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읽는 기쁨] <73> 제3편 제1장 실천강목 ①
만다라회 기획, 박희택 집필
「실행론」 제3편 수행편의 제1장은 ‘실천강목’에 관한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이다. 이 장은 대종사 교설의 독창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장인 바, 장을 구성하고 있는 3개 절의 제목 곧 제1절 ‘실천강목’, 제2절 ‘불교와 사력법’, 제3절 ‘생활취사’만 보아도 그 독창성을 체감할 수 있다. 불전(佛典)에서 실천강목이니 사력법이니 생활취사를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리더십 내지 경영의 길을 제시한 듯한 이 절제(節題)들은 회당사상의 수행의 특질을 제1장에서 우선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말하자면 기존의 불전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독창성을 필두로 하여, 몇 가지씩의 체계성의 구성이 있으며, 실생활에 적극 부합하는 실제성이 따른다.
제1절 ‘실천강목’은 대종사께서 진언행자의 수행실천의 강목을 네 가지로 설하여 주신 가르침이다. 대단히 흥미롭고 자체로 완결적이다. 흥미롭다고 함은 ‘강목(綱目)’의 활용에 있고, 완결적이다고 함은 수행실천의 ‘완덕(完德)’의 구비에 있다.
강목은 남송 주자의 「자치통감강목」(전59권)에서 출발한 역사의 가치론적 정편(整編)의 방법론이며, 조선 안정복의 「동사강목」(1778)으로 이어졌다. 대종사께서는 수행실천하는 우리 신행의 삶(역사)을 염두에 두고 강목을 네 가지로 정리하여 주셨다. 엄밀하게는 네 가지 ‘벼리[綱]’를 제시하여 주신 것이다. ‘세목[目]’은 대종사의 나머지 교설로 배대(配對)할 수도 있고, 진언행자들의 신행의 삶으로써 채워 넣으며 부합(附合)해야 하는 세세한 내용이기도 하다. 주자도 생전에 ‘강’의 줄기를 세웠으며, ‘목’의 가지는 제자 조사연 등이 채워 넣었던 것이다.
완덕은 신행의 사과(四科)를 다 갖추고 있는 사법(四法)의 뜻이다. 이는 신행의 어원인 신해행증(信解行證)이기도 하고 신행의 과목인 교리행과(敎理行果)이기도 하다. 네 가지 실천강목의 첫 번째인 복지전수(福智全修, 福智專修의 표기는 복과 지를 겸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음)는 신과 교에, 두 번째인 사리필구(事理必究)는 해와 리에, 세 번째인 생활취사(生活取捨)는 행과 행에, 네 번째인 결과내증(結果內證)은 증과 과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실천 강목 ∥ 생활 중각 | 신 | 복지전수 | 교 | 신행 사과 ∥ 사지 사력 |
| 해 | 사리필구 | 리 |
| 행 | 생활취사 | 행 |
| 증 | 결과내증 | 과 |
실천강목에는 네 가지 강목 제시에 앞서는 대종사의 전치법설(前置法說)이 있으니, “비로자나부처님은 당체로서 나타나니 모든 사실 설법이요 활동하는 경전이라. 생멸 없는 그 진리는 인과로서 나타나니 사지사력(四智四力) 활동으로 생활 중에 각할지라(실행론 3-1-1)”가 그것이다.
‘당체로서’와 ‘인과로서’는 어법에 맞게 도구격 조사가 아닌 자격격 조사로 고쳤다. ‘비로자나부처님은 당체로서 나타나니’는 「진각교전」에서는 ‘법신불의 체상용은 육대사만삼밀로서’로 표현되어 있는데, 「실행론」 결집과정에서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수정된 표현은 실천강목의 전치법설의 출발점으로 보다 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밀교 교주이신 비로자나부처님의 당체설법에 기반한 진리인식과 진리실천이라는 점에서 보다 자연스럽다. 법신진리의 인식과 실천으로서 사지사력 활동을 하고 생활 중에 각(生活中覺)하는 것이 진언행자(밀교행자)의 바른 수행법인 까닭에서이다.
