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전역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것이 2014년 1월이다. 당시 별그대의 엄청난 인기에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왜 우리는 별그대와 같은 드라마를 못만드나"라고 질타하기도 했었다. 별그대 돌풍 2년후인 현재, 또 하나의 대한민국 드라마가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중국 동영상 제공서비스 최정상급 업체인 아이치이(愛奇藝)의 메인 화면에는 우리나라 드라마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가 걸려있다. 아이치이는 태후의 중국 독점공급 업체다. 16부작인 태후는 이제 막 4회까지 방영됐을 뿐이지만, 아이치이 사이트에서의 방영 횟수는 3월6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무려 2억5500만회에 달했다. 2014년 2월27일 종영한 '별에서 온 그대'는 그해 아이치이에서 누적 조회수 25억뷰를 돌파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제 방영을 시작한지 2주밖에 되지 않은 태후가 이만한 방영수를 기록한 것은, 향후 태후가 별그대의 인기를 뛰어넘을 신호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중국에서 태후는 한국과 같은 시간인 매주 수, 목요일 저녁 9시(한국시간 10시)에 인터넷을 통해 방영된다. 아이치이는 본방송을 한 후 1주일까지는 유료 회원들에게만 태후를 공개한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후 태후 드라마는 무료로 전환된다. 태후 본방송을 보려면 아이치이에 회원 가입을 하고 1달에 15위안(한화 약 2700원)인 회원비를 인터넷으로 지불해야 한다. 과거 별그대는 무료로 공개됐었다. 반면 태후는 유료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초반 2억뷰 이상을 기록하며 대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흥행 세가지 이유
현재 태후는 아이치이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아이치이는 KBS로부터 한회당 23만달러에 태후 판권을 구매했다. 태후가 16부작인 만큼 전체가격은 368만달러(한화 약 44억원)이다. 태후 총제작비 130억원의 1/3이상을 중국 판권 수출로 충당한 셈이다. 이 가격은 대중국 우리나라 드라마 판권 판매가 중 가장 높다.
과거 별그대가 한회당 3만5000달러였으며, '닥터 이방인'은 7만달러,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회당 12만달러, '프로듀사'가 17만달러, '내겐 너무 사랑스런 그녀'가 회당 20만 달러였다. 아이치이는 44억원여의 투자를 했지만, 현재 태후의 어마어마한 현지 인기를 토대로 유료 회원수 확보는 물론, 광고수주, 업계 영향력 강화 등 투자액을 한참 초월하는 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남방도시보는 태후의 흥행몰이에 대해 세가지 이유로 분석했다. 첫번째는 특수부대와 해외 파병이라는 소재가 참신하고 스토리전개가 빠르고 재밌다는 것. 두번째는 송중기와 송혜교의 중국 내 인기가 높다는 점을 꼽았다. 남방도시보는 “송중기는 군을 제대한 후 더 남자다워졌고, 송혜교는 늙지 않는 여신”이라고 평가했다. 세번째는 최초로 한중동시방영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에서는 ‘한중동시방영’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화제로 떠오르며, 새로운 이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 중국 인터넷 심의규정 강화…사전심의 10대 금기
한중동시방영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제작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드라마 전체를 제작한 후 이를 모두 한꺼번에 중국의 심사비준을 얻어야 중국에서 방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1일부터 아이치이 같은 중국의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는 사전심의를 거친 동영상만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심의 규정 내 10가지 불가항목이 있다. ▲중국 헌법 기본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 ▲중국 국가통일과 주권, 영토 보호에 유해하지 않을 것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국가 안전을 위협하거나 국가의 명예와 이익을 해하지 않을 것 ▲민족차별을 선동하지 않을 것 ▲미신을 퍼뜨리지 않을 것 ▲거짓말을 하거나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사회의 안정을 해하지 않을 것 ▲음란물, 도박, 폭력 장면으로 타인의 권익을 해하지 않을 것 ▲타인을 비방하거나 다수의 합법적인 권익을 해하지 않을 것 ▲사회 도덕과 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해하지 않을 것 ▲법률과 행정법규 그리고 국가가 규정한 금지사항을 위반하지 않을 것 등이다.
이에 어긋나는 부분은 삭제 혹은 수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 태후 1편 도입 부분에서 남북 군인들이 비무장지대에서 대치하는 장면은 중국판에서는 삭제됐다. 이 밖에도 남북한 갈등이 나오는 부분이나 국제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삭제된 채 현지에서 방영되고 있다.
◆태후 사전제작으로 한중 동시방영, 첫 시도 '초대박'
2014년 별그대가 방영될 당시에는 중국 당국은 인터넷콘텐츠에 대해서는 느슨한 심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사전 심의가 적용되지 않았고, 별그대는 한국에서 본방송이 방영될 때 동시에 무자막본이 수정없이 아이치이를 통해 배포됐다. 5시간여 후쯤 자막본이 나왔다. 당시에는 자막본이 나오기 전에 드라마 내용이 인터넷을 타고 전파돼 현지 관객들로서는 김이 빠진다는 반응이 있었다.
반면 태후는 전편이 사전 제작되어 중국 광전총국의 승인을 득했다. 승인을 받은 후 아이치이는 자막을 제작했고, 자막본을 한중동시방영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흥미로운 한국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남방도시보는 "과거 한국 드라마는 저녁에 한국에서 본방송된 후 다음날 새벽에 자막본이 공개되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태후는 진정한 한중동시방영을 이뤄낸 최초의 드라마"라고 호평했다.
◆드라마 수출 새로운 모델 제시
우리나라에서는 사전제작 드라마가 성공을 거둔 적이 없었다. 방영을 하는 동안 시청자들의 반영을 살펴 대본에 수정을 가하면서 제작을 해왔었다.
미국 등 서구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드라마 사전제작이 정착됐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생방송 드라마'가 이어졌다. 그러한 생방송 드라마는 역동성과 순발력을 장점으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한류드라마를 낳기도 했지만, 불안정성과 불완전성으로 많은 병폐를 양산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의 중국진출을 위해서는 사전제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었고, 그 첫번째 도전이 태후인 셈이다. 태후의 성공이 한국 드라마의 중국수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며, 이후에도 사전제작 동시방영 모델을 적용한 드라마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