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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한국경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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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조선배가 배출한 스타 기수“김 창 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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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막을 내린 미 LPGA 그린스닷컴 클래식 골프 대회는 3년 연속 한국 낭자들(박세리, 김미현, 박지은)이 우승하는 인연을 낳기도 했다. 한국 경마에서 이와 비슷한 유례를 찾는다면 스포츠조선배에서 3회 연속 우승한 김창옥 기수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에 이어 90년도 세번째 데일리 스포츠 전문지로 창간된 스포츠조선을 기념하기 위해 창설된 스포츠조선배는 기수 김창옥을 스타로 발돋움시킨 대회였다. 90년 4월 29일, 12두의 준마가 초대 챔피언을 차지하기 위해 과천벌에서 자웅을 겨뤘다. 국내산마로 믿어지지 않는 상승세를 보인 ‘원당1호’가 1번 출발지라는 혜택에 편승해 인기 1위를 마크했고, 김창옥 기수가 기승한 7B번마 ‘실로암’이 7A번마 ‘문무백관’과 함께 묶음번호 상태에서 인기 2위를 기록했다. 경주는 출발 후 약 200m 지점부터 선두에 나선 김창옥 기수의 ‘실로암’이 결승주로에서 추격을 시작한 국내산마 ‘ 원당1호’를 2마신 차이로 제치고 영광의 초대 챔피언 자리에 등극한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지난 92년 4월 26일, 제3회 스포츠조선배가 열리게 된다. 3등급 12두의 준마가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중 연대율 100%를 기록 중이던 ‘풍전’과 괴력의 추입마 ‘다락원’으로 인기가 집중됐다. 김창옥 기수가 기승한 ‘백궁’은 56-3Kg이라는 핸디캡이 말해주듯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비인기마였다. ‘풍전’과 ‘강경’의 초반 선두 다툼으로 시작된 경주는 선추입마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었고, 차분히 뒤를 따르던 ‘백궁’이 괴력의 추입마인 ‘다락원’의 추격을 목차이로 막아내며 우승을 차지한다. 명마 ‘가속도’를 강제 은퇴시킨 15조 홍순철 조교사에게 멋진 선물이 된 김창옥 기수의 승리였다. 이로써 김기수는 90년 제1회 대회에 이어 두번째 패권을 차지하며 ‘스포츠조선배의 사나이’ ‘대상 경주의 사나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니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찬사라는 시기어린 비아냥이 생기게 된다. 다시 2년의 시간이 지난 94년 5월 8일, 과천 경마장에는 제5회 스포츠조선배 때문인지 많은 경마팬들이 운집했다. 3등급 마필 14두가 패권에 도전했고, 그중 4전 3승 준우승 1회를 기록한 막강 추입마 ‘굿타임’의 우승에 관심이 쏠렸던 대회였다. 그러나 출전 마필들과 기수를 꼼꼼히 훑어본 경마팬들은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1회, 3회 대회를 징검다리식으로 우승한 김창옥 기수가 ‘바바리아’라는 마필에 기승한 것이었다. 징크스 대로라면 5회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묘한 분위기가 ‘굿타임’의 우승 확신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팽팽히 맞섰다. 드러난 전력으로는 우승 후보인 ‘굿타임’에게 뒤지지만 어차피 대상 경주는 의외의 변수를 배제할 수 없기에 혹시나 하는 경마팬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선행마인 ‘잠수교’와 ‘랩소디’의 치열한 공방으로 시작된 경주는 4코너에 이를 무렵 출전마 14두가 일렬 종대로 늘어서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제 마지막 스퍼트를 남겨 놓은 시점에서 모든 마필이 힘을 쏟아부었지만 좀처럼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다. 결승선 100m 전방에서야 맨 바깥쪽에서 우위를 보이는 마필이 있었으니 놀랍게도 김창옥 기수의 ‘바바리아’였다. 손에 땀을 쥐기 시작한 마지막 100m에서 ‘바바리아’ 는 인코스에서 완강히 버티고 있던 ‘노래가락’을 3/4마신 차이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바바리아’ 의 단승식 배당이 24.9배, ‘노래가락’과의 복승식 배당은 무려 289.4배를 기록해 70년 한국 경마 사상 대상경주 최고 배당을 기록하게 된다. 징검다리식으로 스포츠조선배를 차지한 김창옥 기수에게 묘한 기대를 한 경마팬들은 기대가 현실로 이루어지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마 전문가들조차 설마했던 징크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었다. 이로써 김기수는 ‘스포츠조선배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이 더욱 굳어졌고, 동기생 홍대유가 가지고 있던 ‘대상경주 사나이’라는 최고의 찬사도 물려받게 된다. 다시 8년의 시간이 흘러 2000년 5월 14일, 제11회 스포츠조선배에서 김기수는 11마리가 출전한 가운데 인기 순위 10위인 ‘쥬아라’에 기승, 강력한 우승후보 ‘자당’의 뒤를 이어 2위로 골인함으로써 스포츠조선배와의 묘한 인연의 사슬을 이어간다. 이번 대회 역시 인기 최하위였던 ‘쥬아라’에 행운을 건 경마팬들 중 김창옥 기수와 스포츠조선배의 인연을 기억하며 베팅을 한 팬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특정 대상 경주와 특정 기수의 묘한 인연, 21세기에는 과연 어떤 기수가 새로운 인연을 만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