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슐리안 전통
호모 하빌리스의 올도완 전통(Oldowan tradition)은 260만 년전에서 160만 년전까지 거의 백만 년동안 계속 되었다. 호모 하빌리스가 올도완 석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제작 기술은 꾸준히 향상되어 갔다. 160-140만 년전에 이르러 호모 하빌리스를 계승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descendants) 중의 일부는 석기 제작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날카로운 곧은 날을 지닌 정교한 석기들을 만들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호모 에렉투스의 도구들은 이전의 도구들에 비해 매우 진보한 도구들이었으므로 새로운 도구 제작 전통(tool making tradition)으로 간주될 수 있었고, 아슐리안 전통(Acheulean tradition)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
아슐리안 문화를 대표하는 도구는 주먹도끼(hand axes), 곧 양면석기(bifaces)이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떼어내기, 곧 타격법(percussion flaking)으로 체계적으로 다듬은 몸돌 석기(rock cores)이거나 혹은 아주 큰 박편 석기(large flakes)인데, 한쪽 끝이 날카롭고 뾰족하며, 전체적 모습은 타원형의 길쭉한 석기(elongated oval shape)이다. 측면에서 보면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눈물방울 모양이거나 혹은 큰 잎사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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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슐리안 전통의 주먹도끼(Acheulean tradition hand axes). |
그런데 주먹도끼(hand axes)라는 용어는 잘못된 용어인 것 같다. 왜냐하면 주먹으로 잡아서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에서의 도끼로 사용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다목적용 도구(multipurpose implements)였다. 나무를 자를 수도 있고, 식물의 구근이나 뿌리를 파헤칠 수도 있고, 고기를 잘라낼 수도 있고, 단단한 열매나 뼈를 부술 수도 있다. 주먹도끼는 망치로도 쓰였고, 둥근 끌로도 쓰였고, 송곳으로도 쓰였다. 어떤 의미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현재의 스위스 군용 칼(Swiss Army knives)과 비슷하게 사용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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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들이 사용했던 아슐리안 주먹도끼. |
떼어내기 기법
아슐리안 석기들은 어떤 표준화된 형태로 여러 번 타격해서 만들었다. 예를 들면 후기 아슐리안 주먹도끼(late Acheulean hand axes)의 표면에는 조그만한 박편들이 떨어져 나간 흔적들이 무수히 많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거운 망치돌(hammerstones)로만 주먹도끼를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기 과도기적 호모 에렉투스(late transitional Homo erectus)들이나 혹은 그들의 계승자들은 부드러운 망치를 사용해서 석기를 좀더 잘 다듬을 수 있었고, 마지막 손질을 좀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단한 나무(hard wood)와 동물들의 뿔이나 뼈(antler or bone)를 부드러운 망치로 사용했던 것 같다. 아래의 그림은 떼어내기 기법(percussion flaking techniques)을 나타낸다. 아래의 왼쪽의 그림은 강한 망치떼기(percussion flaking with hard hammer)이고, 아래의 오른쪽의 그림은 약한 망치떼기(percussion flaking with soft hammer)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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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망치떼기. |
약한 망치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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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개와 주먹도끼를 만드는 방법을 비교한 그림이다. 위의 그림은 한쪽 면만 떼어내는 찍개(uniface chopper)를 만드는 기법이고, 아래의 그림은 양쪽 면을 떼어내는 주먹도끼(biface handaxe)를 만드는 기법이다. |
아슐리안 도구(Acheulean tools)
주먹도끼가 아슐리안 문화의 가장 특징적인 도구이기는 하지만 호모 에렉투스의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유물들 중에서 주먹도끼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되지 않는다. 호모 에렉투스들은 여러 동식물들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우 다양한 석기들을 만들어 사용했다. 호모 에렉투스들이 사용했던 도구 조합은 찍개(choppers), 자르개(cleavers), 망치(hammers), 칼(knives), 긁개(scrapers)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호모 에렉투스들은 나무(wood), 나무껍질(bark), 심지어 풀줄기(grass) 등으로도 여러 가지 도구들을 만들어 사용했다.
아슐리안 문화의 확산.
아슐리안 도구 제작 전통(Acheulean tradition of tool making)은 160-140만 년전에 동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적어도 60만 년전에 서남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周口店(Zhoukoudian)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호모 에렉투스의 유적지들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슐리안 전통은 동아시아에는 도달하지 않았고,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에서 주먹도끼가 했던 기능들을 동아시아에서는 다른 도구들이 대신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중국 남부의 24개 유적지에서 연대가 80만 년전으로 측정되는 아슐리안 주먹도끼들이 출토되고 있다. 아래의 지도는 아슐리안 주먹도끼 전통의 지리적 영역(geographic range of the Acheulean Hand Axe Tradition)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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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굴됨에 따라 한국도 아슐리안 주먹도끼 분포지역에 포함되게 되었다. 전곡리의 주먹도끼는 당시에는 육지였던 서해를 거쳐 남중국에서 전파되어 온 것 같다. |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던 모든 지역에서 도구 제작의 기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후기 호모 에렉투스(late Homo erectus)의 두뇌 구조가 더 복합적으로 진화한 결과가 도구 제작에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도구들이 더 유용해지면서 도구에 의존하는 비율도 더 높아지게 되었다. 40만 년전 쯤의 주요 호모 에렉투스 유적지들에서 보통 수만 개의 석기들이 출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