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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멋집 - 강원도 스크랩 놀토가 즐거워지는 1박2일! 기마봉에 올라 송이도 캐고 일출도 보고..
주나 추천 0 조회 92 10.10.20 14:0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아이와 아내의 취향과 입맛을 맞추면서 적당히 편안한 여행코스는 없을까? 놀토만 되면 어디를 가야하나 무엇을 먹어야하나 고민이 늘어간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정보가 너무 많아 고심만 깊어진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맛집주소 하나 없이 무작정 단어를 떠올려가며 찻아가보았다.

 

첫번째 양떼목장을 가자고 하니 아무런 반대가 없다. 언뜻 과거에 가본 삼양 대관령 목장을 가자고 한 것이고, 말 그대로 삼양라면을 먹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 주변일대 목장들이 많이 생겨났다. 네비게이션도 삼양이 아닌 양떼목장으로 안내했다.

 

 

주말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길을 따라 오르니 양떼들이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던 아늑하고 정겨운 풍경이 다가오자 실망감이 든다. 양들의 털이 깨끗한 하얀색이 아니라는 것과 양들이 움직이지 않고 풀도 뜯지 않고 잠만 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양들이 구경온 사람들에 별 관심이 없다.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아도 미동도 없이 고고하게 잠을 잘 뿐이다. 너무 안전한 탓일까. 경계심이 사라진 양떼들과 양치기소년이 없는 목장이 공허하기만 하다.

 

 

작은 산 자락을 휘돌아 내려오니 양들에게 건초를 주는 곳간이 있고, 이곳에서 비로소 양들이 사람에게 반응한다. 손에 쥔 먹잇감이야말로 양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단인 듯. 눈을 뜬 양들의 입과 눈이 바쁘다. 어찌나 부산스러운지 순한 양들이 게걸스럽게 변해버렸다.

 

 

가까이서 양들의 그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니 초식동물의 유순함과는 다른 품격이 느껴진다. 양떼목장을 둘러보는 데에 1시간여가 걸리고, 건초주기 체험을 마치면 다시 바깥으로 나올 수 있다.  

 

 

점심을 먹은 후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1시간여남짓 달려 도착한 옥계해수욕장이다. 강릉지나쳐 정동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항구중 하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에 팬션단지가 산쪽 등성이에 자리잡고 있다. 정동진과 가깝지만 아직 덜 알려진 곳으로, 일출과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이 시원하고 깨끗하다. 개발이 덜 되어 상업지구가 형성되지 않아 조용하게 묵어가기엔 안성맞춤이다. 팬션 하나를 골라 들어서자 마자 모두들 탁 트인 전망에 탄성을 터뜨린다. 통유리창 전면이 바다를 향해 있어 지겨울 정도로 바다가 가득 방안에 들어온다.

 

 

구름에 가려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진 못했지만, 이미 차오른 상태에서도 그윽한 색깔이 보기에 좋다. 새벽 6시 선잠 상태에서 밖으로 나가 찍은 옥계항의 일출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만져준다. 연말이면 아마도 이곳 옥계항까지 사람들이 몰려올 것을 생각해 미리 새해 다짐도 해보았다. 항상 기분좋은 느낌으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옥계항에서 가까운 곳에 유명한 묵호항이 있다. 옥계항은 작은 규모이고, 고기잡이배도 가끔씩 들어와 유명한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묵호항의 곰칫국집이다. 곰치가 잘 잡히지 않아 한마리에 10만원을 훨씬 웃돈다고 한다. 드문 드문 문닫은 곳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곰칫국 한그릇 역시 만원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로 꽤 비싼 편이다.

 

곰칫국은 아귀와 비슷한 살코기와 물렁뼈를 넣고, 익은 김치를 송송 썰어넣어 끓여 만든다. 하얀 살도 보드랍고 고소하며, 김치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잘 어우러져 아침 해장용으론 단연 으뜸이다. 생선에 김치를 넣고 끓이는 아침해장국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흔치 않은데, 오징어물회도 아침식사로 먹는다고 하니 여기선 놀랄 일도 아닌 모양이다. 

 

 

 

 

 

다시 옥계항 부근 숙소로 돌아와 뒷산에 올랐다. 해안가를 끼고 꽤 높은 봉우리가 주욱 이어져 있는데, 여기서 가장 높은 기마봉을 올라 보기로 했다. 소나무가 많은 것으로 보아 송이버섯이 많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설레임도 있었다.

