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에는 괴물로 불리는 3명의 선수가 있습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K-1이 낳은 괴물 '밥 샵', 앤디 훅과 어네스트 후스트를 한 방에 KO 시키며, 일격 신화를 창출했던 극진의 괴물 '프란시스코 필리오', 그리고, 사모아의 괴인 '마크 헌트'입니다. 헌트가 괴물로 불리는 이유는 맞아도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가공할 만한 맷집 때문입니다. K-1 최고의 펀치 파괴력을 가진 제롬 르 반나도 헌트에게는 두 손을 들었을 정도입니다. 최고의 맷집을 가진 사나이 '마크 헌트'를 두 주먹으로 캔버스에 눕힐 선수가 과연 있을까요?
사모아의 피가 흐르는 터프가이
1974년 3월 23일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마크 헌트는
럭비에 빠져 소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내게 됩니다. 럭비팀 '올 블랙스'(세계적인 명성의 뉴질랜드 국가대표팀)에 입단하는 것을 목표로 피나는 훈련을 했으나, 가난했던 집안 형편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럭비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헌트는 약간의 방황기를 겪게 되며, 오래지 않아 새로운 길을 선택합니다. 바로 파이터로의 제 2의 인생을 말입니다.
유머러스한 체형이나 미워할 수 없는 웃는 얼굴과는 반대로 공격적인 파이팅을 펼치는 마크 헌트는 스무살 때 킥복서로 데뷔를 합니다. 그리고, 2000년에 WKBF 호주 킥복싱 챔피언에 오르게 되고, 그 해에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오세아니아 예선에도 참가하며 K-1과 인연을 맺기 시작합니다. 사모아의 피에서 본인의 터프함이 나온다는 헌트는 K-1 데뷔 1년 만에 마오리 족의 후예인 레이 세포와 함께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K-1 파이터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합니다.(과거 뉴질랜드의 지배를 받았던 사모아는 독립한 현재에도 10만이 넘는 사모아 인들이 뉴질랜드에 남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크 헌트가 K-1에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가 K-1 그랑프리 우승을 했었던 2001년입니다. 즉 헌트는 주목을 받은 그 해에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단기간의 성공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는 그의 경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타고난 맷집과 파워, 거기에 운까지 좋았던 마크 헌트는 당시 K-1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다크 호스(예상외로 강한 힘을 가진 선수) 였습니다. 억세게 운이 좋았던 이 사나이는 낙천적인 성격에 절대 KO 당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 무엇보다도 호쾌한 펀치와 경기 전개로 많은 팬들을 확보해 나갔습니다.
주목받기 시작했던 2001년도
2001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지역 예선에서
마크 헌트는 인상 깊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1회전 상대였던 일본의 아마다 히로미를 펀치 한방에 KO 시켰는데요. 헌트의 파괴적인 스트레이트를 맞은 히로미는 코너에 처박히며 실신합니다. 정말 헌트의 펀치를 맞고 날아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아마다는 실신 KO의 수모를 당했습니다. K-1 사상 이런 KO 신은 잘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헌트의 펀치가 얼마나 강한지는 이 경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헌트는 그 다음 상대였던 어네스트 후스트에게 판정패를 당하지만 경기 내용은 헌트가 우세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결국 헌트는 이 경기에서의 패배로 그랑프리 티켓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헌트의 억세게 좋은 운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멜버른 대회에서 인상깊은 경기를 펼친 덕분에 후쿠오카에서 열린 패자 부활전에 선발되었던 겁니다. 거기서 레이 세포와 대결을 벌이지만 판정패를 당하고 맙니다.
결과를 떠나 여기에서 헌트는 굉장한 박력을 보여줬습니다. 세포와의 펀치의 난타전 중에 헌트가 한번 들어와! 하고 어필을 하고, 도발에 응해서 펀치를 날리는 세포, 보통이라면 여기에서 가드를 올리거나 카운터 펀치를 대응하겠지만 헌트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왠일인지 노가드로 싱글 싱글 웃으면서 세포의 주먹을 정면으로 맞이했습니다. 무서울 정도의 터프한 모습에 팬들은 패배한 헌트에게도 많은 박수를 보냅니다. 아쉬운 패배로 끝이 나려고 할 때 운명의 여신은 헌트의 편에 섰습니다. 세포가 눈 부상으로 인해 권리는 포기하고 대신 헌트가 패자 부활 출장으로 대신 결승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결승에서 만난 아담 와트를 가볍게 KO 시키고 당당하게 그 해의 그랑프리 티켓을 거머쥐게 됩니다. 특히 레이 세포와의 경기는 K-1 역사에 길이 남는 명승부로 기록되었으며, 마크 헌트의 주가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았습니다.(이 대회가 방영된 직후 도쿄돔 결승전의 티켓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합니다)
[사진] 한번 쳐보라는 헌트와 이에 순간 긴장한 세포 (2001년 후쿠오카 대회)
그랑프리 직전에 열리는 대전 상대 추첨은 굉장히 흥미 깊은 행사입니다. 선수들 자신이 직접 자신의 상대를 고르는 시스템이라서, 선수간의 미묘한 심리전이 펼쳐지기도 하는데요, 당시 최 절정기였던 제롬 르 반나의 상대가 누가 될까가 팬들에게 가장 주목되었습니다. 모두들 제롬을 피하려고 하던 그 때, 헌트가 당당하게 제롬을 택했습니다. 가볍게 이기고 올라가는 것을 전혀 생각지 않는 헌트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연히 장내는 술렁거렸고, 제롬은 헌트를 진짜 사나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사실 제롬이 2001년 그랑프리 이전에 가졌던 경기에서 상대 선수 전부를 다운시켰던 기록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다운시키지 못했던 선수가 바로 헌트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헌트가 직접 제롬을 대전 상대로 지목했으니 그랑프리 1회전부터 엄청난 빅 카드가 성립되었던 것입니다.
