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의견은 꿈의 농장을 견학하면서 배운것과,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과 책 및 인터넷 각종 글 들을 눈팅해서 얻은 어린 사람의 생각일 뿐이니, 혹시 잘못된 점이나 이견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부탁드립니다. ^^
농업은 사람이 키운다기보단 자연이 키워내는 것을 사람이 거들고 그 몫을 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작물을 키우는 것은 비와 흙속에 미생물, 그리고 적절한 햇빛이죠. 사람의 경작과 제초등은 그런 생산과정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적 역활이고요. 사막에 화학비료와 수돗물 붓고 백날 트랙터로 갈아봐야 거기선 쌀도 과일도 안 자랍니다.
인간이 종자개량, 비료 대량생산, 기계화 등으로 자연의 장벽을 깨부수는, 소위 녹색혁명은 20세기부터나 가능했던 일입니다. 예를들어 증기의 힘으로 면화에서 대량으로 실을 뽑는 아크라이트 방적기는 아마 본격적인 농업기계화의 최초라고 기록되고 있을겁니다. 그 최초의 시작조차 불과 250년전인 1700년대 후반에 발명된겁니다. 화학비료는 프리츠 하버에 의해 20세기 초에나 발명됬고요. 트랙터나 지하수 펌프, 인공위성 기상예측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기계와 화학기술을 유서깊은 농업의 중심으로 두는 발상은 그런 점에서 기술에 기반한 현대인의 오만이 아닐까 합니다.
여하튼 결론은 농업은 지난 수천년간 자연이 지어온 것이지, 기계가 지어온 것이 아니며, 따라서 농업의 기본은 주변의 자연환경에 가장 순응하는 방향으로 가야 옳다는 겁니다. 건강을 위해서건 경제적인 이유에서건요. 여러 대내외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기술이나 기계에 의존해 버릇하면, 유기농법은 둘재치고 무엇보다 비용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다. 인공재배의 정수인 식물공장은 현재 대마초와 제약을 빼곤 경제성이 적다고 하며, 인공강우도 매번 탄도미사일을 날리는 수준의 비용이 소모된다고 합니다. (인공강우에 뿌리는 비구름 생성입자는 은가루입니다.) 결국 경영학적 관점에서도 농업의 가장 기본은 해당지역에 가장 알맞는 작물과 농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의 주요 산맥분포도 (히말라야는 비표시)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농업은 임야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국은 산이 전 국토의 70%이며, 전 세계적으로 숲이나 정글은 많지만 적절한 녹화가 이루어진 산은 의외로 그렇게 흔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로키산맥, 히말라야, 중앙아시아의 고원도 대체로 잔디나 이끼위주로 자라는 바위산일뿐 나무는 별로 없습니다. 애초에 2500미터 법칙이라고, 지나치게 높은 산에선 나무가 안자랍니다. 독일이나 러시아에 숲이 넓지만, 숲은 산이 가지고 있는 경사도가 없습니다. 산의 경사도는 자연스러운 배수효과와 독특한 기후, 더욱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어주어 숲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즉, (1) 나무와 풀로 뒤덮인 균형된 생태계 (2) 적정한 높이와 경사도 (3) 작물이 자랄만한 온난한 기후와 일교차를 갖춘 지형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지만, 그 국토의 70%가 이러한 희소한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임작물 생산성이 있는 산림면적 기준으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셈입니다. 한 예로 세계적인 희귀종인 고라니는 국내산천에 지겹도록 많으며, 좋은 소나무도 한국에선 널렸으나, 세계적으론 꽤 희소합니다. 가까운 일본만해도 소나무가 전멸이라, 송이버섯 가격이 거의 금에 필적하게 비쌉니다. 목재를 팔겠다는 목적이라면, 국내의 임야는 광할한 시베리아나 생장이 빠른 정글기후의 수목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후에 맞는 임산물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송이버섯과 고려인삼의 케이스처럼, 수출경쟁력도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은 두릅을, 중국인들은 더덕과 인삼에 수요가 높습니다)
중국의 산맥
최근 중국산 농산물이 농업계에서 큰 문제입니다. 해외 농산물하면 보통 미국산 아니면 중국산이 이슈입니다.
중국은 평야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되게 넓고, 농촌인구도 압도적이고, 최근엔 인공강수를 도입할 정도로 기술도 발달하여 그 무지막지한 생산량을 상대하기가 힘듭니다. 관세와 우월한 신토불이의 품질이 없다면 중국산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을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임야라면요? 중국대륙 지형의 34%가 산이라고는 하나, 대부분 히말라야 등 서부에 집중되어 있고, 또 중국은 대체로 기후자체가 건조하여 한국과 같은 온대기후-냉대기후의 산은 남중국 일부에만 한정되게 분포합니다. 게다가 녹화산업의 모범국인 한국과는 다르게 산림파괴가 막심해서, 군대까지 동원해 녹화사업을 진행함에도, 2005년 수준의 산림면적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2030년까지는 기달려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더덕등의 임산물은 아직까지 시장유통량의 80%가 국내산이며, 고려인삼은 차라리 미국삼은 몰라도 중국삼과는 품질비교를 불허합니다.
