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의 비경을 찾아서
무더운 여름이 날씨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9월이 되어도 그 기세가 꺽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바다가 더욱 그리운 날이지만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 바다는 멀기만하다. 그럼 우리 선조들은 이 더운 날씨에 어떻게 지내셨을까? 그 삶의 지혜가 물씬 풍기는 선조들의 피서지가 궁금하던 차에 단양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그렇지않아도 몇 달전에 KBS인기프로 <1박2일>에서도 단양을 소개했던 기억이 있던 차에 단양이 더욱 궁금해졌다. 충북 단양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온달장군? 소백산 철쭉? 아니면 마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셋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단양을 한 번이라도 관심있게 다녀간 분들이라면 단양8경을 분명히 빠트리지 않고 추천할 것이다.
그렇다! 단양하면 코메디언 임하룡과 탈렌트 이효정, 이기영 형제 그리고 배우 김하늘의 고향인 것은 몰라도 온달장군, 소백산, 철쭉축제, 특산품 마늘 그리고 천태종 구인사와 더불어 반드시 8경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단양팔경은 단양군을 중심으로 약 12km 내외에 산재해 있는 8곳의 명승지를 말한다. 제1경 도담삼봉, 제2경 석문, 제3경 구담봉, 제4경 옥순봉, 제5경 사인암, 제6경 상선암, 제7경 중선암, 제8경 하선암으로 이루어졌다. 이중에서 제4경 옥순봉은 제천시 수산면에 있기에 구담봉과 같이 유람선을 타야만 잘 볼 수 있다.
제1경 도담삼봉(嶋潭三峰)은 단양 북쪽 12km 지점의 단양읍 도담리에 있다. 남한강의 수면을 뚫고 솟은 세 봉우리 가운데 남봉(南峰)은 첩봉(妾峰) 또는 팔봉이라 하고, 북봉은 처봉(妻峰) 또는 아들봉이라고 한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鄭道傳)이 이 곳에 은거하여 자신의 호를 이 도담삼봉에서 본떠 삼봉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제2경 석문(石門)은 단양 북쪽 12km 지점의 도담삼봉 하류에 있다. 남한강변에 높이 수십 척의 돌기둥이 좌우로 마주보고 서 있는 위에 돌다리가 걸려 있어서 무지개 형상을 하고 있다.
제3경 구담봉(龜潭峰)은 단양 서쪽 8km 지점인 단성면 장회리(長淮里)에 있으며, 남한강을 따라 깎아지른 듯한 장엄한 기암괴석으로 그 형상이 마치 거북같다 하여 구봉(龜峰)이라고도 하였다.
제4경 옥순봉(玉筍峰)은 단양 서쪽 9km 지점의 장회리에 있으며, 그 솟아오른 봉우리는 자유분방하고 기상천외하여 예로부터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렀다. 1549년(명종4) 단양 현감으로 부임한 이퇴계(李退溪)가 석벽에 ‘丹陽同門’이라 각명(刻銘)했다 하며, 우후죽순같이 솟아오른 천연적 형색이 희다 하여 옥순봉이라 하였다고 한다.
제1~4경 이 네 곳은 차로 또는 유람선을 타고 둘러볼 수 있어 나름대로 관광 기분이 드는 곳이라면 사인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은 그야말로 온 몸을 담그며 자연의 시원함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우리 옛 선조들은 이 네 곳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고 하니 그 흔적을 찾아서 나는 길을 나섰다.
제5경 사인암(舍人岩)은 단양 남쪽 8km 지점인 대강면(大崗面) 사인암리(舍人岩里)에 있으며, 덕절산(德節山:780m) 줄기에 깎아지른 강변을 따라 치솟아 있는데, 우탁(禹倬)이 사인재관(舍人在官) 때 이곳에서 자주 휴양한 데서 유래하여 사인암이라 하였다전한다. 특히 대강면 주변에서는 사찰들이 많아서 사인암의 규모가 더욱 초라해 보였지만 절경만큼은 으뜸이었다.
사인암 앞 계곡은 수량이 적당하여서 강수욕장으로 개장해서 운영중이다. 많은 행락객들이 청련암 앞에서 수영을 하고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이 수행공간인 이곳과는 거리감이 있었지만 마냥 행복하는 중생들의 웃음소리에 청련암 부처님도, 산신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라고 본다.
낡고 초라한 법당 한 칸 규모의 청련암의 불사가 잘 완공되어서 멋진 수행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며 발 길을 돌렸다.
단양팔경중 선암계곡에는 上.中.下仙岩 3경이 있다. 그중 하선암은 선암계곡으로 들어가면서 첫번째 만나게 되는 곳이다. 즉, 하선암은 선암계곡의 하류쪽에 위치하고 있다. 보통 하선암으로 시작해서 상선암까지 둘러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우선 차가운 계곡물과 시원하게 부는 바람, 특히 하선암은 남서쪽이 막혀있어 봄부터 가을까지는 오후가 되면 시원한 그늘이 형성되어 더욱 좋다. 하,중,상선암 모두 도로 옆에 있어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접근성이 좋다.
