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갑신년 - 원숭이 이야기
[업코리아] 2003년 12월 31일 (수) 21:12
2004년 새해는 원숭이 해인 갑신년이다. 전통적으로 원숭이는 꾀많고 영리한 동물로 인식되어왔다. 동물 중 사람과 비슷한 점이 가장 많아 동물원에서 남다른 귀여움을 받기도 한다. 얼마 전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원숭이도 공평함에 대한 의식이 있으며 정의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원숭이는 많은 이야기에서 인간을 돕는 조역으로 등장해왔다.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 속 손오공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원숭이의 이미지이다. 도술을 익혀 막강한 비술을 부리며 한때는 원숭이 왕으로서 잘나갔던 손오공은 자신의 힘을 과시해 소동을 피우다 결국 500년 동안 오행산에 갇히게 된다. 재주는 많지만 자기 능력을 과시하다 큰 봉변을 당한 셈이다. 손오공을 구원한 이는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당나라의 삼장법사. 처음에는 삼장법사를 보호하며 모험을 한다는 사실을 썩 내켜하지 않던 손오공은 저팔계, 사오정과 같은 동료를 만나 동료의식을 키우고 삼장법사의 자비심에 감화되며 모험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된다.
원숭이가 인간의 충실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경우는 일본의 모모타로 이야기에서도 전해진다. 모모타로 이야기는 일본의 유명한 동화이다. 주인공 모모타로는 복숭아에서 태어나 자란 후,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괴물을 만나기 전 모모타로는 개, 꿩, 원숭이를 차례로 만나고 그들에게 맛있는 수수경단을 주어서 함께 모험을 떠난다. 마지막 괴물과의 결전의 순간 동물들은 모모타로에게 큰 도움을 준다.
인도의 원숭이 사랑은 다른 지역보다 각별하다. 힌두교 신화 속에서 요괴와 싸우는 원숭이 장군 하누만은 용맹하고 지혜로우며 훌륭한 교양과 덕성을 지녔다. 또한 깊은 신앙심을 가져 정의를 실현하는 신성한 존재이기도 하다. 하누만 이야기는 손오공 모험담의 원형이라고 추정된다.
설화와 신화의 시대를 넘어 현대사회로 오며 원숭이는 인류만이 지구에서 가장 우월한 존재라는 오만함을 깨뜨리는 증거가 되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과 원숭이가 같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나왔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본 근대 서구의 물질문명을 비판했다.
데즈먼드 모리스가 지은 [털없는 원숭이]라는 책에 의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다. 현대 인류의 생활방식과 문화는 영장류의 행동 양식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다른 종보다 더 뛰어난 적응력과 창의력을 가졌으므로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원숭이는 인간이 과거에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인간 의 문명이 발전해나갈 단서를 알려준다.
최근 책으로 출판된 보노보 원숭이의 경우는 더욱 충격적이다. 보노보는 침팬지와는 다른 종으로 암컷 중심적이고 평등주의적이며 사랑행위를 통해 공격성을 제어하고 집단 질서를 유지해나간다. 인간의 눈으로는 문란한 성행위로 보이는 듯 하지만 사회적 긴장을 줄이는 데 섹스는 유용한 수단이다. 남성중심, 권력 지향적인 인간 질서로 인해 매일 어마어마한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실에서 보노보의 존재는 인간 문명이 진화한다는 믿음을 재고하게 한다.
영화 혹성탈출에는 인류가 핵전쟁으로 멸망한 후 지능이 발달한 원숭이들이 미개한 인간들을 노예로 부리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 인간을 하등 동물로 멸시하는 원숭이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인종주의에 사로잡힌 인간의 은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2지신에 원숭이가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로 원숭이가 살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는 일본이 세조 12년(1466)에 사신을 보내어 왕에게 원숭이를 선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원숭이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날이 있다' '원숭이 볼기짝 같다' ' '잔나비 밥 짓듯' '원숭이 잔치' 등이 있다. 원숭이를 옛말로는 잔나비라고 한다. 원숭이의 고유어인 '납'자와 동작이 날쌔고 빠르다는 뜻의 '재다'의 형용사 형인 '잰'이 결합해 '잔나비'가 되었다.
첫댓글 성하야 방지기 하느라 수고가 많다.
역시 자기 밖에 없어^^ 자기 싸랑해 새해 복마니 받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