2001년 K-1 그랑프리 우승
마크 헌트는 2001년까지만 해도 자신의 인생에서
다운을 당해본 적이 없었던 선수입니다. 딱 한번 길거리 싸움에서 기절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상대에게 박치기를 하려고 머리부터 뛰어들었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혀 기절한 거 외에는 다운이 전무했습니다. 검사 결과 두개골의 두께가 일반인의 두 배인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이런 헌트이기에 당시 제롬이 아무리 강력한 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헌트를 다운시킬 수 있을까 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제롬의 참패였습니다. 초반 헌트가 소극적인 공격을 펼칩니다. 하지만 제롬의 펀치를 맞고도 끄떡없는 헌트는 오히려 노가드로 제롬을 도발하기도 합니다. 장내는 헌트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되고 결국 헌트의 훅 연타에 제롬은 실신 KO패 합니다.
이런 대역전극을 지켜보던 팬들에게는 혹시나 헌트가 그랑프리 우승을 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생기게 됐습니다.
2회전에서 스테판 레코를 다운까지 몰아가며 판정승한 헌트는 결승전에서 극진 가라데 챔피언인 프란시스코 필리오와 붙게 됩니다. 필리오와 3라운드 내내 박빙의 승부를 펼쳐 결국 연장전까지 가게 되고, 필리오에 비해 헌트는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합니다. 결과는 헌트의 판정승. 마침내 헌트는 2001년도 K-1 그랑프리 챔피언의 벨트를 두르며, 상금 40만 달러를 차지하게 됩니다.
슬럼프에 빠졌던 2002년도
2001년 그렇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헌트는 2002년부터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원래부터 훈련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챔피언이라는 자만심까지 생긴 헌트는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 중 나카사코 츠요시와의 경기에서 어이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헌트는 나카사코의 하이킥에 생애 첫 다운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합니다. 챔피언으로써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결과만을 보면 경기는 헌트의 KO승으로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헌트의 연습부족과 안이함이 문제시 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미르코 크로캅에게 하이킥으로 다운 당하며 판정패, 제롬 르 반나에게 두 번의 패배라는 수모를 당하며 챔피언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됩니다. 비록 결승에 진출했고, 준결승전까지 올랐던 헌트였지만 이후로 부상과 겹치면서,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사진] 2002년 그랑프리 준결승전에서 제롬 르 반나와의 경기 장면
헌트가 다시 한번 맷집과 파워을 과시하며 복귀할까요, 아니면 한때 떠돌았던 은퇴설처럼 2004년을 마지막으로 K-1 링을 떠나게 될까요? 헌트의 육체적인 부상보다는 본인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수많은 K-1 팬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밥샵과 타이슨의 대결을 떠나 이 두 선수의 주먹을 과연 헌트가 받아 낼 수 있을 것인가 말이죠. 헌트의 엄청난 맷집을 생각한다면 아마 무난히 견뎌내지 않을까요?
마크 헌트 (Mark Hunt)
K-1 오세아니아 지역예선 2000 우승
K-1 오세아니아 지역예선 2001 우승
K-1 월드그랑프리 멜버른 토너먼트 3위
K-1 월드그랑프리 후쿠오카 토너먼트 우승
K-1 그랑프리 2001 챔피언
K-1 그랑프리 2002 베스트 4
WKBF 호주 킥복싱 챔피언
클릭 정의진 이종격투기
첫댓글 프라이드님..수고 많으셨어요... 근데 이거 님이 분석한 글이세요 아님 퍼오신거세요??
퍼왔죠.. 정의진의 이종격투기!!
전 처음 제롬과 헌트의 경기를 보고 이종격투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레이세포와의 경기 반나와의 경기는 전율 그 자제였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선수 마크헌터! 경기 참 멋있게 하고 맷집도 강하고 실력도 출중하지만 사람좋아보이는 인상과 웃음도 인기에 한몫하지않았나 싶네요.
마크헌트 다시한번 k1와서 우승 먹었으면...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