limits of your longing') 중
일부 싯귀(詩句)...
" Let everything happen to you
Beauty and terror
Just keep going
No feeling is final "
" 어떤 일이든 모두 일어나게 놔둬라
아름다움과 두려움까지도
그냥 계속해서 나아가라
어떤 감정도 끝이 아닐 것이니 "
1. 영화 <조조 래빗 - Jojo Rabbit > 예고편
https://youtu.be/po3Gz3-lFmc
위기에 처한 토르의 유머 넘치는 모험담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타이카 와이티티.
그가 이번엔 10세 나치 소년의 눈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란 무거운 주제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반 혐오 풍자적(Anti hate satire) 블랙 코미디
< 조조 래빗 > 으로 돌아왔지요.
극의 주인공은 엄마 로지와 단둘이 사는
꼬마 조조입니다.
독일 소년단(유겐트)에서는 10살 즈음의
아이들에게 총쏘기나 단검 쓰는 법, 수류탄
던지는 법을 가르치더니,
급기야 잔인하게도 토끼의 목을 비틀어
죽이라고 겁박하지요.
조조는 맹목적으로 나치와 히틀러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지만,
실제론 토끼까지는 차마 죽이지 못하는
여리디 여린 아이일 뿐입니다.
덕분(?)에 그는 겁쟁이 ‘조조 래빗’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놀림을 받게 되지요.
영화 < 조조 래빗 > 은 단선적 판타지를 넘어,
유쾌함 속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웃음 뒤에
가려진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조조의 가상 현실 속
친구 히틀러 역으로도 출연하지요.
우스꽝스러운 히틀러의 등장은 불편한 소재를
다루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보여집니다.
게슈타포가 등장해 집을 수색하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
1분간 무려 31차례 반복되는 ‘하일 히틀러’ 의
경례 역시 울고픈 웃음의 패러독스를 건네지요.
히틀러를 "수염도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한심한 남자" 로 비판하며,
'자유 독일' 의 전단을 몰래 뿌리는
반나치주의자 엄마 로지...
그녀는 구노의 오페라 < 파우스트 > 속
'왈츠와 합창' 이 희미하게 흐르는 가운데,
맹목적으로 나치에 충성하는 철부지 아들
조조를 타이릅니다.
로지는 희망을 잃지 않지요.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감으로 잃은 딸의 친구 엘사를 집에
숨겨줍니다.
또한 로지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춤과 노래' 를 즐겨하죠.
이는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힌 세상에 대한
그녀 나름의 저항방식일 것입니다.
부상때문에 독일군이 되지 못해 크게 낙심해있는
아들을 로지는 위로해주지요.
"세상에는 더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이 얼마든지
많단다!"
조조는 소년단 훈련 캠프에서 친구 요키와
천진스레 얘기를 나누지요.
"유대인들은 서로 생각을 읽는데!"
"근데 어떻게 알아봐?
우리랑 똑같이 생겼는데."
조조는 나치 독일군인양 거들먹거리며
엘사를 향해 외칩니다.
"난 네 적이야!"
엘사는 누나처럼 그런 조조를 차분히 타이르죠.
"제발 날 인간으로 대해줘.
조조, 넌 나치가 아냐.
괴상한 군복입기 좋아하고, 그저 무리에 속하고
싶어하는 10살짜리 꼬마일 뿐이지!"
엘사는 벽장 속에 숨어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처참한 상황에서도 결코 당당함을 잃지않는
게지요.
신발끈 하나도 혼자 스스로 묶지 못하던 조조가
교수대에서 공개 처형된 엄마의 구두를 부여잡고,
신발끈을 묶어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가슴
아픈 순간으로 저며옵니다만...
사고무친, 홀로 남은 조조는 엘사에게 시나브로
마음을 열어가지요.
"전쟁이 끝나 무사히 살아남으면 뭘 제일
하고 싶어?"
엘사는 주저하며 답합니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자유롭게 춤을 추고 싶어!"
영화 종반부, 미군과 소련군이 입성한 후,
폭탄과 총알이 날아다니는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조조는 친구 요키에게 “모든 게 뒤죽박죽이야”
라고 자신의 혼란스런 감정을 푸념하지요.
군복을 벗어던진(이제 필요 없어진) 친구 요키는
자못 의젓한 화답을 무심하게 툭 건넵니다.
"나치로 살기 좋은 때는 아니지,
난 이제 엄마에게 돌아갈래!"
