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 등반코스
제주도 섬 중앙에 우뚝 서서 한라산이 제주도이자 제주도가 한라산이라는 위용을 자랑하는 해발 1,950m의 한라산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데 남쪽은 경사가 급하고 북쪽은 완만하며 주위에 20여개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으며 한라산 정상에는 타원형의 모양으로 되어 있는 직경 700m인 화산 분화구 백록담이 자리하고 있다.
신생대 제4기에 화산분출로 생성된 휴화산인 한라산은 대부분 현무암으로 덮여 있으며 고산식물의 보고로서 울창한 자연림과 더불어 광대한 초원이 장관을 이룬다. 뿐만 아니라 높은 절벽과 깎아지른 듯한 비탈, 그리고 얕은 계곡의 기암괴석 등 빼어난 자연경관과 이 산의 명물로 꼽히는 진달래 군락이 또한 아름답다. 그밖에 천자만홍에 덮인 가을의 만산홍엽은 빼놓을 수 없는 경관이며, 유독 눈 속에 잠긴 설경의 한라는 절경 중의 절경으로 꼽힌다.
또한 한라산은 남한 최고의 명분 뿐만 아니라 계절과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여 뭍의 어떤 산에서도 느낄수 없는 산행을 체험할 수 있으며, 개설된 4개의 산행 코스는 전문가, 비전문가, 남여노소 어느 누구든 적합한 코스를 선택하여 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성판악코스와 관음사 코스로는 정상등반이 가능하며,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를 이용하면 윗세오름까지만 등반이 가능하다.
# 관음사 코스
문의전화 : 관음사지구안내소(064-756-9950~1)
8.7km, 5시간 (관음사야영장 매표소 ∼ 동능 정상)
관음사야영장 매표소(620m) - 1.5km - 구린굴(670m) - 1.7km - 탐라계곡대피소(880m) - 1.7km - 개미목(1400m) - 1.9km - 용진각대피소(1520m) - 700m - 왕관릉(1666m) - 1.2km - 동능 정상(1933m)
관음사코스는 성판악과 더불어 현재 한라산 정상을 오를 수 있는 등산기점의 하나다. 5.16도로(제1횡단도로)와 1100도로(제2횡단도로)를 잇는 제주시 방향 제1산록도로 변에 있다. 코스 명칭이 관음사라 해서 절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고, 등산로 입구에서 동쪽으로 약 1.2㎞지점에 관음사란 사찰이 있기 때문 관음사코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코스에는 95년 5월에 개장한 야영장이 있어, 한라산에서 유일하게 하룻밤을 야영한 후 등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관음사코스의 가장 큰 자랑은 탐라계곡이다.
한라산 정상의 주변을 이루는 화구벽의 북벽 아래에서 발원한 이 계곡은 용진각과 개미목(등), 관음사 서쪽을 경유해 제주시 용연으로 흘러드는데, 예전에는 한천, 곧 큰 내라고 불렸을 만큼 깊고 넓은 계곡이다. 제주시와 제주서부권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외도천과 더불어 도내 양대 하천으로 여겨지는 골짜기이기도 하다.
관음사코스는 이 탐라계곡을 따르는 등산로로서 개미등 부근에서 골짜기가 동, 서로 나뉘는 능선을 가로지르며 장구목 건너편의 왕관릉을 거쳐 성판악코스로 올라오는 동릉으로 오르게 된다.
제주대학교 뒷편의 삼의양오름 앞 곧 산신제를 지내는 산천단 부근에서 바라보면 움푹 패인 골짜기가 보이는데, 관음사코스는 이 골짜기를 따라 오르게 되는 셈이다.
산세가 다른 코스에 비해 기울기가 가파르고 길이 또한 8.7㎞로서 긴 편이다. 매표소에서 한라산 정상 동릉까지 성판악코스와 비슷한 5시간이 걸린다.
매표소에서 탐라계곡의 두 골짜기 곧 동탐라계곡과 서탐라계곡이 만나는 지점까지는 울창한 참나무 수림대에 뒤덮인 숲길인데 평탄하다. 계곡 건너편에는 탐라계곡대피소가 있다. 폭우로 인한 기상악화시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지어놓은 무인대피소이다.
