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푸르러 가는 가을 하늘과 맞닿은, 천의무봉 김제평야. 저 멀리 지평선이 바라다 보이는 들녘에 찬바람이 불 때마다 천천히
출렁이는 샛노란 물결. 들녘을 가르는 도로 옆, 흰색, 자주색, 연분홍색 코스모스 꽃길 끝없이 펼쳐지면서 추석 여정은 풍요로움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예향천리 순천 예향천리 마실길
어느 새, 가을빛 완연한 만경강너머로 ‘만경창파(萬頃蒼波)’ 일렁입니다. 삼라만상 모두가 기다란 이 시름 덜고, 커다란 저 보름달
같은 둥그런 소원 꼬-오옥 성취하기를. 다리 밑 퍼득이는 인정아! 지난 여름 ‘볼라벤, 덴빈, 산바’의 흔적 잠재우고, 모악산에 올라
‘나눔의 풍년가, 분배의 희망가’를 힘껏 불러보잡니다.
만경창파(萬頃蒼波 만 이랑의 푸른 물결이라는 뜻으로, 한없이 넓고 푸른 바다를 말함
모악산 가을 정취가 어서 오라 손짓합니다. 가을 산들바람이 솔솔, 이내 대지가 붉게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갑니다. 짝꿍과 오순
도순 얘기꽃 피우며 걷는 오솔길, 낙엽이 우수수 바스락 바스락 가을길, 예향천리 마실길 등 총천연색 대자연이 오늘따라 퍽이나
아름답습니다.
나도 모르게 바람이 차가우니 육자배기 가락이 절로 납니다. 주러리주러리 열린 대추, 그 빛깔을 다해가는 감, 제멋대로 커버린
토종 호박들에 햇살이 저 아래 지평선 아래로 까마득히 보입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 이런저런 가슴 벅찬 사연과 감동 속에 추석은 우리 가슴에 영원한 추억으로 깃들 것 이라 믿으며 어머니의
산 ‘모악산’으로 우리 마실 가요.
일찍이 미륵신앙을 이 나라에 토착화시킨 진표율사의 금산사가 있는 곳, 후백제를 세웠던 견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 바로 모악
산입니다. 정여립의 산, 동학의 산, 강증산의 사상이 펼쳐진 모악산이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자연의 품은 너무나도 아늑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를 순환하면서 보잘 것 없으면서도 음침하고 탐욕스러운 인간들로
부터 멀찍이 떨어져 자신들만의 조화를 마음껏 펼쳐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악산(해발 793미터)은 정상인 국사봉을 중심으로 산줄기를 따라 전주시, 김제시, 완주군을 나누며 배재, 장근재, 밤티재의 부드러
운 능선이 있는가 하면 금산사 방면의 내모악과 동쪽의 구이 방향의 외모악으로 구분됩니다.
모악의 기운찬 산세는 서해에 닿을 것처럼 길게 뻗어 내리다가, 산자락 아래 사방백리가 넘는 호남평야를 펼쳐놓았고, 북으로 천년
고도 전주를 품에 안고 있는 형국입니다. 금산사의 봄경치(母岳春景)는 변산반도의 녹음(邊山夏景), 내장산의
가을단풍(內藏秋景)과 백양사의 겨울설경(白陽雪景)은 호남4경의 하나로 모악산 도립공원의 자연
경관을 대표하고 있구요. 누군가는 산 정상에 어미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형태의 바위가 있어 ‘모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말했습니다.
예로부터 논산시 두마면의 신도안(新都安), 영주시 풍기읍의 금계동(金鷄洞)과 함께 명당(名堂)이요, 난리를 피
할 수 있는 피난처요, 각종 무속 신앙의 본거지로 널리 알려져 왔습니다. 금산사, 귀신사, 심원암 등 불교는 물론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증산도 각 종교가 모악산을 배경으로 해서 자리하고 있음은 우연의 일치인가요, 아닌가
요?
오르는 길 역시 다원화된 종교처럼 갈래도 많습니다. 구이관광단지-수왕사-정상-서북능-연불암-중인동(9.5km
구이관광단지-수왕사-정상-모악정-금산사주차장(7.7km), 주차장-금산사-모악정-정상-동능-송학사-구이(8.5k
m), 구이관광단지-남능-정상-장근재-배재-화율봉-금산사주차장(13km), 중인리-금곡사-정상-동능-송학사-구
이 상학(7.7km), 운암 초당골-호남정맥분기점-엄재-국사봉-밤재-화율봉-배재-장근재-정상-무제봉-비단길-중
인동(21.1km) 등.