난생 처음으로 엘사의 신발끈을 묶어주는데
성공하는 조조,
그의 모습에서 어느덧 훌쩍 자란 소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로지로부터 시작된 '사랑' 이 아들 조조에게서
꽃피워지게 된 게지요.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를 얻은 엘사,
소녀는 꿈이자 소원이었던 춤을,
이제 어엿한 '씨밀레'가 된 조조와 함께
흔연스레 춥니다.
데이빗 보위의 암유적 노래 'Heroes'
(독일어 버전 'Helden') 와 어우러져서 말이죠.
그렇게...
아이의 천진한 시선에 녹여낸 2차대전 풍광은
기존 어떤 영화와도 다르게 울려옵니다.
경쾌한 소동 끝에 비수 같은 비극도 녹여내지요.
< 조조 래빗 > 은 10살 소년 조조의 성장기라
할 수 있습니다.
상상 속의 친구 히틀러와의 기묘한 우정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을 터,
극 중 내내 이어지는 참혹한 현실은 끊임없이
조조의 마음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며 그를
혼란에 빠트리지요.
하지만 슬픔어린 고통을 뒤로 한 채 한껏
성숙해진 조조는 결국 허상의 히틀러와 과감히
결별합니다.
히틀러의 자살 소식을 조조가 듣고는
나치즘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되자,
초조해진 상상 속의 친구 히틀러, 그는
머리에 구멍(자살 상흔)이 뚫린 채로 조조를
압박하죠.
하지만, 조조는 "Fuck off Hitler!"라 내뱉으며,
허구의 히틀러를 가차없이 걷어차 창문 밖으로
추락시키고 맙니다.
소년 조조는 비로소 현실 세계의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 나와 '홀로서기의 자유' 를 쟁취한
것이죠.
아버지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어머니는 영국 혈통의 유대계인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는 힘주어 말합니다.
"히틀러의 인종주의적 파시즘이 빚은 광기의
역사를 계속 얘기해야 합니다.
왜냐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이고,
사실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닌데다,
많은 젊은 세대, 밀레니얼이 끊임없이
'홀로코스트' 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아울러 덧붙입니다.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이 히틀러 역을
맡는 것보다 히틀러를 제대로 모욕하는 일이
있을까요?”
'독일인'과 '비독일인' 으로 나눠 살륙을
자행했던 '불평등' 의 시대,
강력한 아리안 혈통의 독일인 양성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억압했던 시대,
전쟁을 위해 '사랑' 을 탄압했던 시대...
그 세기적 나치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유대인 감독 와이티티는 극 중 '로지' 라는 인물을
통해 던지고 있는 것이죠.
< 조조 래빗 > 의 원작은 10년 전 그의 어머니가
권한 유럽 작가 크리스틴 뢰넨스의 소설
< 갇힌 하늘 - Caging Skies > 입니다.
영화 속엔 조조와 상상 속 친구 히틀러의
비밀 작전, 나치 소년들의 오합지졸 군사훈련
등이 거대한 전쟁놀이처럼 펼쳐지지요.
“충성스럽게 살고, 죽음을 거부하고 싸우며,
웃으면서 죽는다!”
당시 히틀러 소년단의 실제 구호였다고 합니다.
감독은 강조하지요.
“아이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그 일부가 되기 위해
애썼는지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유대인 머리엔 뿔이 있다"라는 식의
나치 사상 주입을 받은 아이는 당시 800만 명에
달했다고 하지요.
화면 속엔 "외모로만 봐선 유대인, 독일인을
구분할 수 없다" 는 대사도 나옵니다만...
와이티티는 계속해서 얘기합니다.
“그게 영화의 포인트이죠.
누군가를 외모로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짓입니다.
또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도
보여주고 싶었죠.”
또한 8세, 5세 두 딸을 둔 아빠로서 그는
올곧게 주장합니다.
“지금도 어른들의 사상에 세뇌당하는
아이들이 있지요.
내 안의 어린아이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60대나 70대가 꽃향기를 맡고 구름을 바라보고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
바로 그런 것이 세상을 치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누구나 다시 아이가 될 수 있다면 세상에는
문제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음악감독 마이클 지아키노...
