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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A코스에서 등반중인 저입니다. ㄱ자로 꺽어진 상단을 터치하고 내려왔습니다.
오른쪽이 B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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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과 오른쪽 라인 빼고 가운데 라인이 결승루트입니다.
언 제 : 2004. 2. 1
어디서 : 단양인공폭포
처음 참가하는 대회라 설레임보다는 걱정을 앞세우고 대회에 임하였다.
남자 65명에 여자 20명 정도가 출전하여 A조와 B조로 나누어 경기를 하는데 나는 A조 두 번째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등번호 2번 어제 저녁에 단양관광호텔 예비모임 때 추첨으로 내가 직접 뽑은 번호다. 처녀 출전에 등번호 2번이라니 무척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됐다는 생각이 앞선다. 빨리 끝나고 다른 선수들의 등반모습을 지켜보는 편이 추운데서 긴장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하면서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해본다.
모두가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다. 1회와 2회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최원일 선수와 스포츠클라이밍에서 두각을 나타낸 광운대학교 OB 한정희 선수가 우승후보로 점쳐지고 있었으며, 몇몇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특히 우리 동문인 바름산악회의 기범이 형은 보온병에 미리 준비한 따뜻한 차를 건네며 긴장하지 말고 스트레칭을 많이 하고 나가라고 격려해준다.
다른 출전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샤를레모제 쿼크바일은 기본이고 손잡이가 꺾어진 최신형바일에 손가락걸이를 만들어 용접하고 피크와 아이젠은 날카롭게 갈았으며 아이젠의 뒤꿈치의 훅도 기본으로 달고 나왔다. 그리고 코프라치를 신고 나온 선수들은 몇 되지 않았으며 가죽빙벽화는 기본에 최신형 아이스클라이빙 선수용 빙벽화(스케이트 신발처럼 아이젠과 신발이 붙어 있음)를 신고 나온 선수들도 많았다.
그런 반면 내 바일과 아이젠 코프라치는 무척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장비가 문제라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만족 아닌가 내가 이 대회에 출전을 한 것도 입상을 위함이 아니라 빙벽등반경기라는 것에 더 자세히 알고싶고 또한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해 보고 싶어서가 아닌가하고 다짐하며 경기에 임한다.
안내 방송에 따라 격리실로 입실하고 곧이어 루트파인팅 4분에 등반시간 4분이 주어진다. A루트는 다양한 기술을 요하는 반면 B루트는 신장과 힘을 많이 요하는 문제로 주어진 것 같다.
2번째 박스의 ㄱ자 오버행을 트레버스해서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첫 번째 선수가 라인 밖을 찍어 내려오고 드디어 내 차례, 서두르거나 시간에 구애받으며 조급해 하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한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출발 첫 번째 박스를 오르기가 쉽지 않다. 한참을 생각하고 여러 동작을 취한 후에야 올라서고 첫 번째와 두 번째 박스 사이에서 착각해서 라인 밖을 찍지 않으려고 여러 번 확인한 후에야 올라섰다. 드디어 오버행 트레버스 도착, 바일을 걸기에는 좋으나 발을 쓰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두 바일을 확실히 찍은 뒤 다리를 오버행 밑 라인 위를 밟고 두 다리를 모으고 넘어가려 했으나 좀처럼 쉽지 않다. 할 수 없이 왼쪽 발만 걸고 다시 다리를 바꾸고 다시 왼쪽 훅을 걸고 바일을 바꾸어 넘어가는데 온통 팔에 매달려 있어서인지 펌핑이 온다. 아둥바둥 어떻게 한참을 매달려 어떻게 손 쓰보려 했으나 역부족 이왕 떨어질 바에야 최대한 위쪽을 찍고 떨어지자는 판단으로 점프 요행으로 왼쪽 피크가 걸려 줄 것을 기대 했으나 얼음이 깨지면서 추락 오른쪽 바일은 얼음에 박힌 채 나는 줄에 매달려 대롱대롱 좀 아쉬운 감은 있지만 나의 첫 번째 빙벽등반대회 출전은 약 4분이 채 되지 않아 끝나버리고 말았다.
출전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내 순위는 뒤로 밀려나고 완등자는 11명 정도 나왔다. 예선 A조 33명 출전 선수들 중 18위의 기록으로 예선전을 마무리했다. 뒤이어진 남자 16명 여자 8명의 결승 경기를 지켜보면서 무릎과 손을 쓰는 등 여러 가지 기술들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남자부 우승은 예상을 뒤엎고 이재용 선수가 우승하였고 여자부는 청주대학의 고미영 선수가 의정부 샤모니 암장의 김점숙 선수를 제치고 우승하였다.
서울로 돌아와서 성근형, 병상형, 진숙누나, 현숙누님이 바름빙장에 갔다가 오면서 신내동까지 오셔서 격려해 주시니 감개무량함이 복받쳐 오른다. 성원에 힘입어 다음 토왕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멋진 모습 보여 줄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