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자리에 없습니다"
'우리 집단'을 낮추고 '상대 집단'을 높이는
일본의 겸양 표현
한국어와 일본어의 대우 표현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것은 높임법을 적용할 때의 판단 기준이다. 한국어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서술어의 주체와 청자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여 높임법을 적용하지만, 일본어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속한 ‘집단’이 판단 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서, 한국어에서는 문장의 주체가 말하는 사람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지 낮은지, 또는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등을 따져 적절한 대우 표현을 결정하는 반면에, 일본어에서는 문장의 주체가 화자와 동일한 집단에 속해 있는지 아닌지가 우선적인 기준이 된다.
회사에서, 사장이 자리를 비우고 비서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거래처에서 연락이 온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한국의 비서는 “사장님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셨습니다.”라고 할 것이다. 자리를 비운 행동의 주체인 사장이 말하는 사람인 비서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기 때문에 듣는 사람과는 상관없이 사장을 높인 것이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비서는 “社長は席を外しております
직역: 사장이 자리를 비우고 있습니다.와 같이 말함으로써 사장을 높이지 않는다. 일본어에서는 자기가 속한 집단의 사람을 낮춤으로써 다른 집단에 속한 상대방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어의 가족 호칭에는 자기 가족 안에서 가족끼리 쓰는 말과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의 가족을 부를 때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가족끼리는 お父さん[otousan]아버지、お母さん[okaasan]어머니、お兄さん[oniisan]형/오빠、お姉さん[oneesan]누나/언니와 같이 가족을 높이는 말을 사용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가족 이야기를 할 때는 父[titi]아버지、母[haha]어머니、兄[ani]형/오빠、姉[ane]누나/언니와 같이 일반적인 어휘를 사용한다. 이는 한국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의 아버지를 ‘아버지’ 또는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