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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얼음 기둥옆 붉은 선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염승찬씨다. |
지난 10월 말 일찌감치 스노우퀄미 스키장 2019-20 스키강사 등록과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스키강사 유니폼과 신분증을 받아 강의실을 나오며 둘러본 스키장 슬로프 상단은 여름내 자란 잡초로 가득 차고 초겨울 신설로 내린 눈은 따뜻한 날씨에 녹아 듬성듬성 남아있어 사방이 을씨년스럽다.
해가 갈수록 우리들에 겨울이 늦어지고 춥고 매운맛에 시린 겨울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겨울 전문 산행의 매력은 얼음을 찍고 올라가는 빙벽등반이다. 시애틀 인근에는 베이커 스키장에 ‘판담빙폭’과 스노우퀄미패스 안쪽 알펜탈 스키장에서 소스레익으로 들어가는 길 중간에 얼음이 어는 빙폭이 있고 레벤워쓰 지역에도 곳곳에 폭포가 얼어 형성되는 빙폭이 있다.
올 가을에는 수년전부터 계획해온 인덱스픽 노드페이스 등반을 하려고 ‘레이크 세렌’을 부지런히 올라다녔다. 11월 초부터 주말마다 금요일 오후면 레이크세렌으로 올라가 캠핑을 하며 비바람이 불고 눈과 얼음이 바위 표면에 얼어붙기만을 기다렸지만 아직 등반을 할 만큼 충분하게 얼어붙지 못했다.
처음에 올려진 사진의 얼음 기둥옆 붉은 선 위에 서 있는 사람이 글쓴이다. 저 얼음 기둥이 좀 더 확장되어 서로 붙고 빙벽이 두터워 지면과 마주하면 이 지역 에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엄청난 빙벽이 형성된다.
빙벽은 얼음에 ‘스크루’ 라는 중심이 뚫린 나사못을 중간 중간에 설치하며 오른다. 일반 못형태의 장비를 얼음에 망치 형태의 아이스바일 헤드로 타공하면 매끄러운 겉면이 얼음이 녹아 빠질 우려가 있기에 나선형 이빨이 있는 장비를 얼음에 스크루처럼 돌려박아 장비 표면이 얼음속에 완전 밀착되어 하중을 받게 만든 기구다.
재작년에는 멀리 베이커 판담빙폭을 찾아갔다가 날씨가 온화하고 얼음이 부실하게 얼어붙어 낭패를 본 적이 있어 작년에는 판담보다 까까운 레벤워쓰 인근에 ‘허바허바’ 빙폭을 찾아가 빙벽등반 훈련을 했다.
레번워쓰지역 콜척레익 올라가는 초입에 위치한 허바허바빙폭은 폭이 40여 미터 높이는 50여 미터의 자연 빙폭이다. 차에서 내려 등짐을 지고 한시간반정도 걸려 올라가 보니 이미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등반 중이다.
우리는 얼음에 도착하여 등반 장비를 차고 빙벽 등반 준비를 한다. 재희와 정배는 그간에 빙벽등반 경험을 살려서 리딩을 교대로 맡아 등반 로프 설치를 하기로 했다.
신중하게 안전 장비와 등반 장비를 몸에 거치하고 재희가 먼저 리딩을 나섰다. 나는 두 사람에 자율 등반을 관망하며 지켜보다가 얼음 중간에 빈자리가 있어 오랜만에 맛보는 얼음에 빙질 상태를 확인하려 아이스바일로 얼음을 찍어본다. 생각보다 얼음 상태는 좋다.
먼저 도착한 미국 친구들은 이미 로프를 설치하여 교대로 빙벽등반을 연습 중이고 우리팀도 정배가 빌레이를 보고 재희가 리딩을 시작하여 중간을 넘어섰다. 등반을 지켜보다가 두 등반팀의 빈 곳을 이용하여 나도 빙벽에 가볍게 매달려 얼음의 강도와 타격하는 장비에 날카로움을 체크하며 빙벽등반을 준비한다.
먼저 리딩을 시작한 재희에 이어서 정배도 빙벽 위 구간 루트를 리딩 하여 장비와 로프를 설치하고 나도 대원들과 같이 로프 연결 등반을 하며 얼음 중간에 서 있을 수 있는 고정 확보물을 안전하게 설치하고 추운 줄도 모르며 얼음에 매달려 종일토록 오르락내리락 하며 빙벽 등반훈련을 알차게 하였다.
지나간 겨울 빙벽 등반 사진들을 찾아보며 올해는 날씨도 춥고 얼음이 잘 얼을려나 기대한다. 날씨가 혹독하게 춥기만을 기다리며 올겨울에도 얼음 찾아 나설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있다.
이번 주도 눈이 충분하게 오지 못하면 스노퀄미 패스 스키장 오픈은 더 늦어질 것이다. 주말에는 다시 레이크세렌을 올라가 얼음을 살펴봐야겠다.
글·사진 염승찬
산악문화 칼럼리스트
산행문의: ekoreaboo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