 

과연 오르자마자 초입부터 소나무숲이 나타나고 그 아래 이미 송이버섯을 캐간 흔적이 즐비하게 나타난다. 송이밭이라 할 정도로 수많은 송이구덩이들이 보이고, 모두 깨끗히 훑어서 따고 지나갔다. 아쉽기도 했지만, 아마도 송이채취기엔 산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남은 송이가 있지 않을까하며 정상까지 주섬주섬 올라갔다.

 

 

가끔씩 뒤돌아본 바다의 풍경은 장쾌함 그 자체다. 깨끗하고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까마득하게 보인다. 바다바람도 가을처럼 맑고 투명하게 땀을 말려주고 사람도 별로 없는 이곳의 평화가 아늑하기만 하다.

 

 

 

정취를 즐기고 땀을 식히는 태백흉내에 관심없는 아내는 정상까지 줄기차게 송이만 찾아헤맨다. 등산로에서 한참씩 길도없는 아랫자락까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그 악착같음이 결국 그 댓가를 얻어냈다. 솔잎이 두툼하게 쌓인 소나무 사이사이 가만히 봉긋하게 머리를 쳐들고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두어시간동안의 산행내내 땅만 바라보는 그 정성이 일등품 송이버섯을 가져다 주었다. 이미 온통 헤집어 다 캐가고 없는 터에 미쳐 보지 못한 곳에 하나가 남아있었나 보다.

 

 

산삼을 캔 것 못지 않는 흥분과 기쁨이 한가득 밀려오고, 두툼한 몸통과 아직 피지 않은 윗부분이 말 그대로 상품중에 상품임에 분명하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일관된 의지를 갖고 있으리라 소망하고 있다고 믿는 자세가 멋진 선물을 안겨주었다. 시덥지 않은 태도로 시종일관 아랫자락이 위험하니 내려가지 말라고 다그쳤던 내 허술한 속내가 부끄러웠다.

 

 

전리품을 얻은 뒤 올라갈 생각을 하니 또 막막하다. 영동고속도로가 이미 진부에서부터 막힌다고 하니 오후 5시출발해도 11시나 되어 도착할 게 뻔하다. 주말 나들이는 항상 도로위에서 반절이상을 허비해야 한다. 그래도 안갈 수 없어 또 나서고 돌아와선 기진맥진해지기 일쑤다.

 

진부를 지나 속사IC에서 그냥 나와 보니 과거 구도로 쪽에 메밀막국수집이 보인다. 막국수는 소화가 늦어 저녁 내내 속이 든든한 음식이다. 고속도로위 휴게소의 간이음식에 질릴 대로 질린 터라 저녁을 먹고 가자고 했다.

 

 

가보지 않은 식당은 실패확률이 반반이다. 식당간판을 보고 식당앞에 주차된 차량의 숫자를 보고, 유리창 안쪽에 앉아 있는 손님수를 보고 들어가야 했지만, 이 모든 셈에서 낙제점인 식당을 그냥 우겨서 들어가 보았다. 우려완 달리 독특한 메뉴판과 손님 스스로 양념을 하고 차려먹게 만들어놓은 폼새가 남달랐다. 국수 역시 주문하자 바로 뽑아내어 삶아 기다리는 시간이 꽤 되었다.

 

 

겨자, 들깨, 들기름, 무우, 하얀 갓김치, 계란지단, 김가루, 식초등을 적당히 서로 버무려가며 드디어 그 첫맛을 보았다. 아이 역시 이 자율적인 비빔방식이 흥이 났는지, 열심히 비벼 입안 가득 국수를 집어넣는다. 심심한 듯한 메밀 특유의 향내가 씹을 수록 고소함으로 바뀐다. 다시 한번 더 먹어보고, 다시 한주먹 더 국수를 넣고 비비고, 반복하면 할 수록 입맛이 돌고 더 먹고 싶어지는 그런 맛이다.

 

평범한 나들이 여행이었지만, 조용한 곳에 편안함과 소박함이 있고, 그 속에 알찬 수확의 기쁨까지 있었다. 많이 욕심내지 않고 흐르는 대로 보이고 느껴지는 대로 따라가는 여행 역시 나름의 맛이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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