진리를 ‘생멸 없는 진리는 인과로 나타남’이라 표현하신 것도 여법하게 다가온다. 대종사께서는 ‘심인진리’에서도 ‘진리는 곧 변함없는 만유 실체 본성(실행론 3-2-1)’이라 하셨고, ‘불심인의 진리’에서도 ‘진리란 과거나 현재나 미래를 통하여 언제나 있는 것으로 변함이 없는 것(실행론 2-2-1-다/라)’으로 설하신 바 있다(제20회 참조). 이와 같은 진리이니 친소원근(親疏遠近)을 가리지 않고 공정공평(公正公平)하게 인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법신진리의 불변성과 인과성이 있어 세계는 유지된다. 법신진리를 종교와 종파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고 있을 따름이다.
‘모든 사실 설법이요 활동하는 경전’은 ‘당체법문’에서 설하신 ‘내가 체험하고 있는 좋고 나쁜 모든 일은 법신불의 당체로서 활동하는 설법이라. 체험이 곧 법문이요 사실이 곧 경전이라(실행론 2-9-1)’를 줄여서 표현한 말씀이다. 활동경전과 사실경전을 읽어 내려면 사지사력 활동으로 생활 중에 각해야 한다. 사지사력으로 생활중각을 하면 법신진리 곧 활동경전과 사실경전을 깨칠 수 있다. 따라서 사지사력과 생활중각은 오지(五智)에 배대할 수 있다.
복지전수는 성소작지(成所作智, 불공성취불의 지혜)이며, 사리필구는 묘관찰지(妙觀察智, 아미타불의 지혜)이며, 생활취사는 평등성지(平等性智, 보생불의 지혜)이며, 결과내증은 대원경지(大圓鏡智, 아축불의 지혜)이며, 생활중각은 법계체성지(法界體性智, 비로자나불의 지혜)이다(제16회 참조). 이렇게 오지가 갖추어지는 것을 실천강목의 후치법설(後置法說)에서는 복지구족과 현세정화로 표현하고 있다. 복지구족은 자리이고, 현세정화는 이타이다. 이처럼 대종사의 실천강목의 자증교설은 오지원만(五智圓滿)과 이리원만(二利圓滿)을 이루어 불교교리적으로도 온전한 가르침이 된다. 다시 표를 그려 본다.
비 로 자 나 불 | 신 | 복지전수 = 성소작지 | 교 | 법 계 체 성 지 |
| 해 | 사리필구 = 묘관찰지 | 리 |
| 행 | 생활취사 = 평등성지 | 행 |
| 증 | 결과내증 = 대원경지 | 과 |
이제 실천강목의 전치법설과 후치법설 사이의 사지사력 활동의 강목을 독송해 보기로 하자. 복지전수에서 복은 희사로써 지는 삼밀행으로써 닦는 것임을 밝혀 주셨다. 사리필구에서 당상(當相)과 즉사(卽事)의 이치를 연구 판단하라고 하셨다(제59회 참조). 생활취사는 선악과 시비, 선후와 본말을 취사하여 실행하여야 함을 일러 주셨다. 결과내증에서는 공사와 손익의 원인과 결과를 증득할 것을 말씀하셨다.
“첫째 복지전수이니 삼밀행과 희사로써 복덕 지혜 구족하게 부지런히 닦을지요, 둘째 사리필구이니 내가 당한 모든 일에 그 이치를 연구하고 판단하여 볼 것이요, 셋째 생활취사이니 공사생활 모든 일에 선악 시비 선후 본말 취사하여 행할지요, 넷째 결과내증이니 자기 행한 모든 일에 공사 손익 그 인과를 증득하여 볼 것이라(실행론 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