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프라임 퍼펙트 베이비 1부, 태아 프로그래밍'은
전통 유전학을 뒤엎는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건강은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 그리고 ‘태어난 이후의
환경’이 결정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강력한 요인은 바로 '엄마 뱃속에서의 9개월'인데요.
태아 프로그래밍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후성유전학의 발전에 힘입어 건강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뿌리 채 흔들고 있습니다.
EBS스토리 기자단 박은주 기자님을 따라 놀라운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다다 |
[기자단] 퍼펙트 베이비 1부. 태아 프로그래밍
- EBS < 다큐프라임 >
■ 방송다시보기 : http://bit.ly/WsVTLt
요즘 부모들은 정보에 워낙 민감합니다.
그렇다보니 유명한 것, 좋은 것들은 알려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데요.
EBS 다큐프라임 '퍼펙트 베이비'는 예고 때부터 이슈였습니다.
SNS를 통해 지인들의 프로그램 시청을 권유하는 글들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일주일 전, 하루 전 수시로 퍼펙트 베이비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모두 시청한 지금은
아이를 준비하고 있는 부모,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부모,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꼭 봐야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똑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도 똑같은 사람을 커나가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나이가 들어서 성인병으로 고생을 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또 화를 자주내고 불안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를 유전자 때문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건강의 경우에는 유전자보다 태어나서 생활습관이나 환경의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지 못 한 강력한 요인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태아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수정에서 탄생까지 9개월이 태어난 이후에 건강한 삶을 이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태아 프로그래밍을 뜻합니다.
지금까지의 주장과는 이 이론이 우리의 생각을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태아는 자궁 속에서 태어난 이후의 삶을 준비합니다.
이것이 태아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태아 프로그래밍은
태아기 때 일어났던 일이
태어난 후의 삶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존크럴 교수, 미국 뉴욕주립대 의대
2차 대전이 끝나갈 1944년 가을! 독일 나치는 네덜란드로 들어가는
모든 식량을 차단하는 일명 굶주리기 작전을 실시합니다.
그해 겨울 수십 년만의 추위까지 겹치며 사람들은 배급표 없이
하루도 살기 힘들 정도로 가혹한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먹을 게 전혀 없었던 사람들은 튤립 뿌리까지 먹기도 했다더군요.”
-안네커 브레데로, 70세
"딱 굶어 죽지 않을 정도였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습니다."
-이나 반데르 커우르, 70세
실제로 이 시기에 약 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죽었다고 합니다.
전쟁은 끝났고 아픈 기억은 잊혀 갔지만 당시 임신한 여성의 뱃속에 있었던
사람들이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한 2년간 피로가 계속된다 싶더니 결국 1995년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엘스 흐레믄, 70세
실제 이들이 보통사람들에 비해 유독 비만과 당뇨 심장질환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결과 들어났습니다.
암스테르담 메디컬센터 로즈붐 박사는 암스테르담 한 병원에서
전쟁당시의 출생기록을 우연히 찾아냈습니다.
그 안에서 당뇨, 비만, 심장질환에 많이 걸리는 사람일수록 출생당시
몸무게가 현저히 작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근 때 잉태된 태아들 즉, 태아기 때 배고픈 환경에 있었던 사람들이 나중에 비만, 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 심장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의사들은 심장질환과 당뇨병의 원인은 유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생활습관도요.
하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에게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도
나중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테사 로즈붐 박사, 암스테르담 메디컬센터
이화여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임신한 취를 대상으로 과거 네덜란드의 상황을 재현 해보았습니다.
임신한 두 마리의 쥐 중 한 마리에게는 사료를 정상 공급했고
다른 한 마리의 쥐에게는 자료를 절발만 공급했습니다.
사료를 정상적으로 공급받은 쥐는 10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평균체중은 12.9g이었습니다.
반면 사료를 절발만 공급받은 쥐는 3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몸무게는 9.7로 정상공급 쥐보다 무게가 적었습니다.
태어난 쥐들 동일한 조건의 환경과 사료를 주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았습니다.
한 달 뒤 정상체중의 쥐와 저체중의 쥐는 육안으로 볼 때 동일할 정도로 비슷합니다.
저체중의 쥐가 어떻게 정상체중의 쥐를 따라 잡았을까요?
3개월 후 저체중의 쥐가 정상 쥐보다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건강해 보이나요?
하지만 실험 결과 저체중으로 태어난 쥐가 정상체중으로 태어난 쥐보다
콜레스트롤도 높고 지방도 훨씬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건강상태는 나쁘다는 것입니다.
실험은 총 6번 되풀이 됐지만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이 실험은 이화여대에서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7세에서 9세 된 아이들 106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저체중아의 경우가 정상체중으로 태어난 아이에 비해서
혈압도 수축기 혈압이 유의하게 정상 체중군에 비해서 높았고요.
