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6마지기 벼수확중임다.
고라니가 집인양 터잡고 놀다간 곳도 있고...제 논 6마지기 (약 1300평) 마을 한가운데 평화롭기 그지없는 논입니다.
며칠전부터 사는 곳에서 꼼짝없이 콤바인 수확 기다리고 있었슴다.
기계로 논을 하는 사람은 기계를 다루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하는 관계입니다.
기계가 왕이지요.ㅎㅎ
명산리 논을 거의 다 하시는 이기수님.
사람은 좋으나...퉁명스럽고 웃음이 없는 사람인데...지난번 같이 술자리 해서 그런지 웃음도 있고 제게 부드럽기도 합니다.
부인이랑 같이 하는데...이 분은 당신이 임차해서 하는 논이 수천평을 하신다고 합니다. 기계로 하니까..
게다가 남의 논을 해주는데 구성리와 명산리를 거의 다하니까 25가구는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나 꼴지입니다. 이분에게는. 모 심을 때고 그렇고 수확할 때도 그렇고...이번 수확은 별로 닥달 안했습니다.
그저 대기상태만 있었죠. 명산리 꼴지..역시 저입니다. 토요일 내일 해준다고 해서 나락 나를 사람 동원해놓았더니
글쎄..오늘 오후 뜸금없이 전화..." 세시경에 갈터이니 쓰러진 것 있던데...그거 베어놓으세요. "
아침부터 여러가지 수확하고 고구마 줄기 다듬으려고 정자에 널브레 앉았다가..후다닥....
2시부터 낫 가지고 내려갔습니다.
2시부터 나락 말리는 동네 아줌씨들 삼겹살 파티하기로 했는데..아~ 거기도 못가고...저는 쓰러진 곳 벼를 베기 시작했슴다.
쓰러진 곳이 워낙 기름지고 물이 빠지지 않는 수렁이래서 100여평 정도 쓰려졌는데..하다가가 보니 건질것이 별로 없더랃구요.
땀을 주루루...가을 햇살 찐하게 받으며 홀로 나락을 베고 있는데...힘도 들고...고적하고....그러던 차....삐리리.
내비도님이..."지금 출발할께요." 여수에서 여기까지 한시간 반. "진작 알려주지요. 광주에서 막 도착했는데..." 라고 하시면서
광속으로 달려오셨습니다.
기계가 들어갈 자리는 이렇게 미리 베어놓스니다.
내비도님 한시간 반...여수에서 곡성 광속으로 오시는 동안 저는 열심히 쓰러진 나락을 베고...힘이 부쳐서 정자로 맥주 한 캔 먹으로 오는데 저멀리 내비도님 차에서 내리는 순간...자칭 '급조달최하위머슴'님이 성큼 성큼..막걸리 달랑달랑 들고 오시는데..그 기쁨이란.
이번 벼수확에 못도와주실 것 같다고 하신 내비도님의 미안한 마음을 콤바인 이기수씨는 여지없이 알아차리고 금요일 갑작스런 수확일정을 잡은 것은 영발인가...그렇게 무사히 해가 완전히 지도록 했습니다. 내비도님 덕택에 저는 몸이 덜 부서졌습니다.
제 논은 기계만으로 힘든 것이 이번에 100여평 쓰러진 것만이 아니라..수렁에다..뭐..옆에서 도울일이 장난 아니거든요.
나락덩어리도 날라야 하고.
오늘 아침 고구마를 캤습니다. 맷돼지 때문에 심지 않는데..집 옆 텃밭에 세고랑 심어봤습니다.
맷돼지가 오지 않은건지 너무 적은 양이래서 저에게 양보한 건지...무사히 잘 영글었습니다.
어제 오후에 익은 흰들깨 쬐금 수확한 겁니다. 며칠 뒤면 흰들깨 다 수확해야합니다.
방아. 콩. 각종 울타리콩. 팥. 젠피열매 등...널려 말리고 있습니다.
고구마...세 고랑에 20KG 고구마가 거름이 필요없다고 하나...풀걸음도 없이...꽤 실하게 수확했슴다.
제 부모님과 흰그늘과 재란이 쬐끔..이렇게 나눠 줄 양은 나온 것 같습니다.
대마씨를 한 번 걸렀습니다.
나락 말리는 중에 한 번 더 키질을 해서 걸러야 합니다.
말리는데 향이 좋아서..자꾸 거기로 갑니다.
고구마 박힌 사진이군요.
참 예쁘게 박혔지요. 고구마 밭은 반절은 폭신 반절은 딱딱해야 합니다. 이번에 그것이 적중되었슴다.
고구마 캐기 수월했지요. 흠도 안나고.
차조기 씨앗 씻어서 다시 말리는 중입니다. 이건 어제 사진인데...어제 모두 거둬들여서 봉했습니다.
다음에 종자 나눔용을 제외하고 약용. 기름용으로 모두 처리할 겁니다.
차조기가 각광받지 못한 것은 씨앗이 매우 잘기 때문입니다.
어째튼 약용으로 사용하는 거인지라...제게는 더없이 유용합니다.
나락은 마을 입구 길에 쭈욱 펴서 2-3일 말리는데 오용섭씨와 대촌댁 형수님이 잘 말린 나락을 담고 있습니다.
좋은 쌀은 수분 16%고 잘 말린 종자는 13% 수분율입니다.
대략 발로 짓이겨 잘 까지면 잘 말린 거지요.
제 나락을 내일 아침 여기에 펼쳐 놓을 겁니다.
내일부터 3일간 나락 옆에서 자주 뒤젹거리면서 가을 햇살을 한껏 맞으며 말릴 겁니다.
그러니까 꼼짝없이 명산에서 그렇게 있습니다.
어제 나락말리며 명산의 마을 아줌씨와 나중에 합류한 아저씨들 술 한잔 하면서 놀았는데..
저도 좌판 깔고 지나가는 마을분들과 놀 생각입니다.
현지 중계도 하고.
내일 토요일에는 순창에 귀농한 가족분이 오신다고. 일요일에는 누가 온다고 했고
월요일에는 아우라가 온다고 했고..그러면 명산 입구에서 맞이하게 되겠네요.
내일부터 나락말리며 온종일 파티할겁니다.ㅎㅎ
마을입구에서 오랜만에 사람들 자주 보면서 이바구를 하겠지요.ㅎㅎ
오늘 틈없은 일과였습니다.
밥도 대충 먹고..지금은 저녁으로 막걸리 먹고...정리하고...일찍 자려고 합니다.
힘 비축해서 내일 아침 일찍 논바닥에 팽개쳐진 저 수많은 30KG 부대 엄청난 양을 아스팔트로 날라야 하니까요.
첫댓글 흐미 으째야쓸까나 벼논에 멧되지 출현했나봅니다..자빠진디 별로없고 농사 대풍이네요
가을걷이가 아름답네요 ㆍ평화로워보입니다 행복하셔요
벼수확후 말리는 과정, 씨앗 말리는 일들이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합니다.
앞집 어르신들 벼 말리기 위해 온 동네길을 점령합니다.
오전에 널어놓고 저녁에 덮어주기를 며칠 하시더라구요.
먹을것 갈무리하는데 참 손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쌀 한톨이라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네...
벼베느라 애쓰셨겠어요. 혼자 쩔쩔매셨을 모습이 선합니다.
내비도님이 때마침 큰 도움이 되셨네요.
쩔쩔은 아니고...뻘뻘 땀을 흘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