한라산의 계곡은 대부분 건천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 바윗덩어리의 골짜기지만, 비가 오기만 하면 광폭하기 이를 데가 없다. 특히 관음사코스의 탐라계곡 건널목에서는 급류에 휩쓸려 조난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이 계곡을 건너면서부터는 소나무와 조릿대가 무성한 능선을 타게 되는데, 여기서 개미등이 시작된다. 두 골짜기 사이에 툭 튀어나온 모양이 개미의 등 같아서 그런 명칭이 붙은 것이다. 개미등 능선 정상에 오르노라면 서서히 한라산 북벽과 왕관릉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주위의 모습도 이제는 구상나무 숲이 펼쳐진다. 오른편으로는 장구목 능선과 삼각봉이 왼쪽으로는 왕관릉이 펼쳐져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양 옆으로는 동탐라계곡과 서탐라계곡이 펼쳐져 아찔한 기분마저 든다.
삼각봉 앞으로 비탈길이 이어지고 물이 흐르는 곳에 다다르면 용진각물이 시원스럽게 맞이한다.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용진각물에서 물도 마시고 물통에 담아 발길을 재촉하면 오르막 너머1500고지 용진각대피소가 반갑게 맞이한다.
용진각은 삼각봉과 왕관릉 사이의 움푹 꺼진 골짜기를 이름하는 것인데, 굴이라고 해서 동굴이 있는 것은 아니고 주위가 높은 언덕에 둘러싸여 신비스런 기운이 서려 있는 동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 용진각에 있으면 작은 시내를 이루는 계곡의 물소리와 적막한 주위 정적에 마치 별세계에 들어와 앉아있는 환상이 일 때도 있다. 특히 겨울철 온 산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는 환상적인 설국으로 변모한다.
이 용진각의 동북편 언덕은 장구목이라는 고원평지이다. 왕관릉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장고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에 1977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를 한국사람으로서는 최초로 올랐으나, 2년 뒤 북아메리카의 최고봉 메킨리(,6,194m)에서 운명을 달리한 제주출신 故 고상돈을 기리는 돌무덤(케른)이 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거리는 짧지만 기울기가 상당히 가파르다. 그러므로 이곳을 오를 때는 호흡조절을 하며 무리하지 않게 천천히 걸어야 한다. 용진각에서 점심이나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해서 오르는 것이 좋다.
가파른 만큼 힘이 많이 들지만 경치는 매우 뛰어나다. 화산폭발로 생긴 화구벽의 기괴하고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살아 백년 죽어 백년 산다'는 구상나무 고사목과 고채목 등이 신비경에 빠지게 한다. 왕관릉에 오르면 바로 정상으로 이어지는 편편한 길이다.
1700m 표고석을 지나면서 부터는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주위는 구상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마치 자연휴양림의 숲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데 한참을 오르고 나면 백록담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나무계단 끝 지점이 나오는데 백록담 안쪽이 보이고 멀리 서쪽 편으로 어리목 길 만세동산이 보인다.
뒤돌아 서면 웅장한 용진각과 탐라계곡, 제주시내와 바다까지 거침없이 다가온다.
한라산을 오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실은 백록담의 물을 보기 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움푹 들어간 분화구에 물이 담겨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황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록담의 진면목은 뒤돌아봐야 더 제격이다. 남해의 외로운 섬 제주도가 비로소 드넓은 평야로 각인되는 곳이 정상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추자도는 물론 내륙의 완도와 보길도까지도 보인다. 그 사이를 제주의 368여 기생화산인 오름들이 줄줄이 연이어져 있다.
※ 주의사항 : 용진각 대피소 가기 전까지는 물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매표소에서 충분한 물을 준비해서 산행해야 한다. 길이 험하고 길어서 사람이 많지 않고 특히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안개가 심하게 끼는데 반드시 등산로를 따라가야 하며, 이 코스로 오르기 전에는 충분한 사전지식과 산행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 성판악 코스
문의전화 : 성판악매표소(064-725-9950~1)
9.6km, 4시간 30분(성판악지소 매표소 ∼ 동능 정상)
성판악 코스는 현재 개설된 4개의 등반로 중에서 길이가 가장 긴 코스로 9.6㎞이다. 매표소에서 출발하여 속밭(3.5㎞), 사라악대피소(5.6㎞), 진달래밭대피소(7.3㎞)를 경유하여 정상에 이른다.
성판악코스의 가장 큰 특징은 등반길이가 긴 반면 길이 평탄하다는데 있다. 진달래밭대피소까지는 거의가 숲에 가려져 전망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진달래밭대피소에 이르면 시야가 훤히 트이며 정상까지 2.3㎞에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정상 동릉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동쪽의 조망이 훤히 트이는데, 특히 중산간지대와 성산일출봉 사이로 수 많은 오름들이 실루엣으로 펼쳐져 산행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중 오름 정상에 호수가 있는 사라오름이 인상적이다. 제주도의 368 기생 화산 가운데 정상에 화구호가 있는 오름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인데, 사라오름은 그 중에서도 많은 수량을 가지고 있다.
