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우연히 다이소에 갔다가 추억의 주전자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들 이사 시켜 놓고 하나 둘 제자리에 정돈하고 나니 생활에 있어서
새로 구입해야 할 물건들이 필요해서 다이소라는 곳을 찿았습니다.
이것저것 가격도 저렴하면서도 물건은 good~~
그런데 그릇코너에서 내 눈에 띈 노란빛 나면서 가벼운 양은주전자.
나 어린시절에는 집집마다 가면 부엌에 작은것과 중간것 큰것이
여기저기 찌그러진 모양 그대로 이집 저집 에서 잘 사용했던 주전자입니다.
우리집은 물끓이는 용도보다는 주로 손님 오시면 막걸리 받아 오던
용도로 쓰인 것 같습니다.
저녁먹고나서 배가 출출할 시간 되면 울 친정아버지는 약주생각이 나시는지
울 5형제 이름을 모두 부르신답니다
우리는 아버지가 부르시는 그 이름 뒤에는 꼭 어떤 심부름 인 것 을
잘 알기에 모른척 대답 안하고 서로 얼굴들만 멀뚱이 쳐다 보고 했습니다.
결국에는 맘이 젤 약한 제가 아버지 앞으로 달려 갔습니다
아버지는 돈을 주시면서 막걸리를 한되만 받아 오라고 하십니다.
저는 주방으로 아니 나 어린시절에는 주방이 아니고 부엌이라고
불렀던것 같습니다.
부엌문 드르륵 열고 댓돌 한개 밞고 내려 서면 부엌바닥은 움푹 파여 있고
그곳에 서서 주전자를 찿아 봅니다
한되짜리 주전자, 서너되 들어갈 만한 주전자, 말짜리 주전자,
요기죠기 찌그러진 한되박 짜리 자그만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 받으러
가던 생각이 납니다.
언덕내려가서 신작로길 건너면 구석진곳에 위치하고 있던 양조장에서는
술냄새가 풍겨 나옵니다.
그곳에 가면 나무 대문 옆으로 막걸리 사러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노란
양은주전자를 들고는 순서를 기다리고 했습니다.
순서가 되면 양조장에서 일하시던 아저씨는 항아리 같은 곳에서 한바가지
푹 떠서 주전자에 담아주신답니다
주전자에 가득 담아 주신 막걸리를 들고는 쏟아지지 않게 조심히 가지고
걸어 오다 보면 주전자 주둥이에서는 뽀얀 막걸리가 조금씩 쏟아 지려고 합니다
그러면 저는 얼른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한모금 쪽 빨아먹고 걸어 오면서
서너모금 빨아먹고 집에오면 울아버지는 작은상에다가 김장김치를 쫑쫑 썰어서
금방 부쳐온 김치부침개와 동치미가 상에 놓여져 제가 술받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보자마자 막걸리주전자를 얼른 잡으시면서 대접에다 한가득 붓고
부침개를 안주 삼아서 벌컥벌컥 마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한대접 다마시고 나시면 손등에다가 입에 묻은 막걸리를 쓰윽 닦으시면서
세째인 제가 술을 받아 오면 반대접이 더 나온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나만 주전자 주댕이에다 입대고 막거리 빨아 먹은것이 아니고
울5형제 모두가 막걸리 받아 올 때 마다 나처럼 했나 봅니다.
아버지는 대접에 술을 따라 드시면서 그 잔수까지를 기억하신걸 보면...
어떤때는 막걸리 한 잔에 기분이 울적하시면 술힘을 빌어서 북에 두고온 가족들,
오마니도 불러 보고 동생들 이름도 모두 불러 보고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도 불러보고,빈대떡신사도 불러보시고, 소리 죽여 눈물 흘리기도 하고...
그렇게 막걸리 한되박에 울친정아버지는 북에 두고온 가족생각에
맘을 다스렸던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 고향이 평안도 영변을 지나서 밤나무가 많던 하시면서
고향주소를 적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주신 숙제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아버지 숙제를 못하고 있지만 내발로 죠기 북동네에 발을
딛는날이 온다면 꼭 찿아 가야 할 아버지숙제.
구정인 명절이 다가 오다 보니 오늘은 문득 친정아버지께 열심히
막걸리 받아다 준 생각이 납니다
다이소에서 노란 양은주전자를 보면서 왜 갑자기 울친정아버지가
생각이 났던지....
어린시절 한되박씩 받아다 드리던 막걸리를 이제는 사고 싶어도
못 사드립니다.
그리고 요기죠기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술한되박 담아 보고 싶습니다.
다이소에 있던 그 주전자를 한참을 만지작 거리다가 제자리에 놓아 두고 나왔습니다.
울님들은 막걸리하면 어떤 추억이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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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주전자 보면서 그생각 했어요. 막걸리 담아서 주전자주둥이에서 벌컥벌컥 ㅎㅎㅎ
너무나 좋은 추억이세요~저도 어젯밤에 복분자 막걸리 먹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일년에 딱 두번 술마십니다. 그것도 구정, 추석날 왜냐면 종가집이다 보니 설겆이가 상상초월. 맨정신에 그 설겆이 힘들어서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알딸딸한 술김에 후다닥 ㅎㅎㅎ
요즘 막걸리 바람이 불어 별별 막걸리가 다 오던데..그래도 지는 서울 장수막걸리가 최고인듯...저희 산악회도 하산주로 받아 먹으려고 대자 양은주전자가 있거든요,담에 사진 올릴께요.ㅎㅎ
꼭 올려주세요.
추억에 막걸리...ㅋ 글에 쓰여진 그 모습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네요...시할아버님이 좋아하시던 막걸리...갑자기 시할아버님이 보고 싶어지네요...
전 우리집에서 엄마가 손주 하셨어요 .어릴적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막걸리 사까린? 타서 마시고 취하여 벌통옆에 넘어져 벌침 왕창 맞았시유....백합님 글에서 아부지 생가나서 눈물 날려고해요 그렇게 좋아하시는 것 이젠 사드릴수 없는 울 아부지 ......
막걸리라... 막걸리하면 수염난 남자생각이.... 잉~여기 총각도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