냉대건조기후
산림의 유무뿐 만이 아니고, 기후도 중요합니다. 강원도와 같은 기후는 만주와 연해주말곤 전세계에 없습니다. 실제로 롯데그룹이 국내 식량수요에 부응하는 해외 농업기지를 다른나라를 제치고 연해주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가용 임야면적 (숲이 아닌) 농촌의 인프라, 토질, 세밀한 기후와 생태계의 차이 등을 고려해보면 강원도 등 국내 중부지방의 임산물 같은 경쟁력을 만들수 있는 작물이나 지역은, 아마 만주와 연해주에서조차 희소할 것입니다. 제가 알기론 메밀과 도라지 (장생도라지 제외) 정도가 만주에서 생산되어 국내 임산물을 위협하는 작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냉대습윤기후
국내에선 태백등 일부 지방에만 해당하는 냉대습윤기후입니다. 이 기후를 갖고 있는 적당한 임야도 꽤 희귀합니다. 캐나다와 러시아 정도인데, 두 나라다 산보다는 숲이 위주인 국가고 (알래스카,우랄산맥등 제외), 임산물보다는 목재로 승부하는 지역입니다. 임산물 중에선 산양삼과 차가버섯, 메밀과 보리 정도를 빼면, 저 넓은 지역에서 나는 작물 중에 우리 식탁에 오르는게 잘 떠오르질 않습니다. 냉대습윤기후가 세계적인 면적을 가졌어도, 우리나라 산하의 경쟁력을 대체하지는 못하나 봅니다.
게다가 농업은 "십년수목" 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단기적인 관점보단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옳습니다. 한번 뿌리박은 작물이나 나무는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천년을 그 지역 토종으로 번식해가기 때문이죠.
즉, 한 10년 농사짓고 더 말거면 큰 상관은 없으나, 멀리보면 기후변화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기껏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왔는데 갑자기 자꾸 태풍이 치거나 없던 외래종/질병이 돌아서 자신이 전문으로 하던 분야를 못하게 되면 좀 낭패니까요. 특히 한반도는 기후변화가 지구평균에 비해 2배나 상승해온 이상지역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급격한 산업화의 영향이 있긴 함)
위의 기상청 자료를 보시면 장기적으론 중부지방 (수도권 제외)을 빼면 남한지역 전부가 아열대기후로 변합니다. 북한은 통일이 될지 안될지 모르니, 사실상 온대기후나 냉대기후에서 자라던 자연산 농산물은 앞으로 강원도나 경기도 북부를 빼면 보기 힘들어질 겁니다. 이 말은 노지재배한 두릅, 사과, 블루베리, 곰취, 배, 포도, 배추 등은 강원도나 경기도에서만 나는 농산물이 될거란 겁니다.
하지만 명태의 사례에서 보듯 사람의 식습관이나 입맛은 주변환경에 맞춰 그렇게 빨리 변하는게 아닙니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지고 서구식 농산물이 쏟아져도 한국인은 100년전이나 40년전이나 지금이나 국물있는 밥상에 김치를 곁들어 먹고, 일본인은 스시와 가쓰오부시를 즐겨 먹습니다. 없으면 아예 해외에서 구해서라도 먹습니다. 즉, 국내산 친환경 임산물의 재배면적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그 가치는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이런점에서 저는 사견으로 한대성 농산물을 생산할 계획, 특히 밭이 아닌 임야를 이용하고자 하는 분들은 가능하면 중부지방의 깊은 고랭지 산하를 위주로 자리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심지어 중국에서도 드문 생태계를 가진 임야가, 저렴한 가격에 널찍히 분포하며, 지구온난화로부터 국내에선 가장 안전하고, 그러면서 가장 청정한 기후에 적은 인구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해외산 농산물, 기후변화, 도난사건 등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은 결국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입니다. 아열대작물을 심을 계획이시면 모를까, 산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할 계획이시면 중부지방이 가장 낫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평창올림픽 이후 교통도 발달해서 수도권을 공략하기도 한결 수월합니다.
결국, 우리농업은 밭에 집중된 시선을 조금 돌려 임야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국내 토지의 70%를 차지하는 임야를 등산할 때 빼면 너무 등한시 해왔습니다. 한반도에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생태계와 기후를 십분 활용하면 외국산 농산물과 다른 포지셔닝 구축이 가능하고, 기후에 맞는 작물을 기르면서 고품질의 농작물을 저비용에 생산할수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농민들을 속썩이는 기후변화의 부작용으로부터도 피할수 있습니다. 이 모든 이점을 논밭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넓게 누릴수 있습니다. 거기에 산의 부엽토는 작물에 따라선 논밭보다도 손도 덜가게 만들어줍니다. 마치 수익이 명확한 곳에 레버리지를 쓰는 것과 같달까요? 우리가 산하에 주목해야되는 이유입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epik9507/221460426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