성판악코스를 오를 때 주의할 점은 식수이다. 9.6㎞의 코스 중간에 물이 나는 곳은 사라악대피소 가기 전 사라악약수터가 있지만 극심한 가뭄이나 겨울철에는 얼어 버려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매표소에서 물을 담고 산행을 하는게 좋다.
매표소에서 정상인 동릉까지는 대략4시간30분에서 5시간 걸린다. 왕복은 8시간쯤 예상하면 된다. 한라산에서는 기상 악화시에 산행이 통제되므로 산행 전에 성판악매표소(064-725-9950~1)로 산행이 가능한지 우선 확인 해 보는 것이 좋다. 또 계절에 따라 입산통제시간이 있어서 통제시각 전에 매표소에 도착해야 한다.
동절기(11,12,1,2월)에는 오전 9시, 춘추절기(3,4,9,10월)에는 오전 9시30분, 춘하절기(5,6,7,8월)에는 오전 10시까지다.
성판악코스로 오를 경우 하산코스는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코스로 하산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성판악코스가 길면서 완만한 반면에 관음사코스는 정상에서 용진각까지 급경사를 이룬다.
그러므로 아침 일찍 등반을 시작해서 12시 이전에 정상에 도착한다면 관음사코스로 하산해도 괜찮을 일이다. 그러나 늦게 등반을 시작해서 정상에서 하산 통제시간에 도착했다면 올라간 코스로 하산하길 권한다.
내려가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힘이 덜 들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오를 때는 정상을 오른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참을 수 있지만 내려오는 길에서는 오르면서 쌓인 피로가 겹쳐 조금 실수해서 넘어져도 골절이나 타박상을 입을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하산코스를 선택할 때는 등. 하산시간은 물론 자신이나 일행의 체력상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한라산의 경우 단체관광객이 많아 개인의 체력상태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오르는 경우가 많아 조난이나 탈진 등의 산행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 어리목 코스
문의전화 : 국립공원관리사무소(064-713-9950), 윗세오름대피소(064-743-1950)이다.
4.7km, 2시간 (어리목광장 ∼ 웃세오름대피소)
등산시간 : 등산 2시간 (하산 1시간30분)
어리목코스는 영실코스와 더불어 한라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반코스다. 위치는 1100도로변의 어승생오름 북쪽으로, 1100도로변의 정류장에서 포장도로를 10여분 걸어 들어가면 어리목광장에 이르게 된다.
제주시에서는 버스로 약 40분이면 이곳에 이른다. 성판악이나 관음사코스와는 달리 이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는 현재 자연휴식년제 시행으로 인해 백록담 서쪽의 웃세오름까지만 등산이 허용된다. 그러므로 12시쯤 출발해서 해지기 전까지는 되돌아올 수 있어서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코스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짧은 등산로도 있는데, 어승생오름을 오르는 것이다. 광장 북쪽에 우뚝 솟은 어승생은 임금님이 타는 말 곧 어승마를 키웠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 어승마는 마노정이라 하여 승혜일, 기만덕과 더불어 제주도 3기의 하나로 꼽힌다. 일정시대에는 일본군들이 태평양전쟁 말기에 미군의 공습과 폭격에 대비해서 대공포진지와 벙커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당시에 설치된 콘크리트 진지들이 그 날의 참혹했던 광경을 떠올리게 하는 역사의 증언대가 되어 주고 있다.
어리목코스는 어리목광장에서 어리목계곡을 건너 사제비동산을 오른 후 만세동산을 가로질러 웃세오름대피소로 이어 진다. 광장을 출발해 10여분 걸으면 10여미터의 계곡을 만난다. 정상 서북쪽의 장구목에서 시작되는 동어리목골(안막은 다리골짜기)과, 웃세오름과 서북벽 사이에서 시작되는 남어리목골(웃막은 다리골짜기)이 만나서 이 골짜기를 이루는데, 1100도로의 한밝교를 지난다. 이 내가 외도천(일명 무수내)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제주시 서쪽의 외도 앞바다로 흘러 든다.
예전에는 이 골짜기에도 물이 흐르며 지나는 등산객들의 목을 축이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이 물줄기가 제주도의 주요 상수원으로 개발되어,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서 물을 차단하는 바람에 건천이 되었다. 하지만 비가 내려 계곡물이 불어나게 되면 이곳 역시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다리를 놓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다. 이 다리는 한라산 산행길에 있는 유일한 다리이다.
