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해리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해냄, 2018)
<단 한 사람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작가 인터뷰>
“이 소설은 한마디로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악’이라는 것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 이유는,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주변에서 목격했던 악이 그 이전의 단순함과 굉장히 달라졌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에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재벌과 가진 자들의 횡포가 극심해진 사회에서는 간단한 말로도 진보나 민주의 탈을 쓸 수 있고 그것이 예전과 달리 돈이 된다는 것을 체득한 사기꾼들이 대거 몰려옵니다. 우리가 향후 몇십년 동안 싸워야 할 악은 진보와 민주의 탈을 쓴 엄청난 위선이 될 것이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해 보았습니다.”
소설가 공지영(사진)이 <높고 푸른 사다리> 이후 5년 만에 새 장편 <해리>(전2권, 해냄)를 내놓았다. 해리성 인격장애를 앓는 ‘악녀’ 이해리와, 그와 함께 장애인 보호시설을 운영하는 ‘진보적’ 가톨릭 신부 백진우의 악행을 소재로 삼은 소설이다. 두사람은 장애인 보호와 진보적 사회활동을 앞세워 에스엔에스(SNS) 상에서 모금을 빙자한 돈벌이를 함은 물론 지역의 권력자들을 등에 업고 갖은 악행을 저지른다. 어머니의 암투병 때문에 고향 무진에 온 인터넷 신문 기자 한이나가 이들의 위선과 거짓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책을 내고 30일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공지영은 “우리가 쉽게 선이라고 믿었던 수많은 악들, 대표적으로 가톨릭과 신부, 장애인 봉사자, 기자, 그밖에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돈을 긁어 모으는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며 “막말 하는 극우적 정치인보다 그들이 우리를 훨씬 더 혼란스럽게 하고 (그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 소설을 낳게 했다”고 설명했다.
<해리>의 무대는 작가가 2009년에 낸 소설 <도가니>와 같은 해안 도시 ‘무진’이다. <도가니>의 주인공인 인권 활동가 서유진이 이 소설에서 다시 중요한 조연으로 등장하고, 역시 <도가니>에 조연으로 나왔던 장 경사가 여기에서도 다시 단역으로 등장하는 등 두 소설 사이에는 적지 않은 관련성이 있다. 작가는 또 소설 속에 페이스북 포스팅과 메신저 대화를 그대로 되살리는 ‘형식 실험’도 시도했다. “지금 악인들의 위선과 사기의 주요 도구로 쓰이는 게 에스엔에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해리가 봉침을 놓는 인물이고 가톨릭 신부도 연루되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 속 이야기는 작가 자신이 송사에도 휘말렸던 이른바 ‘봉침 목사’ 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여기 나온 대부분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거의 다 실화”라면서도 “그렇지만 이 이야기들은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에게서 나온 게 아니라 지난 5년간 수집한 실화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짜깁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 속 ‘작가의 말’에서도 그는 “이 소설은 (…) 모두 허구이며, 여기에서 당신이 어떤 이를 떠올린다면 그것은 당신의 사정”이라는 말로 현실과 소설 사이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토호와 시장 등이 당을 막론하고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가운데 수많은 약자들이 죽어가는 건 어느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도시에서 보아 온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 무대인 무진은 특정한 어느 도시를 모델로 삼은 게 아니고 대한민국을 압축한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소설가 공지영
작가는 “제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동안 한번도 우리 소설에서 본격적으로 비판되지 않았던 가톨릭의 비리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며 “그런데 소설을 먼저 읽어본 주변 독자들이 별로 충격을 안 받는 걸 보니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부패해 가고 있다는 우려도 거꾸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얼마 전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배우 김부선씨가 연루된 ‘진실 게임’과 관련해 작가가 에스엔에스에 글을 올린 일 때문에 인터넷 서점 리뷰 코너 등에서는 <해리>를 상대로 불매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 사람이 울고 있는데, 부당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그 여자를 오욕에서 구하기 위해 내가 듣고 본 것을 이야기한 것 때문에 내 이미지가 나빠진다면, 그런 세상에서 내 책이 잘 팔린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제가 워낙 생각도 없고 앞뒤도 못 가리고 어리석어서, 아무 때나 벌거벗은 임금님이 지나가면 ‘어, 벌거벗었네’ 하는 사람이라는 정도로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와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성폭력을 고발한 최영미 시인 등을 고소한 고은 시인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고은 시인과 평소 술을 마셔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는 게 없고 그 일과 관련해서는 생각이 없다”며 “이 소설이 약자에 대한 선의와 정의감을 이용하는 악인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백래시’에 관해서는 다른 자리에서 말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해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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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55445.html#csidx48639bfc46698f08cdd6b514a6b5067
<그외 기사 들>
<소설의 배경>
가상의 도시 무진시(소설 도가니에 나왔던)
<소설속의 등장 인물들>
◎ 한(윤)이나 - 주인공 뉴스텐(인터넷 신문) 기자
- 이해리와는 어리적부터 서울여고로 전학가기 전까지 친구로 지냄.
⊙ 오승화화백 - 한이나의 엄마 (대장암 수술 준비 중)
- 한교수(무진대학교 예술대학장)와 재혼
⊙ 지희 (이나의 서울 house mate)
◎ 이해리 - 이나의 고향 친구, 이후 백진우(시몬)신부랑 엔젤스윙(장애인보호단체)운영하며
온갖 악행을 함.
- 봉침을 남자의 성기에 놓으면서 사진을 촬영하여 성폭행 협박용으로 활용
- 백진우 신부(작가는 주진우 기자에서 이름을 진우를 사용했는지?) 사이에서 딸 리나를 출산함
-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자기를 성폭행 시도한 오빠 밑에서 어린시절을 보냄
⊙ 백진우(시몬)신부 - 이해리의 애인 : SNS를 통하여 장애인보호단체를 이용하여 모금활동 ->돈을 횡령함
- 이해리와 온갖 악행을 함
- 수녀인 신데레사 사이에 아이(주찬,주민)를 출산하여 이해리에게 맡김(양육비 지급하겠다는 공증)
⊙ 채수연(시의원, 58세) - 장애인 시설 부원장
⊙ 송윤희(이해리의 시누)-> 이해리가 오빠(교통사고-수면제 복용)와 어버지(이해리 시부-저혈당 쇼크)를 죽였다고 증언
⊙ 정성일(양식장 운영) - 제보자
⊙ 최별라 (백진우 때문에 사망한 암환자의 딸) - 1인 피켓시위
◎ 서유진(인권센터 소장) - 도가니사건
⊙ 김현(무진소망원에서 사망한 강씨 유족)
⊙ 이수미(이해리 비리 제보자 - 하나님의 기도로 움직인다는)
⊙ 남귀영 기자(무진일보)
⊙ 김남우 치과의사( 한이나 고향 살구나무집 오빠) - 무진시 유지(시장 등)들과 인맥 형성
⊙ 황마담(와일드 오렌지룸 사장)
⊙ 전영웅 전시장 - 오비서
⊙ 박치수 현시장 - 주시경 비서
⊙ 최성 미카엘신부 - 집단폭행 당함 (백진우 신부랑 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