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섥힌 하나의 가족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리는 우선 경석(봉태규)과 채현(정유미)가 가지고 있는 갈등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가 올라가볼 필요가 있겠다. 채현을 키운 두 엄마는 사실 문소리와 그 동생의 옛 애인인 고두심이다. 동생이 떠나간 후 정이 들어버린 이 두 사람은 그 사이에서 아무런 혈연 관계가 없는 채현을 딸로 키운다. 그래서 이 집은 혈연에 대한 집착보다는 타인끼리의 만남에서 오는 베풂과 나눔, 정에 자연스러워진다. 그러나 경석은 이복 누나에게서 길러지면서 부모의 사랑은 잘 받고 자라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더욱더 타인에게서 받는 사랑에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석의 누나(공효진)가 처음에 엄마와 애인 사이를 부정하고 그 사이의 자식(경석)을 부정했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로 혈연에 대한 의식이 살아났다. 그 전까지는 알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고 관계하고 싶지 않았던 동생을 혈연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가족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둘간에는 엄연히 다른 배경이 존재한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경석에게는 사랑이 중요하고 나와 너의 관계가 가장 이슈가 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나와 관계 있는 사람과의 일이 중요하다.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한 애인이 자신이 살아온 배경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채현은 그 사랑보다는 상황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남자 친구 누나와의 식사보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그럼 이 둘은 가족이 될 수 없는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없는가?
그건 아니다. 다르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서처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는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을 때 그 사람만 보기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나 성격적인 배경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채현의 집에 가면서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고 자기가 생각할 때 헤픈 성격이 왜 나왔는데 아마 짐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분위기에서 다른 세계관도 포용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갈등과 해소를 통해서 기존에는 없는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낸다.
우리 모두는 다른 환경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해’라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정말 쉽지 않다. 혈연으로 묶여있어도 한번도 오랫동안 떨어져 있지 않은 가족간이라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않는가? 항상 갈등과 불평이 있다. 가족이란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 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할 수 없었던 혈연 관계와 애인 관계가 서로의 노력으로 상황적 극복으로 이해되면서 끈끈한 끈으로 묶일 수 있는 가족이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