이 계곡을 건너면 서어나무가 우거진 경사진 등산로를 따라 사제비동산으로 오르게 된다. 다소 가파른 길이다. 예전에는 호젓한 길이었는데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에 나무뿌리가 드러나고 흙이 쓸려 내려서 지금은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사제비동산까지 약 1시간 가량은 계속 오르막길이다..
이곳을 오를 때는 너무 무리하게 걷지 말고 중간중간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어 가는게 좋다. 이 오르막길의 중간지점에 '송덕수'라는 팻말과 함께 굵직한 줄기가 뻗은 고목이 등산길에 서 있다. 예전 제주도에서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귀해 굶어죽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 나무의 열매로 기근을 해결한 사람들이 그 은공을 기리기 위해 '송덕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비탈진 오르막을 오르고 사제비동산에 이르면 울창했던 나무는 온데 간데 없고 거칠 것 없는 들판이 나타난다. 등산로는 사제비동산의 허리를 따라 남동쪽으로 이어진다. 사제비동산의 침목길이 끝나고 왼쪽으로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고 그곳에 사제비약수터가 있다.
약수터를 지나면 나즈막한 비탈길 따라 만세동산을 향하게 된다. 중간중간에 소나무와 구상나무가 외롭게 서 있고 작지(자갈)들이 더불어 흙에 붙박혀 살고 있다. 만세동산 허리에 이르면 멀리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장구목, 오른쪽으로는 웃세오름의 세 봉우리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장구목 아래 쪽으로는 나무하나 없는 민대가리 능선이 흘러내리는데 그 사이에 움푹 꺼진 골짜기가 있다. 윗세오름과 서북벽에서 발원하는 웃막은 다리골짝기, 곧 남어리목골이다.
이 만세벌판 일대는 1500∼1600고지의 평야로서 안개가 심하게 끼게 되면 길을 잃기가 십상이다. 등산로라고 해봐야 고작 편편한 돌들이 깔리고 양쪽에 로프가 매여져 있을 뿐이다. 겨울에 양쪽 로프가 눈에 묻혀 자칫 방심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방향감각을 잃게 되면 영락없이 환상방황 (링반데릉; 등산중 길을 잃어 계속 한지점을 중심으로 돌게 되는 현상)에 빠지기 쉽다.
특히 온 산이 눈에 덮이는 겨울철에는 기상이변이 조변석개라 할 만큼 잦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일대는 예전에 말과 소를 방목시키던 들판이다. 망망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와 말들이 노니는 풍경은 '고수목마'라 해서 영주십경의 하나로 칭송되어 온 경치이다. 게다가 '녹담만설' 곧 백록담의 눈 쌓인 경치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들판이니 시인 아닌 사람에게도 한번쯤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게 하는 명상의 공간이 된다.
해발 1700고지의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일단 코스는 끝난다. 서북벽과 남벽으로 가는 등산로는 많은 사람들의 이용으로 심하게 훼손되어 지금 현재 자연휴식년제 시행으로 인해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하산은 영실코스로도 할 수 있다. 어리목으로 오를 경우는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약2시간, 영실로의 하산은 약1시간쯤 걸린다.
# 영실코스
문의전화 : 영실지소매표소(064-747-9950~1)
3.7km, 1시간30분(영실휴게소 ∼ 윗세오름대피소)
등산시간 : 등산 1시간30분(하산 1시간)
영실(靈室)은 말 그대로 신선이 사는 골짜기를 뜻한다. 영주십경의 '영실기암'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름 하나만으로도 경치가 좋음을 감지할 수 있겠다. 게다가 옛 사찰 존자암터가 부근에 있고, 민간신앙의 텃밭이기도 해서 일년 내내 기도자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그래서 예전에는 수행동이라 불렸고, 옛 지도에도 그 명칭이 표기되어 있다. 이조시대에 한라산을 유람하는 관료나 시인묵객들의 남긴 글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이 영실 또는 영곡이고 존자암이고 수행동이다. 그런 만큼 영실은 옛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제주시나 서귀포의 중문에서 영실로 가려면 1100도로를 따라서 간다. 영실 매표소는 이 1100도로휴게소에서 중문쪽으로 1㎞ 쯤 내려온 후 포장된 도로를 10여분 달려야 이를 수 있다. 이곳의 해발 고도는 1280m. 한라산의 등산기점 가운데서 제일 높다.
봄의 철쭉, 여름계곡의 신록,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이 모두를 두루 갖춘 코스가 이 영실 코스이다.
