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 Imogen Cooper 독주회
2015. 6. 21(일) 5pm 엘지아트센터
<연주곡>
- 프레데릭 쇼팽 “뱃노래” Op.60 (CHOPIN Barcarolle op.60)
- 로베르트 슈만 “유모레스크” Op.20 (SCHUMANN Humoresque op. 20 )
- 프란츠 슈베르트 “12곡의 독일 춤곡” D.790 (SCHUBERT 12 Deutsche Tanze D790)
- 프란츠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20번 A장조 D.959 (SCHUBERT Sonata in A major D959.)
I. Allegro.
II. Andantino
III. Scherzo: Allegro vivace – Trio: Un poco più lento.
IV. Rondo: Allegretto – Presto
오랜만에 연주회장을 찾았다. 개인적인 일로 5월부터 6월까지 예매한 공연을 모두 취소하면서도 이 공연만은 취소 버튼을 누룰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취소 안하길 정말 다행이고 올 상반기 들었던 피아노 독주곡 중 가장 멋진 수연이었다. 천천히 우아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이모젠 쿠퍼를 보고 의외로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아 좀 놀랬다.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자세를 갖추고 바로 연주를 시작하는 그녀의 손놀림을 보노라니 어느새 쇼팽과 슈만을 지나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프레데릭 쇼팽 “뱃노래” Op.60
이 곡은 워낙 유명한 곡이라 귀에 익숙한 만큼 편하게 들었다. 원래 뱃노래(바르카롤)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곤돌라 뱃사공의 노래에서 기원한다고 들었다. 이 말을 기억해서인지 유려하고 우아한 선율이 베네치아 앞바다의 은은한 물결처럼 느껴지고 간간히 들리는 트릴은 마치 바다위에 부서지는 영롱한 햇빛처럼 다가왔다.
- 로베르트 슈만 “유모레스크” Op.20
유머레스크는 이번 연주회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두 곡 중 하나였다. 이 곡은 정제되고 다듬어지지 않는 슈만의 감성이 잘 드러난 곡이란 생각이 든다. 원래 유머레스크는 유머가 있는 곡이라는 뜻인데 유머라는 말에는 체액이란 뜻도 포함되어 있어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유쾌함보다는 슬픔에 더 가까운 개념이라고 한다. 슈만도 어느 편지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이 유머레스크는 웃음보다 눈물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우울하고 고독한 인생 속에서 간혹 드러나는 기쁘고 즐거운 경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선율과 조성, 템포에 변화를 주어 다채롭게 구성한 이 곡을 이모젠쿠퍼는 정말 잘 살려 연주하였다.
- 프란츠 슈베르트 “12곡의 독일 춤곡” D.790
12곡의 독일 춤곡은 제목에서 예상되듯이 부드럽고 경쾌한 리듬을 지닌 곡이었다. 사실 이 곡은 처음 들어보았다. 라두 루푸의 독일 춤곡이 꽤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일부러 찾아서 듣게 되지는 않았다. 짧막한 곡들이라 그런지 감상하기도 전에 금방 끝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슈베르트의 음색만은 여전히 느낄 수 있는 곡이다.
- 프란츠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20번 A장조 D.959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곡인만큼 시작 전부터 살짝 흥분이 되었다. 한음 한음을 놓치지 않고 정성드려 연주하는 이모젠 쿠퍼. 여리면서도 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거친듯한 그녀의 타건은 슈베르트의 대가답게 멋지다. 슈베르트가 말년에 작곡한 곡들은 방향을 모르고 그냥 터벅터벅 걸어가는 나그네와도 같다. 가던 길을 갈까..돌아 갈까...주저하고 망설이면서 이 방랑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슈베르트의 처연한 내면을 이모젠 쿠퍼는 피아노 선율로 옯겼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녀의 스승인 알프레드 브렌델이 연주한 같은 곡을 들었다. 슈베르트의 생가와 그가 산책했던 빈의 숲과 작은 골목길, 그가 누운 무덤이 눈앞에 펼쳐졌다.
첫댓글 이 연주자를 사랑하시는군요 ^^
그녀의 음반을 들었을 때는 호감 정도만 갖고 있었는데 실연을 보고나니 정말 좋다는 느낌이 듭니다~~ㅎㅎ
최은규 음악평론가의 차원이 다른 고품격 리뷰도 함께 보시라고 URL주소를 같이 보내드립니다.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SNS/r.aspx?c=AKR20150622066400005
근데 연결이 안되네요ㅠㅠ 원래 댓글에서는 바로 연결이 안되나요?
제가 초딩시절 들었던 쿠퍼 여사님의 성음테이프가 생각나네요. 좋은 리뷰 감사히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 초딩 때도 클래식을 들으시고...가라얀님 실로 대단하십니다!! 읽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초딩때 연주자 이름을 알고 들었다는게 더 신기~
이모젠 쿠퍼가 알프레드 브렌델의 제자였군요. 브렌델의 슈베르트는 실로 각별한데 이모벤 쿠퍼는 어떻게 다른지도 급 궁금해집니다. pure님의 오랜만에 남긴 알뜰한 후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율리시즈님 그간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ㅎㅎ
브렌델과 이모젠쿠퍼 모두 내면의 감정을 피아노로 표현하는 전체적인 음색과 느낌은 비슷하지만 브렌델의 연주가 좀 더 무겁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느낌은 브렌델이 더 잘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서도요ㅋㅋㅋ
글에서도 pure님 느낌이 나네요. 깔끔하면서도 담을건 다 담은 우아하고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근간 만날 수 있겠지요?
ㅎㅎ 하늘나리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담주 모임에서 하늘나리님을 뵈올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