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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바다에서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2013/7/2
독서 : 창세 19,15-29 복음 : 마태 8,23-27
그 무렵 23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제자들도 그분을 따랐다. 24 그때 호수에 큰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25 제자들이 다가가 예수님을 깨우며,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하였다.
26 그러자 그분은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 다음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27 그 사람들은 놀라워하며 말하였다.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 머나먼 땅끝 나라에서 선교사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요즈음 들려오는 고국의 소식은 심상치가 않다. 북한의 일방적 정전 협정 폐기, 전쟁 준비 완료, 전쟁 선언, 긴장 고조 등.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오늘 복음에서처럼 “호수에 큰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게 되었을 때”(8,24) 겁에 질려 주님께 구해 주시길 간청하는 제자들처럼 두려워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또한 얼마 전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교황직을 사임하면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교회라는 배를 타고 항해하면서, 물결이 들이치고 역풍이 일어 배가 가라앉을 것만 같은 캄캄한 상황 속에서도 주님은 함께 계셨고, 그 배는 나의 것도, 여러분의 것도 아닌 바로 ‘주님의 배’였기에 가라앉게 놔두시지 않으신다.”
주님과 한 배를 타고 생의 바다를 건너는 우리 신앙인들은 그분의 현존에 신앙의 닻을 내리고, 그분을 바라보면서, 오늘 우리를 향해 불어오는 역풍과 풍랑과 파도를 헤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인생은 고해의 바다’라고 했던 옛말처럼 생의 바다를 건너는 동안, 어찌 잔잔한 바다만 있을 수 있으랴? 폭풍과 풍랑이 일고, 배가 뒤집힐 것 같은 생의 고비를 수없이 겪으며, 저 바다의 항구에 닿기까지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저어가는 인생의 항해! 나와 한 배를 타고 계시는 생명의 주관자이신 주님께 신앙의 닻을 굳게 내리고, 그분을 신뢰하며 의탁할 때, 우리 안에 이는 온갖 풍랑이 고요해지리니 그렇게 신앙의 해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그분이 함께 인생의 항해를 할 수 있는 은혜로 축복해 주시길 청해 본다.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해 주십시오. 온갖 풍랑이 고요해지도록 …. 아멘.
- 성시자 수녀(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