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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방어진 성끝마을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 슬도. 암석에 구멍이 뚫려 독특한 형상을 한 슬도와 멀리 성끝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43m의 방파제와 경관교량이 보인다. 교량 건너 보이는 흰색의 조형물은 새끼고래를 업은 어미 고래를 형상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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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장 절반보다 작은 '곰보섬'
- '숭숭' 뚫린 섬바위 구멍 사이로
- 바닷물 드나들때 독특한 음 들려
- 고래 조형물·덱 등 친수공간 제공
- 자연·인공미 조화로 관광객 북적
울산 동구 방어진에 가면 슬도라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전체 면적이라야 고작 3083㎡ 정도로 국제규격 축구장 절반 크기보다 더 작다. 이렇게 작은 섬이지만 슬도가 가진 특징과 매력은 다양하다. 한 마디로 국내 유명한 여러 섬에서 느낄 수 있는 각각의 맛과 정취가 이 조그만 섬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지만 큰 섬
슬도는 방어진에서도 제일 끝자락인 성끝마을 앞바다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에서 슬도까지는 43m 길이의 방파제로 연결돼 있다. 바닷물이 오갈 수 있도록 방파제 중간에 길이 10여 m의 다리가 놓여 있다. 울산 동구청이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슬도소공원 조성사업을 벌여 만든 것이다.
이때 함께 만든 것이 마을 쪽 다리 입구에 세워져 있는 고래 조형물이다. '바다를 향한 염원'이라는 작품명을 가진 이 조형물은 11m 높이에 새끼고래를 업은 어미 고래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했다. 울산이 고래의 고장임을 강조하는 것 외에도 슬도를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염원의 장소가 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세워졌다고 한다. 콘크리트 방파제를 따라 목재 덱으로 산책로와 계단을 만들었다. 섬을 찾는 이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하기 위함이었지만 강태공들에게는 최고의 낚시터다.
섬 한가운데에 있는 흰색의 등대와 섬 끝 부분에 있는 붉은색 등대는 이 섬의 다양성을 대변하고 있다. 섬은 사람이 위치한 장소나 때에 따라, 그리고 벤치 등 시설물과의 조화에 따라 얼굴과 표정을 달리한다. 어떤 곳은 제주도의 어느 해변과 흡사하고, 또 어떤 곳은 강원도 정동진이나 해남 땅끝마을 분위기가 느껴진다. 고래 조형물이 있는 입구 방파제는 지중해의 어느 바닷가와 같은 이국적 정취도 풍긴다.
이처럼 슬도는 자연과 인공미를 잘 조화시킨 콘텐츠 탓에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 섬에서 최근 2~3년 사이 누구나 한 번은 가보고 싶어하는 섬으로 급부상했다.
■거문고 소리가 나는 섬
슬도는 방어진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같은 섬이다. 슬도라는 명칭은 이 섬에서 나는 독특한 파도소리 소리 때문에 붙여졌다. 섬을 이룬 바위 전체가 구멍이 뚫려 있는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마치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과 비슷한 모양새지만 돌 색깔이 검지 않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공간으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 마치 거문고를 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거문고 슬(瑟) 자와 섬 도(島) 자를 따서 슬도라 부르게 된 것이라 한다. 이 소리를 일컫는 '슬도명파(瑟島鳴波)'는 방어진 12경 중의 하나로 꼽힌다.
또 슬도는 바다에서 보면 모양이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시루섬', 구멍 뚫린 바위 때문에 '곰보섬'으로도 불린다.
이름 때문일까. 근래 들어 슬도는 여러 예술과 예능분야의 소재나 장소로 인기몰이하고 있다. 슬도는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모 방송사의 드라마(욕망의 불꽃) 촬영지로 소문을 타면서 외지인들이 울산에 오면 반드시 찾아보는 관광명소가 됐다. 또 1980년대 당시 가수 김원중이 불러 젊은이들의 애창곡이 됐던 대중가요 '바위섬'의 노랫말 배경이 슬도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슬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예술인들의 모임이 결성돼 슬도 예술제를 개최했고, 7, 8월에는 시와 사진전이 열릴 예정이다. 동구청도 슬도를 '지붕 없는 예술관'이라는 개념으로 해안경관을 살린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슬도의 특색을 살린 '슬도의 노래'라는 거문고 국악 곡도 만들었다.
■찾아가는 길
서울·부산 방면에서 경부고속도로와 울산고속도로를 통해 남구 쪽 시내로 진입한 뒤 태화강역(구 울산역)~명촌교~아산로를 거쳐 동구 관문인 성내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이어 방어진 순환도로를 따라 10여 분 더 가다 문재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방어진 시내로 접어든 뒤 수협공판장 찾아 지나가면 성끝마을이 보인다.(울산톨게이트에서 승용차로 평균 40여 분 소요)
# 인근 가볼만한 곳
- 대왕암 기암괴석, 탁 트인 동해와 어우러져 장관
- 고운 모래 가득한 일산해수욕장
- '조선해양축제'도 또다른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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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따라 대왕암, 용굴을 비롯해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대왕암 공원의 모습. |
슬도에서 육지 쪽을 바라보면 직선거리로 2㎞가량 떨어진 곳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등대인 화암추등대가 있다. 높이가 무려 44.5m나 되다 보니 섬에서도 확연히 보인다.
슬도에서 방어진 순환도로로 나와 오른쪽으로 1㎞쯤 가면 역시 오른쪽에 대왕암공원과 일산해수욕장이 있다. 아름드리 해송이 빽빽이 들어찬 대왕암공원(94만2000㎡) 입구에서 대왕암 앞 울기등대까지 들어가는 500여 m 진입로 왼쪽으로는 울창한 해송림이, 오른쪽으로는 망망대해 동해가 뻗어 있다. 신라 문무대왕비의 전설이 깃든 대왕암은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과 탁 트인 푸른 동해가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울기등대는 1906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등대 가운데 두 번째 오래된 것이다.
공원 왼쪽에 움푹 팬 '반달' 모양으로 자리 잡은 일산해수욕장은 물결이 잔잔하고 모래는 곱고 풍부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해수욕장으로 관리하는 곳만 해도 700m나 된다. 도심과 뚝 떨어져 있는 대부분 해수욕장과는 부산 해운대처럼 상가와 주택가가 바로 인접해 있다.
특히 6월 말부터 한 달 이상 계속되는 조선해양축제 기간에는 기발한 배 콘테스트와 방어 잡기, 해상불꽃 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피서와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동구청은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을 위해 텐트야영장과 샤워장, 음수대, 주차장 등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울산 12경 가운데 하나로 몽돌밭이 유명한 주전 해안과 방어진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울산테마식물원도 가족과 함께 찾을 만한 구경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