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부터 車를 타고
통영으로 ~서울로~구미로 계속 싸돌아다닌 휴유증으로 나의 집에 오자마자
가로등이 켜지기 전부터 잠을 자서인지
이 새벽에 야간 근무하는 날도 아닌데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기왕 잠이 깬 김에
눈치빠른 모녀일기를 적어보렵니다.
그러니까
역마살이 끼어선지 한편으론 설레임 담아서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통영에 사는 남동생네 처제 결혼식에 간다면서
정장은 쇼핑백에 싸서 챙기고
여행복 차림으로 구미를 떠났습니다.
육남매의 시댁과 친정(처갓집)에 애,경사가 있을시에
본인을 제외한 오남매가 5만원씩의 축의, 또는 부의금을 내는 관례에 의해
싸돌아 다니기 좋아하는 내가 그 대표자격을 도맡아 이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일흔넷이신 우리 친정엄마는 서울에서
하루먼저 아들네 집에 도착하시어
북적대는 어린사돈들 틈에서(장모님이 안계신 까닭에) 음식장만에 한톡 단단히 기여하시고...
칙사 대접을 받고 계셨습니다.
남동생네 집에가서 사돈들로 부터 대우를 받을 때마다
역시 아들은 잘나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이 글을 또닥이는 저야 아들이 없어서 아예 그런 생각은 꿈도 안 꾸지만
전라도 총각이 경상도 처녀한테 장가 갈 적만해도
냉고롬하던 사돈어른들이 모 공기업에서 첫 간부커플의 영예를 안고 이쁘게 잘 살고 있는
우리 박서방이 최고라면서 거침없이 치켜 세워주는 엄지 손가락 덕분에
매번 통영에 갈 적마다 우리 식구들은 칙사대접을 받았습니다.
(올케네 친정 삼촌과 고모들께서 싱싱한 횟거리를 서로 들고와서 다투어 대접합니다. ㅎㅎㅎ)
그러기에
북적대는 올케네 친정식구들 틈 속에서도
하룻밤을 무사히(?) 보내고 예식장에 가서 임무완성하고 나니...
아무리 생각해도 거한 잔치 뒷풀이가 벌어질 것 같은
남동생네 집에서 아무리 울엄마 아들이 잘나서 칙사 대접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틀밤까지 버틸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고 가라는 남동생의 유혹을 이겨내고
두 모녀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결과
혼자 가시는 엄마를 서울까지 모셔드려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눈치 빠르게 통영을 떠났습니다.
(그때 통영을 떠나기 잘했습니다. 나 혼자 떠난다면 버스비밖에 안 줄것인데 엄마를 모시고
간다니까... ㅎㅎㅎㅎㅎ )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나폴리 간 김에 여행까지의 꿈은 사라졌지만
서울로 가는 버스안에서 두 모녀가 나란히 앉아 도란거리면서...
"엄마!!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참 잘했어라우~"
"맞어야~ 시어미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눈치껏 빠져줄 때도 있어야제~"
서로 잘했다고 한마디씩 하는데 마침 걸려 온 여동생이 전화에 대고 하는 말,
"오메~~~ 눈치빠른 모녀구만잉~~~ ㅎㅎㅎㅎㅎ"
눈치빠른 모녀가 된 덕분에
남동생과 사돈들이 앞다투어 챙겨주신 봉투를 믿고
생전 처음으로 서울 고속 터미널에서 산본 집까지 모범택시를 타고 슝~~~
철컥철컥 올라가는 미터기 소리도 눈치빠른 모녀를 칭찬하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ㅎㅎㅎㅎㅎ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