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울문화사입력 2023. 7. 13. 09:00
우리나라 중년 부부들은 은퇴 후 노후 생활과 관련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노후 설계 전문가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만나 100세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창희 대표는 1973년 한국거래소를 시작으로 대우증권에서 20년을 근무하고, 현대투자신탁운용과 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4년 미래에셋그룹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을 맡아 은퇴 교육 전문가로 변신했고, 2014년부터는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맡아 대중을 상대로 노후 설계 교육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당신과 만남이었어~ 잘 살고 못 사는 건 타고난 팔자지만~ 당신만을 사랑해요~ 영원한 동반자여.”
가수 태진아의 ‘동반자’라는 유명한 노래다. 2004년 발표됐지만 요즘 방송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중년 부부들에게는 가사가 남다르게 들린다고 한다. 자식을 키우고 결혼시키느라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덧 이후 삶에 대해 슬슬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나.
은퇴 이후 배우자와 행복한 삶을 보내면 소원이 없겠지만 요즘은 예전보다 쉽지 않다. 평균수명이 80살을 넘어가면서 은퇴 이후 삶이 길어졌기 때문. 요즘은 은퇴 이후 5060세대를 신중년이라고도 한다. 삶에서 새로운 구간대가 생긴 것. 하지만 이러한 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부부는 아직 많지 않은 듯하다.
수십 년간 중년 부부들을 대상으로 은퇴 이후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교육을 꾸준히 해온 강창희 대표를 만나 조언을 들었다.
“남편이 퇴직 후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늘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년 부부들이 은퇴 후 인생 설계를 잘 준비하고 있다고 보는가?
많은 중년 부부를 만나고 상담해본 결과 3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첫째, 인생에서 80살 이후는 없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재수 없으면 120살까지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오래 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둘째, 우리가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는데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오는 줄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100살 가까이 살면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정도 병에 시달리고 돈 문제와 외로움에 고생한다. 나도 몇 년 전에 노모가 92살로 돌아가셨는데 3년쯤 아프셨다. 나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기 발로 화장실만 걸어 다니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과 관계된 이야기다.
셋째, 자녀 리스크다. 많은 이들이 자식을 자신의 노후라고 생각하면서 돈을 퍼주며 자녀도 잘못되고 본인 노후도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중년 부부들은 은퇴 후 인생 설계에 대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까?
부부가 퇴직 후에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혼자 남아서 살다 세상을 뜨게 된다. 70살 이상 혼자 사는 노인의 78%가 여성이고, 22%가 남성이다. 남성은 아내 먼저 떠나고 혼자 남아 9~10년쯤 살고, 여자는 15~16년쯤 혼자 남아 세상을 살아간다. 대부분 가정에서 남편 중심의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먼저 떠나고 아내가 혼자 남아 10년 이상 살아야 한다. 아내를 배려한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 아내는 남편이 퇴직 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지 늘 생각해야 한다. 얼마 전 어느 기업에서 퇴직을 앞둔 부부를 불러 교육하는데 강사가 퇴직 다음 날부터 하루 일과, 일주일 일과, 한 달 일과를 예상해 한번 써보라고 했다. 아내들은 줄줄이 써 내려가는데 남편들은 대부분 쓰지 못했다. 아내는 남편의 퇴직 후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해야 할까?
조기 퇴직 시대이기에 생각보다 돈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먹고살 걱정이 없는 사람은 전체 은퇴 대상자의 20~30%에 그친다. 취업 컨설팅업체 잡코리아에서 재작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40대 이상 직장인이 체감하는 평균 퇴직 연령이 51.7세다. 신의 직장 공기업은 55세, 중소기업이 51세, 대기업은 49세였다. 우리나라 남녀 합해 평균수명이 83.6세다. 52세에서 83세까지 31년이다. 퇴직하고 나면 시간이 안 간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화장하는 시간 다 빼도 최소한 하루에 11시간이 남는다. 31년 동안 12만 4,465시간이 남는 것이다. 직장인이 1년에 근무하는 시간이 연평균 1,967시간이니 약 63년의 직장 생활과 맞먹는 수준이다. 100살까지 생각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은퇴 후 재취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리고 소득도 이전보다 못할 텐데?
노년층이 할 수 있는 일은 2가지다. 젊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거나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안 하는 일이다. 젊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가치 있고 보수가 좋은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중년이 되면 그런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얼마 전에 택시를 탔는데 60살 좀 넘어 보이는 운전기사가 자신은 외국계 회사의 서울 지사장을 했었다고 말했다. 사장일 때는 기사 딸린 고급차를 제공받았는데 은퇴 후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다고. 그 택시 기사처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일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재테크가 아니라 평생 현역이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은퇴 후 몇 살까지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까?
전기 노년기는 어떻게든 무슨 일을 해서라도 먹고살 수 있다. 현재 고령사회인 우리나라는 빠르면 2025년 초고령 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노인이라고 해도 70대 중반까지는 쌩쌩하다. 하지만 그 후부터는 건강의 적신호가 켜진다. 그에 대비해 후기 노년기에는 간병비와 생활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간병 돌봄 시설이 충분치 않다. 중국 동포들이 와서 많이 도와줬는데 그들이 이제 소득이 높아져 안 오게 되면 더 난리가 날 것이다. 돌봄이 필요할 때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디에 들어가서 돌봄을 받을 것인지 등을 미리미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100세인이 지난해 기준 8,000명 정도 있다. 예전 100세인은 시골의 경치 좋고 공기 좋은 데서 살았지만 지금 100세인 절반은 요양병원에 있다.
전체 요약
✔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재테크가 아니라 평생 현역
✔ 부동산 비중 너무 높아, 금융자산과 ‘반반’ 맞춰야
✔ 은퇴 후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 줄여야 서로 화목
✔ 전체 자산 중 주택 비중 줄이고 자녀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 남의 눈 의식하지 않아야 은퇴 후 행복할 수 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이승용(시사저널e 경제부 기자) | 사진 : 김동환, 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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