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대한민국 고3 학생들을 위해 청어람입시연구소 김준기샘이 창작한 장편소설입니다.
총 50장으로 연재됩니다.
제1장: 시작의 문턱
1. 새 학기의 공기
3월, 희뿌연 아침 안개가 학교 운동장을 감싸고 있었다.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정문을 통과하며 마지막 학년의 무게를 짊어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3," 이 단어 하나가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깨를 짓눌렀다.
강태윤은 아직 차가운 손을 주머니 속에 찔러 넣은 채 교실로 향했다. 복도에선 "야, 인강 뭐 들었냐?" "너 수시야? 정시야?" 같은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모든 대화가 대입과 연결되었다. 평소처럼 반가운 친구를 봐도 "너 성적 올랐냐?"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시기였다.
"야, 강태윤!"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친구, 이지원이었다.
"올해는 다를 거다, 다를 거야!" 이지원은 기합이라도 넣듯이 말하며 태윤의 어깨를 툭 쳤다. "우리 담임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너희들은 이제 고3이야’ 이러는데, 당연한 걸 왜 그렇게 강조하는지 모르겠어."
태윤은 피식 웃으며 교실 문을 열었다. 그 순간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1학년 때는 들뜬 분위기, 2학년 때는 대충 익숙한 흐름이었는데, 3학년 교실은 묘하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2. 담임의 첫마디
첫 조회 시간, 담임 선생님이 칠판 앞에 섰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제 너희는 고3이다."
지원이 옆에서 작게 킥킥 웃었다. "또 저 얘기잖아."
담임은 학생들의 얼굴을 차례로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올해는 너희가 지금까지 보낸 시간 중 가장 빠르게 지나갈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거고."
당연한 말인데도 현실감을 갖고 들리진 않았다. 몇몇은 멍한 표정이었고, 어떤 애들은 노트를 펼쳐 의미 없는 낙서를 하고 있었다.
"자, 오늘부터 시작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너희의 1년은 순식간에 흘러갈 거다."
그 순간, 태윤의 머릿속에도 비슷한 생각이 스쳤다. 정말 1년이 금방 가버릴까?
3. 계획과 현실
쉬는 시간, 책상 위엔 두꺼운 EBS 교재들이 널려 있었다. "야, 너 플래너 샀냐?" "국어, 수학, 영어 먼저 돌릴 거야?" 친구들의 대화는 온통 공부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윤은 가방에서 새로 산 플래너를 꺼냈다. 표지에는 ‘수능 D-256’이라고 적혀 있었다. 책상 위에 펼쳐놓고 뭘 써야 할지 고민했다.
"야, 계획은 세워도 결국 못 지키는 게 현실이야." 이지원이 옆에서 말했다.
"그래도 안 세우는 것보단 낫잖아."
"그게 문제지. 세우는 순간부터 부담감이 쌓이는 거."
태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 없이 갈 수도 없잖아.
교실 창문 너머로 봄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시작일 뿐이었다. 1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갈지, 아니면 끝없는 마라톤처럼 느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태윤은 한 가지를 알 것 같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