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면, 뉴기니와 비옥한 초승달 지역 사이의 대조적이 모습은 상당히 교훈적이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수렵.채집민처럼 뉴기니에는 작물화할 수 있는 곡류와 콩류, 가축화할 만한 동물이 없었다.
그 때문에 고원지대에서는 늘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고,
높은 고도에서 재배하기에 적합한 뿌리 작물도 별로 없었다.
따라서 뉴기니에서는 식량 생산에 제약이 많았다.
그렇지만 오늘날 지구상의 어느 종족만큼이나 뉴기니인도
주변에 분포한 야생식물과 야생동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뉴기니인도 야생에서 작물화할 가치가 있는 식물종을 찾아내 실험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또 고구마가 전래되었을 때 지체 없이 채택한 사례에서 보듯이,
자신들의 식량 저장실에 보태야 할 유용한 식물을 알아내는 데도 부족함이 없었다.
똑같은 교훈을 오늘날의 뉴기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새롭게 소개되는 작물과 가축에 접근하는데 유리한 부족,
혹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부족이
그런 유리한 조건이나 적극성을 지니지 못한 부족을 억누르며 세력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뉴기니에서 식량 생산이 제한 적이었던 이유는 뉴기니인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전적으로 뉴기니의 생물상과 환경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농경이 지역 식물상 때문에 제약을 받은 또 다른 사례는 미국 동부에서 찾을 수 있다.
뉴기니에서 그랬듯이, 미국 동부에서 지역 야생식물의 독자적인 작물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초기의 농경에 대해서는 뉴기니보다 미국 동부의 사례가 더 자세히 연구되었다.
최초의 농경민이 어떤 작물을 재배했는지 밝혀졌고, 토종 식물의 작물화 시기와 그 순서도 알려졌다.
여러 작물이 다른 곳에서 전해지기 훨씬 전에,
아메리카 원주민은 미국 동부의 강 유역에 정착해 토종 작물에 기반한 집약적인 식량 생산을 시작했다.
따라서 그들은 가장 유망한 야생 식물을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실제로 어떤 작물을 재배했고,
그들이 개발한 작물의 종류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원조 작물'과 비교할 때 어떤 수준ㅇ이었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미국 동부의 원조 작물은 기우너전 2500년에서 기원전 1500년 사이에 작물화한 4종이었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밀과 보리를 작물화하고 꼬박 6,000년이 흐른 뒤었다.
호박을 먹을 수 잇는 씨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작은 그릇으로도 쓰였다.
나머지 3종은 순전히 식량인 씨를 얻기 위해 재배했다.
(해바라기,섬프위드,Sumpweed라고 부르는 데이지의 친척, 명아주라고 부르는 시금치의 먼 친척).
그러나 씨와 그릇을 얻는 4종의 작물로는 완전한 식량 생산 체계를 꾸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2,000년 동안 이 원조 작물들은 미국 동부에서 식단을 조금이나마 보완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주로 야생의 먹거리, 특히 포유동물과 물새, 어류와 조개류 및 견과류를 먹었다.
농경으로는 기원전 500년에서 기원전 200년쯤이 되어서야 주된 식량을 얻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3종의 씨앗 작물(마디풀, 카나리아풀, 키작은 보리)을 더 많이 작물화하고 재배하기 시작한 때였다.
현대 영양학자라면, 미국 동부에서 재배한 7종의 작물에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7종의 작물은 모두 단백질 함유량이 17~32퍼센트로 무척 높았다.
밀은 8~14퍼센트, 옥수수는 9퍼센트이고 보리와 흰쌀은 그보다 꽤 낮았다.
특히 섬프위드는 32퍼센트가 단백질, 45퍼센트기 기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영양학자에게 꿈같은 작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그 우수한 작물들을 먹지 않는 것일까?
미국 동부의 주요 작물은 영양학적으로 무척 유익했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면에서는 심각한 단점이 있었다.
명아주와 마디풀, 키작은 보리와 카나리아풀은씨가 아주 작아
밀과 보리의 씨에 비하면 용량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
더구나 셈프위드는 바람을 매개로 수분되며, 건초열(꽃가루가 점막을 자극함으로써 일어나는 알레르기)을
일으키는 악명 높은 돼지풀(ragweed)의 친척이다.
돼지풀과 마찬가지로 섬프위드도 군락을 이룬 곳에서는 그 꽃가루가 건초열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도 섬프위드를 재배해야겠다면 섬프위드가 불쾌한 냄새를 짙게 풍기고,
접촉하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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