그는 요한 슈트라우스와 구노의 미려한
클래식 왈츠 곡 외에,
주제가 격인 데이빗 보위의 'Heroes(Helden)'
로부터,
비틀스의 'Komm, gib mir deine hand'
('I wanna hold your hand')와
로이 오비손의 'Mama',
톰 웨이츠의 'I don't wanna grow up'
엘라 피츠제럴드의 'The Dipsy Doodle',
아서 리의 'Everybody's gotta live' 와
글렌 밀러 밴드의 'People like you and me'
등에 이르기 까지,
제목 자체와 내용이 상징적인 팝뮤직 들을
적재적소에 OST로 배치시키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이끌어내고 있지요.
2. 데이빗 보위의 'Heroes'
https://youtu.be/lXgkuM2NhYI
< 토르 - 라크나로크 > 로 할리우드 주류가 된
작가·배우·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그는 로베르토 베니니 작 < 인생은 아름다워 >
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무릅쓰고,
제3제국을 해학적으로 뒤틀어댄 블랙 코미디 물
< 조조 래빗 > 을 공개했습니다.
와이티티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동의 역사를,
‘히틀러 유겐트’라는 민감하고도 불편한 소재를
통해 소년의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지요.
조조의 눈으로 바라본 히틀러, 나치 독일,
유대인, 전쟁 등의 키워드는 영화에서 일견
코믹하면서도 섬뜩하게 묘사됩니다.
칠흑같은 어두움, 또한 한없는 두려움 속에서도,
전쟁을 일으켰던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비판과 곤경에 물러서지 않는 자세를 꿋꿋하게
견지해 나간,
그 치열한 삶을 일기로 작성했던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Anne Frank)...
와이티티 감독은 그런 안네를 오롯이 기림으로써,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을 현재를 사는,
또 미래을 살아갈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던 것이죠.
극 중 가끔 클로즈 업 숏에 담긴 '엘사' 의 표정은
자기 내면에 침잠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어둡고 힘든 공포의 시대를 살아가며 조숙해진
안네 프랑크의 처절한 삶을 떠오르게 합니다.
비록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 조조 래빗> 피날레에,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기원한, 데이빗 보위의
노래 'Heroes' 와 어우러지는 '춤의 시퀀스' 를
절묘하게 설정함으로써,
안네 프랑크에게 그토록 소중한 '삶의 자유' 를
헌정한 셈이죠.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인 감독이 직접
히틀러 역을 맡아 희화적 뉘앙스를 강화했고,
스칼렛 요한슨, 샘 록웰, 리벨 윌슨,
스티븐 머천트 등의 주연급 조역들이 영화에
균형과 안정감을 더해준 < 조조 래빗 >...
영화 속에는 두명의 중요한 캐릭터 배우가
등장하지요.
독일 소년단의 훈련교관인 대위
클렌젠도르프 (샘 록웰 분) 와,
금발의 여성 교관 람(레벨 윌슨 분) 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동성애자라는 암시를 풍기는
클렌젠도르프 대위...
그는 소년단 훈련 캠프에서 "우리 독일이
지고 있다"고 심드렁하게 말하거나,
"유대인을 구분하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
는 조조의 질문에 그렇다고 무심히
대답하는 등,
전반적으로 나치즘에 지겨움을
느끼는 듯 보이죠.
하지만 조조와 엄마 로지에게
우호적이었던 그는,
조조의 집에 게슈타포가 갑작스레
들이닥쳤을 때 일부러 찾아와 조조를
보호해주며,
조조의 누나 잉거를 연기하던
엘사의 치명적인 실수도 모른 척
넘어가줍니다.
급기야 그는 베를린의 마지막 공방전에서
부하 병사 핀켈(알피 앨런 분)과 화려한
복장을 입고 전투에 참여하다 소련군에게 포로로
잡히죠.
여기서 소련군에게 끌려온 조조의
독일군 군복을 벗겨주고,
조조 엄마의 일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고 위로해줍니다.
그리고 조조를 유대인 녀석이라고 외치며 탈출시킨 직후
총살당하고 말지요.
독일 소년단의 보조 교관으로,
코믹한 언행에 역시 나사가 빠져 보이는
여성 람...
하지만, 그녀는 클렌젠도르프와는 달리
나치즘을 맹신해서 주변인에게 일어난
불행이 전부 유대인 탓이라고 진지하게 믿습니다.
18명의 아이를 낳아 국가에 봉사했다고
언제나 자랑스레 주장하는 람은,
극 초반 조조의 망상을 황당하게도
진짜라고 말해주지요.
마지막 전투에서 아이들에게 무기를
나누어주며 자진 돌격을 강요합니다.
유겐트 단원의 허리 춤에 수류탄을
달아주고 ''저기 미국인 보이지? 가서 안아줘버려!''