매표소까지는 제주-중문을 오가는 시외버스가 8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자가용이나 15인승 이하의 승합차는 매표소를 통과하여 영실휴게소까지 약2.4㎞를 더 들어갈 수 있다.
휴게소에서 한라산 정상까지 가 6.5㎞로 최단코스다. 그러나 버스를 이용하는 등산객에겐 실은 어리목 코스보다 더 길다. 게다가 포장도로를 30여분은 걸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영실휴게소에서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20여분 걷다보면 조그만 계곡을 만난다. 일년 내내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 지나는 산행객의 목을 축여준다. 이 내(川)가 흘러 법정악을 가로지르며 도순 강정천을 이루며 바다로 간다.
영실기암이 단풍잎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이 작은 시내는 영실코스의 중요한 이정표다. 지금까지는 평지지만 급경사의 비탈길이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통에 물도 채우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본격적인 등산 준비를 이곳에서 해야 한다.
비탈길의 바닥은 대부분 돌계단으로 다듬어져 있다.
그래서 다리가 쉬 피로를 느낀다. 산길에 익숙치 않는 이들에게는 더하다. 특히 '영실코스는 최단거리'라는 통념이 알려져 있어 구두신고 오르는 이들이 많다.
이 경사진 돌계단을 오르노라면 등산화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도 위로가 되어주는 것은 영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기막힌 모습들이다. 기암 건너편에는 어슬렁오름, 쳇망오름, 불래오름을 비롯한 한라산 서쪽의 오름 물결이 펼쳐져 보인다. 비탈길을 오르는데는 약1시간 걸린다. 등산에 익숙치 않은 초보자를 기준해서다.
비탈길이 조금 완만해지는 지점에서 구상나무숲이 시작된다. 고도는 1600m를 넘어선 지점이다. 1600m표고석이 있는 곳에서 영실기암을 바라보고 있으면 특이한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소녀상, 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상이라고 하는데 철쭉이 필 때는 허리춤에 곱게 꽃이 핀다.
이 바위 넘어서 부터는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1700고지의 윗세오름대피소까지는 1.6㎞가 더 남아 있다. 그래도 편편한 길이라 힘은 들지 않는다.
구상나무 숲이 우거진 등산로는 한두 사람 겨우 지나다닐 만큼 좁다. 이 구상나무 숲 길은 20여분 걸으면 끝난다. 숲을 빠져 나오면 대부분의 등산객은 환호성을 지른다. 백록담 간직한 화구벽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서고 웃세오름의 세 봉우리가 정렬열해 있는가 하면 오른쪽으로는 '선작지왓'이라 불리는 고원평야가 아득히 펼쳐진다.
그 너머로는 칠십리바다 서귀포가 운해를 거느리고 태평양으로 이어진다. 봄이 오면 이 일대는 털진달래와산 산철쭉이 보랏빛 정열을 불태우는 곳이 된다. 시기는 5∼6월이다. 털진달래가 조금 일찍 피고 산철쭉은 진달래가 시들 쯤 해서 일시에 피어난다.
선작지왓 이란 말은 이런 뜻이다. 먼저 '선'은 서다 또는 살아있다는 생에서 변화된 것이고, '작지'는 큰 자갈, '왓'은 제주방언으로 넓은 밭이란 뜻이므로 이를 합하면 '큰 자갈들이 군데군데 서있는 넓은 밭'이라는 말이 된다.
웃세오름 대피소로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침목이 1㎞ 쯤 깔려 있다. 예전에는 흙 길에 간간이 돌무더기가 있어 더욱 운치가 있었다.
이 선작지왓의 가장자리인 웃세오름은 '위에 있는 세 오름(기생화산)'을 뜻한다. 1100도로의 삼형제오름에 비해 고도상으로 정동방향으로 웃쪽에 나란히 있는 세 오름이라는 말이다. 백록담에 가까운 것부터 붉은 오름, 누운오름, 작은오름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등산로는 누운오름과 붉은오름의 사이를 통해 웃세오름대피소로 이어진다.
누운오름을 돌면서 등산로가 90도 가량 꺾이는데, 이 모퉁이에 샘이 하나 있다. 노루샘이다. 심한 가뭄 때만 빼고는 연중 물이 흐르는 곳인데 시원하기가 이를 데 없다.
노루샘에서 웃세오름대피소까지는 5분쯤 걸린다. 대피소에는 간이매점과 50여명을 수용하는 통나무집 대피소가 있다. 또 국립공원의 직원이 일 년 내내 머물면서 등산객의 조난사고에 대처하고 통제구역출입을 막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