콜레스테롤도 높았고, 그 다음에 인슐린 수치도 유의하게 증가하였습니다.
저체중아가 훨씬 비만의 빈도가 증가했다는 거죠."
- 김영주 교수,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왜 뱃속에서 경험했던 배고픔이 출생 후 비만으로 이어진 걸까요? 이는 유전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유전학에 인간은 부모로부터 따르면 23개씩 총 46개의 염색체를 물려받습니다. 각각의 염색체는 꼬인 사다리 형태의 DNA로 되어 있습니다. DNA에는 무려 30억 쌍에 이르는 염기가 붙어 있는데 이순서가 최종적으로 유전을 결정합니다. 이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유전학의 핵심입니다. 태아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기존 유전학과는 다른 가설을 제시합니다.
"태아는 뱃속에서 출생 이후의 삶을 준비합니다.
태아 프로그래밍은 엄마가 임신 중일 때의 자궁 환경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즉 뱃속 태아가 출생 후 삶을 준비하는데 자궁환경이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합니다."
- 바스 하이만스 교수, 네덜란드 레이댄대학 생명정보학과
태아는 태반을 통해 들어오는 음식의 양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뱃속에서 오랜 기간 굶주린 태아는 배고팠던 경험을 몸속에 기억합니다.
태어난 이후에도 굶주릴 것이라고 판단해 영양분을 지방세포에 과다하게 축적하려 합니다.
이것이 바로 태어프로그래밍 입니다.
문제는 이런 습관이 출생 후에도 이어지면서 영양과다 상태가 되어 비만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한 여성이 충분히 잘 먹는 것이 태어나는 아이가 비만을 줄일 수 있는 최선책입니다.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에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면
태아는 중요한 장기 위주로 발달을 집중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위에 대해서는 영양분이 덜 가게 되는데
그중에 한 예가 바로 췌장입니다."
- 김철식 교수, 한림의대 내분비내과
췌장에 영양분이 덜가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인체는 섭취한 음식물을 곧바로 에너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포도당으로 바꾸어 사용합니다.
이 포도당이 조직세포에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췌장에서 만들어내는 인슐린입니다.
그런데 췌장에서 인슐린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포도당이 조직세포에 흡수될 수 없습니다.
포도당이 혈액 내에 쌓이게 되어 소변으로까지 넘쳐 나오는 것이 바로 당뇨입니다.
당뇨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는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90년대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출생연도를 보게 되면 대부분
1940년대 50년대 6.25전쟁이나 해방된 지 얼마 안된 시기에 굉장히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태아는 뱃속에서 배고픔을 겼었는데 전쟁은 끝났고 기근이 사라지자
출생 후 적응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즉 태아기와 출생 이후의 환경에 불일치가 생긴겁니다.
태아 프로그래밍은 태아기 때 일어났던 일이 태어난 후의 삶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태아 프로그램밍은 그렇게 작동한다고 합니다.
이화여대 연구팀은 9년간 보관해온 100여명의 아이들의 제대혈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들과 보통 체중으로 태어난 아기들의 DNA를 비교하였습니다.
분석결과 저체중으로 태어났지만 이 후 비만이 된 아이들에게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이 차단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POMC 유전자는 지방세포를 분해하는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의 기능이 차단되어
지방세포를 분해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지방대사가 원활하지 않아서 아기가
나중에 태어나 성인이 되면 비만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저체중으로 태어나 비만이 된 아이들은 결국 POMC 유전자 기능의 차단으로 비만이 된 것입니다.
보통,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하게 되면 0과 1로 된 기호로 저장하듯이
DNA는 GATC라고 하는 4가지의 기호를 가지고 저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기호를 분석하다 보니 기호 중의 하나인 C가 메틸기(CH3)라는 것이 붙어 있는 C가 있고
안 붙어 있는 C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DNA가 만들어질 때부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조건에 따라
메틸기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현상을 DNA 메틸레이션 현상이라고 말 합니다.
이로써 유전은 유전자 자체보다 작동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DNA 안에 유전자는 존재하지만 메틸기(CH3)가 붙어버리면 체내 분자의 활동에 의해서
유전자 작동이 멈춰버리는 것입니다.
뱃속에 태아는 배고픔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출생 후 비만은 걱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틸기의 작동을 꺼버립니다.
이것이 바로 저체중으로 태어나 비만해지는 이유였습니다.
신기하면서도 겁나는 현상이죠. 임신했을 때 태교를 잘하고 이쁜 것만 먹으라는
옛 선조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는 것이지요.
뱃속의 태아의 반응이 놀랍지 않으신가요?
생명의 신비로움과 뱃속 태아의 환경이 얼만큼 출생 후에도 중요하게 이어지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