쫓아보내는데다,
요키에게는 반자동 권총 '루거'를
쥐어 준 채, 우리와 다르게 생긴 모두를
쏴버리라고 하지요.
심지어 조조에게조차 죽은 병사의 재킷을 입히고
맞서 싸우라고 외칩니다.
그리고는 본인도 MG42를 난사하는
괴력을 발휘하지요.
그 직후 탱크 포격에 맞아 폭사합니다만...
3.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Frulingsstimmen Waltz) Op. 410
- 빌리 뷔흘러 지휘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2017
https://youtu.be/9T2xTI7gdRA
조조가 수영장에서 생존 훈련을 받는
시퀀스에서,
오스트리아(2차대전 당시 독일의 한 지방으로
병합 됨) 출신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가 우아하게 흐르지요.
4. 구노의 오페라 < 파우스트 - Faust > 중
2막 '왈츠와 합창(Waltz & Chrous)'
- 로저 와그너 합창단, 할리우드 볼 교향악단
https://youtu.be/vnBI8HecsX8
유대인 소녀 엘사를 좋아하게 된 조조는,
시대가 자신에게 강요하고 주입시켰던 이념과
사상들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죠.
극중 조조의 대사 "모든게 뒤죽박죽이야"
또한,
성숙해진 소년이 시대의 아이러니를 깨달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5. 비틀즈의 'I wanna hold your hand'
https://youtu.be/xXi9yiC_bV8
비틀즈의 ‘Komm, gib mir deine hand
( I wanna hold your hand)’가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나치 제복을 입고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동화 속 한장면처럼 펼쳐집니다.
그렇지만 나치식 경례로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그의 손을 잡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를 찍은 영상은,
광기어린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죠.
1933년 5월 나치정권의 선전상이었던
괴벨스...
그는 독일 국민들의 정신 획일화 및 세뇌를 위한,
나아가 비독일인의 영혼을 정화(淨化)시킨다는
명분하에 불온(?)서적들을 모조리 태웠던,
이른바, 끔찍한 광기의 산물 '베를린 분서 사건'
(Bucherverbrennung)의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영화 < 조조 래빗 > 에서 소년단원들이
캠프파이어를 위해 책들을 모닥불에 던지는데,
소년 단원들의 웃음과 캠프파이어의 불빛만
거두면 장면의 심층에서 실제 분서 사건의
참담함을 목격할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참혹함은 나중에
통쾌함으로 변환됩니다.
왜냐하면 책을 태우는 강렬한 불씨가 극 후반부
전멸한 나치군을 휘감는 불씨와 조응(照應)해
휘몰아치기 때문이지요.
6. 'I don't wanna grow up'
- 톰 웨이츠 노래 / 짐 자무쉬 연출 비디오, 1992
https://youtu.be/Zo4Y0TxW41g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엄마를 잃는 아픔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조조의 모습이 애틋하게
투영된,
중의적인 타이틀의 노래로 스며옵니다.
7. '마마(Mama)'
- 로이 오비슨 노래(독일어 버전)
https://youtu.be/7fGfwYm1BQA
맘속 깊이 상처받은 아들이 엄마에게 따스한
위안을 구하는 이 슬픈 노래는,
영화 < 조조 래빗 > 의 풍자적 위트의 감성과
너무도 잘 아우러지지요.
8. 'The Dipsy Doodle'
- 엘라 피츠제랄드 노래, 1937
https://youtu.be/ngTuK8NsGpc
9. 'Everybody's gotta live'
- Love 밴드의 리더 아서 리
https://youtu.be/HTWeEUr0uoE
전투 장면에 사뭇 처연한 절규의 톤으로
흐릅니다.
10. 'People like you and me'
- 글렌 밀러와 그의 오케스트라
/ 보컬 그룹 The Modernaires
https://youtu.be/Y10aCLaf4Ok
- 李 忠 植 -
첫댓글 쿠엔틴 타란티노는 2019년 연출작
< 원스 어펀 어 타임...인 할리우드 > 에서,
실제 역사적 사건을 수정해, 오랜 시간 슬픔에
잠겼던 누군가에게 따스한 위로를 안겨줬지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또한 < 조조 래빗 > 을 통해
본인만의 방식으로,
히틀러가 허수아비 취급받는 시대적 분위기를
직조해낸 후,
무고한 유대인의 자유와 생명을 도륙했던
나치 시대를,
희생자를 대신해 마음껏 조롱하며 짓밟아주고
있습니다.