제6경 하선암(下仙岩)은 심산유곡의 첫 경승지로서 불암(佛岩)이라 부르던 3층의 넓은 바위를 조선 성종 때 임제광(林齊光)이 선암(仙岩)이라 부른 뒤부터 하선암이라 개칭하였다. 하선암은 널은 바위위에 커다란 둥근 돌이 있는데 이 모습이 부처님 같다하여 부처바위(佛岩)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커다란 너럭바위가 계곡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형성되어 있어 한꺼번에 백 여명이 와도 여유있게 앉을 수 있다.
봄에는 주변에 진달래와 철쭉이 피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줄기와 짙은 녹음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소나무와 설경이 아름다워 조선시대에는 많은 화원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그 말처럼 곳곳이 절경이다.
하선암에서 상류쪽으로 더 올라가다 보면 중선암(中仙岩)을 만나게 된다. 제7경 중선암(中仙岩)은 단양 남쪽 10km의 단성면 가산리(佳山里)에 있으며, 삼선구곡(三仙九曲)의 중심지이다. 흰색의 바위가 층층대를 이루고 있으며, 효종 때 곡운(谷雲) 김수증(金壽增)이 명명(命名)한 것으로 전해온다. 암계류(岩溪流)에서 쌍룡(雙龍)이 승천하였다 하여 쌍룡폭포라고도 한다.
중선암은 시원한 물줄기와 백색의 바위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이곳을 중선암이라고 명명한 사람은 조선 효종 때 곡운 김수증 선생이라고 전한다. 중선암은 상선암과 하선암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중선암이지만, 상선암에 좀 더 가까이 있다.
중선암 바위중 옥염대에는 사군강산 삼선수석(四郡江山 三仙水石) 이라는 글이 암각되어 있는데 조선 숙종 때 관찰사 윤헌주가 새겼다고 한다. 그 뜻은 인근의 4개군(단양,영춘,청풍,제천)에서 이곳의 3개의 선암(상,중,하선암)이 제일이다.라는 뜻이다. 암튼 이곳은 차가운 청정계곡수와 멋진 바위들, 시원하게 생긴 소나무들의 모습이 잘 조화를 이룬 명소 중에 명소다.
중선암에서 차로 2분 거리 선암계곡의 상류에 위치한 제8경 상선암(上仙岩)은 단양 남쪽 12km 지점의 가산리에 있으며, 중선암에서 약 2km 올라가면 수만 장의 청단대석(靑丹大石)으로 된 벽과 반석 사이로 흐르는 계수(溪水)가 폭포를 이루고 있어 절경이다. 선조 때 수암(遂庵) 권상하(1644~1721)가 ‘상선암’이라 명명하여 이름 붙여진 이 곳 상선암은 층층이 계곡물이 제법 깊은 소(沼)를 이루며 힘차게 휘돌아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주위의 경천벽, 와룡대, 명경담, 학주봉 등의 기암괴석과 옥계수가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다. 옛부터 신선이 머물렀다는 전설이 있으며 조선시대에 많은 문인들이 이곳의 경치에 감탄하였다고 한다. 특히 1548년 단양군수를 역임한 퇴계 이황 선생은 이곳일대를 삼선구곡(三仙九谷)이라 하면서 속세를 떠난듯한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 극찬한 바 있다.
이곳은 단양에서 문경으로 가는 59번 국도변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가 쉬우며 국도변에서 바로 무지개다리를 통하여 건너갈 수 있다. 하지만 이용객의 편리를 위해 만든 인공 무지개 다리가 주변과 영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다. 이곳은 또한 도락산(964m) 등산로 입구라 평일에도 유난히 많은 등산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단양에는 앞에서 소개한 8경 외에도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죽령(竹嶺) 산정에서 떨어지는 죽령폭포, 운선계곡(雲仙溪谷) 상류에 위치하는 칠성암(七星岩), 가을철의 단풍으로 절경을 이루는 북벽(北壁), 소백산맥 중에 솟은 봉우리와 계곡이 절경을 이루는 구봉팔문(九峰八門), 계절에 따라 변모하는 아름다운 금수산(錦繡山), 고구려의 온달 장군이 축성했다는 온달성(溫達城), 길이 약 2km의 자연굴 천장에 통혈(通穴)이 있어 일광이 반사하는 일광굴(日光窟), 천태만상의 절경을 이루는 고수동굴(古藪洞窟) 등 제2 단양팔경도 유명하다. 시간을 내서 보다 많은 분들이 중부권 관광명소인 단양으로 지친 심신을 쉬러 떠나보는 건 어떨지 추천해본다. (9월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