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31호로 지정된 속초사자놀이, 학술세미나가 6월 14일 속초문화예술회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위원들과 속초사자놀이 보존회 회원들, 속초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들, 속초시 함경남도 도민회 등이 참여한 이번 학술세미나에서 ‘속초사자놀이 보존, 계승, 발전방안’과 관련,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과 평가, 향후 속초사자놀이가 가져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많은 의견을 제시해주었다.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수 년 동안에 걸친 노력들, 그리고 현지실사를 포함한 심층평가 끝에 속초사자놀이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 받은 것은 보존회 뿐 만 아니라 속초시, 속초문화원을 포함한 관련 단체, 많은 속초 시민들이 함께 기뻐할만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번 세미나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었듯이 속초사자놀이는 향후 보존과 계승에 있어 현재 지닌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속초사자놀이만이 가지는 정체성을 뚜렷이 해야만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앞으로의 방향성 설정 또한 그러하다. 학술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제기한 몇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의견과 방향성에 대하여 논(論)해 보고자 한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속초사자놀이의 ‘강원도다움’과 ‘속초다움’에 대한 논의 총 16명의 발표자와 지정토론자로 구성된 학술세미나에서 신대철 강원도 무형문화재 위원은 ‘미래지향적 강원도 무형문화재 전승 ; 강원도다움의 지속’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강원도 밖에서 행해졌던 특정 종목의 강원도 무형문화재 지정은 ‘속초사자놀이’가 최초라는 점을 들며, 속초사자놀이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명문화 되었기에 마땅히 ‘강원도다움, 속초다움’이 묻어나야만 하는데 이에 대한 부재와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주된 논지였다. 장정룡 강원도문화재위원장(강릉원주대학교 교수)의 논고와 발표에 따르면 6.25 전쟁 이후 ‘북청사자놀음’이 처음 시연된 곳이 속초이며, 1958년 북청도청을 속초에 세우고 북청동향친목계를 조성하여 ‘김수석, 김하륜’ 어른들이 중심이 되어 북청사자놀음을 지도하고 연희를 재현한 곳 역시 속초이다. 속초의 ‘북청사자놀음’이 ‘서울’로 주 무대를 옮기게 된 배경에는 ‘환경적 요인’이 주요 변인(變人)으로 작용하였다. 속초에 거주하던 함경남도 출신들이 서울로 대거 이주하였으며, 이북 5도청이 서울에 세워졌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1960년도 서울에서 ‘북청사자놀음 보존회’가 발족되어 1964년부터 전수에 들어갔으며 1967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되었다. 최재도 속초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은 ‘주술기능, 걸립기능, 유희기능’ 면에서 속초사자놀이가 북청사자놀음의 성격과 기능을 원형 가깝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북청사자놀음이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는 공연예술’인 반면 속초사자놀이는 ‘객석과 무대가 구분이 없고 함께 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들며 함경남도 북청에서 이루어지던 사자놀이의 성격과 특징을 그대로 전수하고 있다고 하였다. 장정룡 교수는 속초사자놀이가 ‘역사성, 학술성, 예술성, 대표성’에 있어 문화재적 가치의 일정한 수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며, 이로 인해 강원도 무형문화재로서의 자격 역시 그러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문화인류학적 입장에서 ‘속초다움’의 의미를 고찰해보면 다음과 같다. 속초사자놀이에 부여된 속초라는 지역명칭으로 인해 ‘속초다움’이 반드시 있어야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이러하다. “현대 문화 분석의 주류는 문화와 사회에 존재하는 총체적 관련성의 성격을 밝히는데 있어 ‘민족지적 접근방법, ethnography’을 주요 방법론으로 삼고 있다. 민족지적 방법은 문화가 실천되는 그 공동체 밖에서도 그 문화가 동일하게 실천되는가는 문제 삼지 않는다.” 문화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는 “문화적 분석은 두꺼운 묘사를 포함한다. 대중적 행위를 해석함에 있어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검토하고 중요시해야한다. 행동이란 텍스트(text)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속초사자놀이는 속초의 색채가 묻어있어야 한다는 ‘~다움’이 아닌 그 역사성과 형식, 구성, 내용 속에 담긴 은유(metaphor) 등을 두루 살펴보아야한다. 함경남도 중심의 실향민들이 속초로 이주, 이들을 중심으로 속초에서 ‘북청사자놀음’이 시작되었고, 실향민 2,3세대가 주축이 되어 전수·보존·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에서 ‘속초다움’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무형문화재 속초사자놀이가 지니고 있는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이다. ‘춤’을 중심으로 한 공연 완성도에 대한 문제 제기 유옥재 강원도 무형문화재 위원은 ‘속초사자놀이 발전 방향 제시 ; 춤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문화유산은 원형 그대로 역사를 만드는 연희적 구성과 지정에 따른 꾸준한 훈련지도가 철저히 이루어져야한다는 점, 변형된 프로그램이나 무대화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원형 그대로를 보존·보전하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발표자로 나선 대부분의 문화재 위원들이 지적하였듯이 무형문화재가 지녀야 할 주요 특성들 중 하나는 ‘원형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이다. 춤의 예술성이나 완성도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춤으로서의 예술성은 높아질지는 모르나 무형문화재로서의 성격과 가치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속초사자놀이의 원형인 북청사자놀음이 지니는 특징은 ‘걸립과 안택’을 강조하는 길놀이 형식이며, 이로 미루어 볼 때 과거 북한지역에서 이루어진 북청사자놀음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공연이나 춤을 전업으로 하는 전문적인 공연패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주를 이루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그들이 추었던 춤은 춤의 예술적 동작보다는 몸동작이 다소 서툴다하더라도 춤 속에 담긴 내용과 의미를 공연자들과 마을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겼다는 점, 전통적 ‘놀이’의 기능을 자졌다는 점에서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두는 것이 옳다. 속초사자놀이 다양한 발전 방안 제시 인프라 구축에 있어 청호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속초사자놀이 전승 교육이 대안으로 제시되었지만, 낮은학교급별에서의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제시되었다. 청호동이 실향민들이 정착한 마을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향후 속초사자놀이 전수관이 위치할 최적지라는 점과 마을에 벽화나 상징물들을 설치하자는 제안들 역시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정종천 속초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속초시립박물관 학예담당)은 속초시립박물관에 전통문화예술 야외상설공연장조성과 활성화를 통해 속초사자놀이의 정기공연과 발표를 제안하였으며, 주요 상징물인 사자탈 등을 캐릭터화 하여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자는 제안은 긍정적인 동의를 이끌었다. 속초사자놀이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서, 계승·발전을 통해 귀중한 문화유산으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속초사자놀이보존회와 관련 단체들의 꾸준한 활동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속초시와 강원도, 그리고 중앙정부의 예산을 포함한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뒷받침 되어야한다는 점은 많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약 네 시간에 걸친 발표와 토론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시간이 충분치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31호로 지정된 속초사자놀이, 학술세미나가 6월 14일 속초문화예술회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양용석 속초문화원 사무국장, 사회·문화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