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로 만든 양말이라니, 디자인과 기능적인 면은 어떨까? 1~2세 아기용 양말부터 어린이용, 성인용, 커플 양말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홍콩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2013년 아시아어워드(DFAA)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2014에는 미국 세계공정무역상표기구(FLO)에서 인증마크를 받았는데, 양말로 인증마크를 획득한 건 콘삭스가 처음이다.
옥수수 섬유는 일반 면보다 부드러워 신었을 때 발을 편하게 해준다. 땀 배출이 용이하고 섬유 특유의 광택이 고급스럽다. 기존 합성섬유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예방해 아토피 예방에도 좋다.
콘삭스의 이태성 대표가 옥수수 양말을 만들게 된 건 ‘점점 잊혀가는 추억이 깃든 물건으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문화예술 공연 기획일을 하다 그만두고 사업 구상을 하던 때였어요. ‘옛날엔 귀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떠오른 게 양말이었어요. 양말 한 켤레도 귀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쉽게 버리고 사는 물건이 돼버린 것 같아 짠하더라고요. 양말도 하나의 패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는 창업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사회적 기업진흥원의 ‘청년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청년사회적기업가로 선정돼 2011년 콘삭스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양말에 패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담을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옷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된다는 것을 알았다.
“중앙아시아의 비옥했던 땅이 황무지로 변해버린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그 이유는 면화를 대량 생산하면서 땅속 수분을 앗아갔기 때문이었죠. 양말로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오히려 환경오염에 일조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재료에 대한 고민으로 생각이 번진 이 대표는 여러 소재에 대한 사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해외 웹사이트에서 옥수수로 만든 옷을 발견하곤 아이디어를 얻었다.
옥수수 실을 확보해 양말을 만들기까지 2년여 시간이 걸렸다. 생소한 소재인 옥수수 실로 양말을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 염색 과정 등 홀로 옥수수 양말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먼저 옥수수 양말을 알리기 위해 전국의 양말공장, 염색공장 등을 찾아다녔다.
“공장 섭외부터 어려움이 많았어요. 회사가 춘천에 있기 때문에 강원도에 있는 공장을 알아봤지만 한 군데도 없었어요. 결국 서울 방학동에 있는 공장을 수소문해서 찾았죠. 이 일을 계기로 지역 내 소외 계층, 장애인들을 고용해 강원도에 공장을 짓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이 대표는 만드는 과정부터 홍보까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지금은 5명의 직원을 두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콘삭스 양말은 전국의 롯데마트 80여 곳과 편집숍 에이랜드, 신세계 자주, 온라인 사이트 텐바이텐, 1300K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켤레당 5000~6000원대로 싸지 않지만 이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양말을 사면서 보람도 느낄 것 같다.
‘윤리적 패션협회’ 결성
콘삭스는 옥수수 양말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과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콘삭스의 디자이너가 구멍 난 옥수수 양말로 인형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본 이 대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옥수수 양말 인형 안에 옥수수 씨앗을 넣으면 좋겠다’ ‘빈곤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NGO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희움클래식’과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그리는 꽃압화 그림을 옥수수 양말에 넣어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수익금 70%는 경북지역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기금으로 전달된다. 이 대표의 기억에 남는 컬래버레이션은 처음 콘삭스를 찾아준 자동차 회사 BMW코리아 미래재단과 한 일이다.
“SNS에 꾸준히 공정무역과 환경에 대한 얘길 써왔어요. 그런데 BMW코리아의 관계자가 눈여겨보고 있었나봐요. 2년여 우여곡절 끝에 옥수수 실을 이용한 양말이 상용화된 것을 보고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옥수수 양말을 소개할 기회가 생겼죠.”
이 대표는 2013년 12월 페트병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오르그닷’, 친환경 소재로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 등과 의기투합해 ‘윤리적 패션협회’를 만들었다.
“윤리적 패션이라고 하면 친환경 패션을 떠올리는데 패션사업이 환경에 끼치는 문제, 인식을 일깨우고 싶었어요. 우리가 입고 있는 티셔츠 한 장 만드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화학섬유 제조과정에 투입되는 이산화질소는 강한 온실가스를 배출해요. 또한 베트남・방글라데시 등지의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이들이 받는 일당은 시간당 11원, 면화 재배자 중 농약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4만 명에 이른다고 해요. 패션 사업이 이루어지는 이러한 과정을 알고 ‘노동자들의 인권’과 ‘환경 가치’에 대한 인식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윤리적 패션협회를 만들었습니다.”
2015년 1월에는 더 다양한 디자인과 옥수수 섬유의 짜임을 달리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땐 양말로 패션을 얘기할 수 있을까, 디자인뿐 아니라 친환경을 접목해 윤리적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콘삭스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제가 생각하는 가치관을 실천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옥수수 섬유를 활용해 더 많은 종류의 친환경 제품을 만들며 사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태성 대표. 콘삭스라는 브랜드로 윤리적 소비가 싹트기를 기대하는 그의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