영화 < 조조 래빗 > 에는 두명의 중요한 캐릭터
배우가 등장하지요.
독일 소년단의 훈련교관인 대위 클렌젠도르프
(샘 록웰 분) 와,
금발의 여성 교관 람(레벨 윌슨 분) 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동성애자라는 암시를 풍기는 클렌젠도르프 대위...
그는 소년단 훈련 캠프에서 "우리 독일이 지고
있다"고 심드렁하게 말하거나,
"유대인을 구분하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 는
조조의 질문에 그렇다고 무심히 대답하는 등,
전반적으로 나치즘에 지겨움을 느끼는 듯 보이죠.
그럼에도 조조와 엄마 로지에게 우호적이었던
대위는,
조조의 집에 게슈타포가 갑작스레 들이닥쳤을 때
일부러 찾아와 조조를 보호해주며,
조조의 누나 잉거를 연기하던 엘사의 치명적인
실수도 모른 척 넘어가줍니다.
급기야 그는 베를린의 마지막 공방전에서 부하
병사 핀켈(알피 앨런 분)과 화려한 복장을 입고
전투에 참여하다 소련군에게 포로로 잡히죠.
그곳에서 소련군에게 끌려온 조조의 독일군
군복을 벗겨주고,
엄마의 일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고 위로해줍니다.
그리고 조조를 유대인 녀석이라고 외치며
탈출시킨 직후 총살당하고 말지요.
독일 소년단의 보조 교관으로, 코믹한 언행에
나사 또한 빠져 보이는 여성 람...
하지만, 그녀는 클렌젠도르프와는 달리 나치즘을
맹신해서 주변인에게 일어난 불행이 전부 유대인
탓이라고 진지하게 믿습니다.
18명의 아이를 낳아 국가에 봉사했다고 언제나
자랑스레 주장하는 람은,
극 초반 조조의 망상을 황당하게도 진짜라고
말해주지요.
마지막 전투에서 아이들에게 무기를 나누어주며
자진 돌격을 강요합니다.
유겐트 단원의 허리 춤에 수류탄을 달아주고
''저기 미국인 보이지? 가서 안아줘버려!''
쫓아보내는데다,
요키에게는 반자동 권총 '루거'를 쥐어 준 채,
우리와 다르게 생긴 모두를 쏴버리라고 하지요.
심지어 조조에게조차 죽은 병사의 재킷을
입히고 맞서 싸우라고 외칩니다.
그리고는 본인도 MG42를 난사하는 괴력을
발휘하지요.
그 직후 탱크 포격에 맞아 폭사합니다만...
< 조조 래빗 > 은 10세 소년 조조 베츨러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분) 시선을 따라
진행됩니다.
또래 무리에 좀체 어울리지 못하는 조조는
상상의 친구 히틀러를 사귀면서 당시 유럽을
지배한 나치스와 본인 정체성을 동일시하지요.
그러다 어느 날 자기 집에 몰래 숨어 있던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매켄지 분)를 만나게
되면서 유대인의 정체를 속속들이 밝혀
히틀러에게 인정받겠다는 꿈을 키우게 됩니다.
영화는 배경과 소품, 화면의 색감까지
미술의 전 요소가 동화적으로,
그 우화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종 차별과
편견, 또한 파시즘의 광기를 비판하고 있지요.
그런 아기자기한 공간 속에서 아동복
모델처럼 꾸민 조조가,
"여왕 유대인은 알을 어디서 낳느냐" 는
차별적 발언을 하며 부조화를 이룹니다.
소년의 색안경을 벗겨주는 건 벽장 속
소녀 엘사와 엄마 로지 베츨러(스칼릿
요한슨 분)이죠.
그들은 '인종차별이 나쁘다'고 가르치는
대신 서로를 보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조를 배제의 세계에서 포용의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 결혼 이야기 > 로 절정에 달한 연기 감각을
과시한 스칼릿 요한슨은,
10세에 벌써 인종차별주의자가 돼 버린
아들을 보는 복잡한 심경을 품어내지요.
히틀러로 분한 감독 자신이나 독일 소년단
훈련관인 클렌첸도프 대위를 연기한
샘 록웰 또한,
아무런 악의 없이 아이에게 폭력적 사고를
주입하는 어른들의 '광폭함'을 맛깔나게
표현했습니다.
데이비스는 장중 내내 "사랑스럽고
영리한" 얼굴로 뛰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