특히 김제시가 금산사~황곡마을~수류성당~원평장터~금평저수지로 이어지는 예향천리마실길 21km를 조성하면
서 산길 주변 50ha에 대해 간벌작업, 고사목제거, 가지치기 등을 실시, 아름다운 숲길로 정비한 만큼 짬을 내어
가볼만 합니다. 구이면에서 모악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호락호락한 산행은 아니랍니다. 깔딱고개(숨을 헐
떡이며 오르는 고개)가 계속 이어지니 거의 숨이 다 멎을 지경입니다. 발걸음을 재촉해 도착한 곳은 강증산이 득
도한 대원사를 지나 수왕사. 수왕사 서쪽에서 모양산으로 올라가는 고개를 사운암재라 부르고. 주지인 벽암스님
의 설명을 들으면서 갈증에 목말라하고 있는 자신을 위해 물을 들이켰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의 물맛이 어찌나
황홀했던지, 입가에 달짝지근한 기운이 감돕니다. 오죽했으면 물의 왕 ‘수왕’이라고 이름지었을 라구요. 아주 오래 전, 진묵스님이 깨달은 좌선삼매의 느낌은 이 물맛 같았을까요.
지인중의 한 사람인 신아무개선생이 저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모악고개의 정상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사
람이 사람을 믿고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나라, 사람이 한울인 나라, 그 나라에 가고 싶다구요’
시나브로 모악산 정상이군요. 전주 앞으로 펼쳐진 징게맹개 외얏밋 들은 그야말로 ‘만경창파(萬頃蒼波)’로군요.
만 이랑의 밭고랑이 넘실대는 파도를 이루고, 전주는 동쪽의 산악을 포구삼아 (만경창파) 앞에 정박해 있지 않나
요.나 하나의 모든 그리움, 소슬한 가을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늘 속앓이를 했던 숱검댕이 가슴이 그래도 이 가을
에 퍽이나 고맙게만 느껴집니다. 금빛 햇살이 어찌나 유혹하는지 자연의 향기따라, 이름 모를 들꽃 향기따라 촉촉
히 상념에 젖어봅니다.
산사의 품에 안기면 어느 새, 참사람의 향내가 나는가요. 일상의 피곤함을 털어버리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려는
저의 발길이 머문 그곳은 금산사. 세상살이에서 얻은 부와 지식, 그리고 크고 작은 가슴앓이까지도 모두 훨훨 벗
어던지고 비우랍니다.
‘똑똑똑’ 목탁 소리가 들려옵니다. 구중심처에서 주인의 참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얀 고무신도 목탁소리에 맞
춰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주인님, 성불하세요....’
모악산에서 내려와 해질 무렵, 심포항 언덕 망해사로 발길을 돌려 ‘물의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를 보는 쏠쏠한 즐
거움이에서는. 생선도 좋다지만 식탁엔 너른 갯벌에서 잡힌 각종 조개류와 함께 전라도의 인심도 병인양 오릅니
다. 망해사의 불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면 소슬한 가을 밤은 절정에 이르고.논두렁 참새떼를 지키는 허수아
비가 멀찌감치 시선 밖으로 사라지자, 이윽고 황국(黃菊)의 향기 그윽한 동네 어귀에 어머님과 삽살개가 마알간
웃음으로 화답합니다. 이번 추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모악산만 같았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구중-심처 九重深處 아홉 번이나 성으로 둘러싸인 깊은 곳. 임금이 있는 대궐. 九重宮闕(구중궁궐)
이종근기자
var flashVersion = parent.swfobject.getFlashPlayerVersion();
if(typeof flashVersion != "undefined" && typeof flashVersion.major != "undefined" && flashVersion.major >= 10 && typeof ExifViewer != "undefined"){
var getTxImages = function () {
var result, txImages, images, i, len, img;
result = [];
images = [];
txImages = document.body.getElementsByTagName("img");
len = txImages.length;
for (i = 0; i < len; i += 1) {
img = txImages[i];
if (/tx\-daum\-image|txc\-image/.test(img.className)) {
images.push(img);
}
}
for(var i = 0, len = images.length; i < len; i++){
img = images[i];
if(img.src == "http://cfile204.uf.daum.net/image/201E6C47506BAD28250C01"){
result.push(img);
images.splice(i, i);
break;
}
}
return result;
};
var txImages = getTxImages();
ExifViewer.load({
serviceName: "blog",
images: txImages,
showAllItem: false,
imageViewer: {
templateValue: {
blogid: encodeURIComponent(BLOGID),
articleurl: encodeURIComponent("http://blog.daum.net/culturelive/15949712")
},
photoList: {
photoListProtocol: "blogphotolistselect",
photoListDataFromUrl: "http://blog.daum.net/_blog/api/PhotoListSelectImageViewer.do?blogid={blogid}&articleurl={articleurl}&imageurl={imageurl}"
},
groupList: {
groupListProtocol: "blogcatelist",
groupListDataFromUrl: "http://blog.daum.net/_blog/api/CategoryList.do?blogid={blogid}"
},
data: {
count: txImages.length,
getViewingUrl: function (index) {
return txImages[index].src;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